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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023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 참관기(2)

(노련함과 패기의 대결)

by 하늘

네모반듯 각이 잡혀 있는 희디 흰 수건을 가지고 국군 체육부대의 장우진 선수가 등장한다. 삼성생명은 이미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지었기에 평소 출전 기회가 없는 신입 선수인 임유노를 내보낸다. 탁구 명문인 포항 두호고등학교를 올해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임유노는 1995년생, 장우진은 2003년생으로 8살 차이가 난다. 장우진은 세계랭킹 17위고 임유노는 처음으로 프로리그에 출전한 신입 선수다.


국군체육부대는 오늘 삼성생명을 꺾어야 2위를 굳히지만 지게 되면 한국거래소와 미래에셋과의 경기결과에 따라 2위에서 밀려날 수도 있어 꼭 이겨야만 하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장우진은 첫 번째 매치에서 호정문 선수를 이겼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두 번째 세 번째 매치를 져 부담이 큰 반면 임유노는 팀이 우승을 확정 지었기에 심리적 부담이 덜하다. 장우진이 이겨야 2대 2가 되어 5번째 매치에서 삼성생명을 이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에 이 경기 결과가 더더욱 중요하다. 노련하지만 부담감 있는 선수와 패기 있고 부담이 적은 선수의 대결.

긴장감이 감돌며 경기가 시작된다. 장우진 선수는 오른손 셰이크로 포핸드 드라이브가 강점인 선수로 기회가 난다 싶으면 강력한 파워 드라이브를 구사한다. 임유노는 왼손 셰이크로 바나나 플릭이 강점인 선수다. 임유노는 경기 초반 장우진의 드라이브 공격을 막지 못했지만 ‘이번엔 한방이다.’라며 앞으로 들어가며 제끼는 드라이브를 막아내면서 장우진을 당황하게 했다. ‘이걸 받는다고?’ 장우진의 얼굴엔 당혹스러움이 역력했다. 이때부터 장우진은 흔들렸고 이때부터 임유노는 자신감이 충만한 모습으로 파이팅을 외쳤다. 임유노는 장우진과 마찬가지로 기회가 있으면 포핸드 드라이브로 코스 공격을 했고 이와 동시에 빠른 백 드라이브로 코스를 찌르는 공격을 퍼부었다. 백 드라이브의 속도가 빠르고 코스도 깊어 이러한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게 장우진에게는 패배의 원인일 수 있다. 장우진이 회전만 이용해 거는 공을 백드라이브로 역공하는 임유노의 플레이는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여기저기서 “와”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포핸드 드라이브 대결에서는 비등비등했지만 백 드라이브 대결에서는 임유노가 훨씬 빠르고 코스도 깊었다. 경기는 2대 0으로 임유노의 승리.

타임아웃 때 국군 체육부대의 임종만 감독은 착잡한 표정의 장우진에게 “회전만 이용한 거는 바로 쳐 버린다. 상대가 잘했을 때는 얼른 인정하고 넘어가라. 너 자신이 안정되어야 한다. 여유를 가져라. 여유가 없으니 급해지는 거다. 네가 왜 급하냐?”라고 코칭한다. 감독의 코칭이 제대로 들렸을까? 제대로 들렸다 한들 이미 무너진 멘털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사람 마음은 다 똑같은데 말이다. 꼭 이겨야만 하는 장우진에게는 경기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더 힘든 경기였으리라. 제일 자신 있는 파워 드라이브는 수비에 막히지 회전을 이용한 드라이브는 빠른 백드라이브로 역공을 당하니 조급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상대는 무서울 것도 겁도 없는 신예가 아닌가?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는 아나운서 역시 “임유노가 이겼지만 장우진보다 낫다고 볼 순 없다. 부담감 없이 경기를 해서 이겼다.”라는 클로징 멘트를 하며 부담감이 얼마나 경기를 좌지우지하는지 다시 한번 쐐기를 박는다.

8살 나이 차가 나는 두 선수. 노련함의 장우진과 패기의 임유노. 프로리그 또한 버텨내야 하는 자와 계속해서 치고 올라오는 자와의 싸움인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생활체육인 경기에서 느꼈던 걸 프로리그에서도 똑같이 느낀다. 나이 차도 있지만 플레이도 사뭇 다르다. 2022 세계 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단체전 4강전이 떠오른다. 하리모토 토모카즈가 판젠동을 이기는 이변이 일어났는데 이때도 하리모토의 빠른 백 드라이브가 위력을 발휘했다. 하리모토는 탁구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붙어서 백 드라이브를 구사했는데 속도가 너무 빨라 판젠동이 자신의 장기인 포핸드 드라이브를 구사할 기회가 없었다. 임유노 역시 빠른 백드라이브로 장우진을 이겼다. 탁구 신동이라 불리는 이승수 역시 백 드라이브 공격이 굉장히 좋은 선수다. 이제 포핸드 드라이브는 기본이고 백핸드와 백드라이브를 얼마큼 기술적으로 완성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인 건가?

포핸드의 시대에서 백핸드의 시대로 바뀌고 있는 걸까? 프로선수들이 은퇴해 코치생활을 한다면 생활체육 탁구 또한 서서히 바뀔 것이다. 백 쪽이 중요해진다는 건 생체인으로서 반가운 일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체력적으로 힘들어지는 환경에서 돌아서 치는 포핸드 스매싱이나 포핸드 드라이브에 한계를 느낄 때가 많다. 유난히 백 쪽이 약한 내게 이번 프로리그 관람은 백 쪽을 강화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


이젠 바야흐로 백핸드의 시대다. 시대의 흐름에 한 번 묻어가보자. 물론 포핸드 드라이브도 기본으로 장착해야겠지? 보면 볼수록 해야 할 숙제는 쌓여가고. 언제 이 많은 숙제를 할런지? 에이! 또 눈만 높아졌다. 탁구계에 “눈은 1부, 현실은 8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딱 나를 두고 하는 소리다. 점점 눈만 높아져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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