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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이렇게 꼰대가 되어가는 건가?

by 하늘

“칭찬이 없으면 탁구를 못 친다. 비판이 없으면 탁구가 늘지 않는다.”

“칭찬이 없으면 글을 쓰지 못한다. 비판이 없으면 글이 늘지 않는다.”라는 작가 은유의 말을 탁구에 대입시켜 본다.

마음먹은 포핸드 드라이브 연습을 탁구 로봇으로 하고 있다. 내 경우 우선은 어느 자리에서라도 포핸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기에 화쪽에서 걸기도 하고 백쪽에서 돌아서 걸기도 하면서 ‘미스 없이 걸기’를 목표로 연습하고 있다. 한참 동안 내 모습을 지켜보던 한 회원이 “하늘 씨, 허리를 돌리면 포핸드 드라이브가 지금보다 더 세질 텐데 이왕 연습하는 거 그렇게 연습하는 건 어때? 어차피 연습이잖아.”라며 조언을 한다. 그녀의 말대로 했더니 원래 내 스윙폼이 아닌지라 연달아 미스를 한다.

급기야 그녀가 기계실로 들어와 시범을 보인다. 그녀가 하는 말은 맞지만 내 연습 의도와는 맞지 않는다. 방향성 자체가 다르다. 내게는 우선 자신감이 필요하다. 더 세게 칠 수 있는 방법은 차후의 문제다. 그녀의 말이 틀린 게 아니므로 내 연습 목적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진 않을 테니 우선은 그녀의 조언을 받아들인다. 조언한 사람이 무안하지 않게 허리를 돌려 포핸드 드라이브 거는 시도를 한다. "이렇게 하라고요?" 재차 확인도 받으면서 여러번 시도한다. 그러다가 슬그머니 백 드라이브 연습을 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그녀의 두 눈이 나를 향해 부릎뜨고 있기에 포핸드 드라이브 연습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연습하다간 미스하는 빈도 때문에 자신감을 잃을 게 뻔하기 때문에 백 드라이브 연습으로 도망친다.

본래의 목적인 포핸드 드라이브 연습이 아닌 백 드라이브 연습을 끝낸 뒤 기계실을 나오면서 생각했다. 이렇게 꼰대가 되어 가는 건가?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하는? 이래서 탁구가 늘겠냐고요? 포핸드 드라이브 연습할 때 자신감 키우는 법과 더 세게 치는 법을 한 번에 할 순 없나? 한 번에 하나밖에 못하는 인간인데 하나를 더 얹으라고 하니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아예 고치려는 마음이 없는 건가?

요즘 들어 점점 비판이나 충고를 듣지 않으려는 경향이 심해지는 듯하다. 나이가 들면 속이 점점 좁아진다더니 비판하는 말은 듣기 싫고 칭찬하는 말만 듣고 싶다. 그 옛날 왕들이 왜 간신배의 손에 놀아났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하는 걸 보면 정말 꼰대가 되어가나 보다. 아! 슬프다. 이런 나를 마주하는 게. 이렇게 변해가는 내가. 그렇게 침 튀겨가며 욕하던 인간이 되어 가는 게. 이렇게 꼰대가 되어 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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