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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탁구 스타일은 변하지 않는 건가?

(지역대회 관람기)

by 하늘

내 취미는 시합 구경. 전국오픈 탁구대회, 두나무 프로리그. 국가 대표선발전 등 가리지 않는다. 선수로 참가하지 않고 탁구인들이 경기하는 모습 보는 걸 좋아한다. 오늘은 시장기 탁구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지역에서 가장 크게 열리는 대회라 참가인원이 가장 많다.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체육관으로 향한다.

관장님과 벤치에 앉아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아! 3년 전 관장님이 가르치던 회원이 게임하는 모습이 보인다. “저기 3년 전 관장님이 가르치던 아무개가 보이네요. 어때요? 많이 늘었죠?”관장님께 물었다. 그는 “뭐가 변했다는 거야? 난 하나도 모르겠는데? 옛날이랑 똑같은데?” 변한 게 없다고? “3년이나 탁구를 더 쳤는데 변한 게 없다고요?” 그는 “탁구 치는 스타일이 예전이랑 똑같잖아. 뭐가 변했어? 그리고 사실 탁구 스타일은 쉽게 변하지 않아. ”라고 쐐기를 박는다. 내 눈에는 예전보다 더 잘 쳐 보이는 그녀가 관장님 눈에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사람처럼 보이다니!

그래서 물었다. “그럼 탁구 스타일이 변한 사람은 누구예요?” 그는 “저 회원 좀 봐. 탁구 스타일이 바뀌었잖아. 저 정도는 되어야 스타일이 바뀐 거지.”라며 구장의 한 회원을 예로 든다. 그 회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예전에는 그렇게도 미스하던 백 푸시가 명품 백 푸시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단단해지고 포핸드로 오는 공은 미스가 거의 어졌다. 백 푸시와 포핸드 드라이브로 결정구를 내는 스타일로 바뀌어서 예전 스타일과 달라졌다고 하는 건가? 이 날 대회에서 그 회원은 처음으로 6,7부 통합 개인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스타일이 바뀌어 성적을 낼 수 있었나? 분명 스타일을 바꾸긴 힘들다고 했는데 그 회원처럼 드물지만 스타일이 바뀐 탁구인도 있 것이다.

그럼 3년 동안 열심히 탁구를 쳐 온 그녀는? 탁구 스타일이 바뀌지 않는 한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건가? 그럼 3년 동안 노력은? 마침 시합장에 있던 예전 코치에게 “탁구 스타일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의 생각은 관장님의 의견과는 좀 달랐다. “탁구 스타일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다. 개개인에게는 이미 만들어진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그걸 변화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스타일 안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것들이 미스가 나지 않게, 완성도 있게 만들면 실력은 늘릴 수 있다.” 스타일을 바꾸는 것과 자신의 스타일 안에서 완성도를 추구하는 것. 두 가지 길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럼 내 탁구 스타일은 뭘까? 다른 구장의 코치에게 원포인트 레슨받을 때 2년 전 함께 탁구를 치던 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넌 예전이나 지금이나 바뀐 게 하나도 없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녀의 눈에 비친 난 관장님이 변한 게 하나도 없다던 그녀와 꼭 닮아 있다. 그래서 그렇게 그녀를 보고 변한 게 하나도 없다던 관장님 말에 발끈했나 보다. 스타일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이러한 글을 쓰고 있음에도 사실 스타일을 뜯어고쳐야겠다는 생각보단 스타일 안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삶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사람마다 살아가는 스타일은 각양각색이다.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기란 청난 변화가 없인 힘든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나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인간이란 걸 알고 있기에 그저 내 스타일 안에서 조금씩 서서히 바꾸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예 바꾸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 않냐는 자기 위로를 하면서 말이다. 인생 역시 탁구 스타일처럼 바꾸긴 힘드니 완성도를 높이는 쪽으로 살아가려 한다. 미스가 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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