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리사 Mar 05. 2024

엄마 걱정


: 엄마 걱정


2024년 02월 12일(월) 명절 연휴 마지막 아이는 자취방으로 이사를 했다. 02월 07일(수) 등록금 납부와 동시에 졸업식 관련 기를 발행하기 시작했는데, 엄마의 글로는 졸업식을 시작도 못했는데 아이신입생이 되어 떠나버렸다. 수시 접수를 하고 나서, 학교 정보를 찾아보던 아이는 호서대학교로 마음을 굳히더니, 합격발표가 나기도 전에 자취방부터 알아보고 있었다.


호서대 게임소프트웨어학과는 붙을 가능성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자취에 대한 로망으로 초롱초롱 빛나는 아이의 눈빛은 내게 아프게만 다가왔다. 게다가 아이 아빠는 자취를 시킬 마음보다는 통학이나 기숙사에 들어가길 소망했다.


곁에 있는 두 남자의 상반된 마음 사이에서 내 마음도 불편했지만 멀미가 심한 아이를 통학시킬 수는 없었고, 뚱땡이가 된 아이는 친구들과 같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내 마음도 자취를 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었다.


"에헴. 호서대학교 학생 아빠입니다"


"에헴. 호서대학교 학생 엄마입니다"


한동안 우리의 인사는 "호서대학교 학생 엄마 아빠"로 대체될 정도로 방방 떠다녔다. 호들갑 떤다며 찬물을 끼얹는 아이와는 상관없이 아이 아빠와 나는 마냥 신이 났다. 아이가 원하는(본인은 아니라 했으나) 호서대학교 게임소프트웨어학과에 합격했고, 부모가 원하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기계공학과에 불합격했으니 아이가 호서대학교 학생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이제 아이의 자취에 대한 로망을 실현해 줄 차례가 왔다.




2023년 11월 26일(일) 호서대학교 학생 엄마 아빠는 아이가 다니게 될 학교가 너무나도 궁금하여 아산캠퍼스에 방문했다. 2022년 최작가와 천안나들이 때 스쳐 지나갔던 호서대학교는 천안캠퍼스였고, 아이가 진학할 학과는 아산캠퍼스에 있었는데 이곳은 나도 이날 처음 와보게 되었다.


허허벌판 구불구불 시골길을 지나며 한숨이 절로 나왔는데 막상 도착한 호서대학교 아산캠퍼스는 생각보다 넓고 좋았다. 아이가 학교정보를 찾아보면서 제일 낫다고 한 이유를 알게 될 만큼 맘에 쏙 들었다.


온 김에 아이 아빠와 학교 근처를 둘러보았다. 식당은 있는지, 음료를 마실곳은 있는지, 편의점은 있는지, 헬스장은 있는지, 병원은 있는지. 헬스장과 병원 빼고는 적당히 갖추어져 있었다. 아이는 자취를 한다면 학교와 너무 가깝지 않은 곳으로 하고 싶다고 했었다. 학교와 너무 가까우면 친구들이 자취하는 것을 있고, 그러면 자주 방문할 있으니, 학교와 적당히 떨어진 곳에 방을 구해, 적당히 걷기도 하며 다니고 싶다고 했었다.



온 김에 자취방도 한번 볼까?


이왕 둘러보기 시작한 거, 자취방도 알아보기로 하고 학교 정문 앞 원룸들이 모여있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골목 안에 자리 잡은 원룸촌은 구축(오래된) 건물이 많아 낡아 보였고, 건물과 건물사이 공간도 너무 좁아 답답해 보였다. 원룸촌을 돌아 나와 조금 걷다 보니 신축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 세 개 동으로 나란히 놓여있는 신축건물이 눈에 띄었다.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에 대문짝만 하게 임대문의와 핸드폰 번호를 플랜카드도 아닌 간판으로 내걸어 놓고 있으니 눈에 안 띄려야 안 띌 수가 없었던 곳. 얼마인지 전화나 해볼까? 아이 아빠는 그러라고 했다. 내 전화를 받은 건물주는 마침 빈방이 있어 내부도 볼 수 있으니 한번 보고가라 했다.


혼자 살기 딱 적당했다. 신축건물답게 내부도 깨끗하고, 가전제품도 잘 구비되어 있었고, 앞건물과 거리도 있어 막혀있는 곳 없이 탁 트여보였다. 학교 정문에서 10분 남짓 걸어 나와야 하는 거리지만, 적당하게 느껴졌다. 1학년 마치고 군대를 가는 걸로 아이와 얘기를 마쳐, 1년 계약 시 보증금과 월세가 얼마인지 물었다.  


학교 앞 원룸은 월세를 적용하지 않고, 년세를 받는다 했다. 년세 500만 원에 보증금 30만 원. 년세란 1년 치 월세를 선불로 지불하는 것이고, 보증금은 퇴거 시 공과금을 정산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럴 경우 보증금으로 정산 후 돌려준다고 했다. 1년 치를 선불로 받지만 계약기간은 입학일부터 2학기 종강일까지, 대략 2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10개월이었다. 여름방학기간 본가에 와있는다면 실제 거주기간은 8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이 기간을 포함한다고 하면 월 50만 원 정도 되는 것이다.


일단 방을 둘러보고, 가격을 듣고, 아이와 상의 후 곧 연락드린다는 말을 끝으로 건물주와 헤어졌다. 이후 건물 주변을 더 둘러보기 시작했다. CCTV는 설치되어 있는지, 주변은 깨끗하게 관리가 되는지, 승강기 작동은 잘 되는지, 주변에 편의점은 있는지. 맘에는 들었지만 다른 곳도 더 알아보기로 했다. 처음 방문한 곳이라서 과연 이 년세가 적당한지, 이 시세가 다른 자취방에도 적용되는지 몹시 궁금해졌다.


학교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신축건물은 더 많았다.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임대문의와 그 아래 적혀있는 핸드폰 번호로 연신 전화를 해댔다. 한번 발동이 걸리니 멈출 수가 없었고, 시세에 대한 궁금증은 통화를 해야 알 수 있었으니 거침없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아직 종강 전(11월 26일 방문)이라 방안을 볼 수 있는 신축건물은 없었고, 모든 자취방은 년세와 반년세를 적용했으며, 신축건물은 년세기준으로 450~470만 원에 시세가 형성되어 있었다. 처음 방문했던 곳이 제일 비쌌는데, 처음 방문했던 곳도 년세 470만 원짜리 방이 있다고는 했다.


우리가 방을 본 곳은 C동이었는데 건물주가 소유한 건물은 세 개 동이었고 A, B, C동으로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이름 순서대로 A동이 가장 먼저 지어졌고, 그다음 B동, 그리고 가장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 C동이었다. A동과 B동은 년세가 470만 원이었는데, 구축과 신축의 차이도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화장실 크기였다. A동과 B동은 화장실과 샤워실이 구분되지 않았고, C동만 화장실과 샤워실로 구분되어 있었다. 샤워실 크기만큼 C동이 다른 동에 비해 넓었다.


아이 아빠는 처음 본 곳으로 계약을 하자고 했다. 처음 전화했고, 때마침 건물주가 근처에 있었고, 때마침 빈방이 있어 방까지 볼 수 있는 것도 인연이라며. 하지만 나는 합격자 문서등록(2023년 12월 18일)을 하기 전 자취방부터 계약을 하자니 심히 껄끄러웠다.


일에도 순서가 있듯 입학에도 순서가 있지 않은가? 합격통지 > 문서등록 > 자취방 계약 > 등록금 납부 > 자취방 잔금 입금 > 이사 > 입학. 나는 문서 등록을 한 후 계약을 하고 싶었지만 맘에 드는 방을 계약하지 못할까 걱정되기도 했다. 게다가 아이는 처음 본 방을 무척 맘에 들어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유일한 내부 사진이 그 방밖에 없었다.


년세 500만 원. 계약금은 10%인 50만 원. 계약파기 시 임차인 계약금 포기(임대인은 배액 상환). 그래 50만 원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사니 이번에는 순서를 바꾸어 문서등록 전 자취방 계약을 하기로 했다. 아이 아빠도 맘에 들면 괜히 고민하지 말고 미리 계약하고 오라고 했다. 이틀 뒤 반차를 내고 아이와 함께 자취방에 방문했다. 역시나 아이는 맘에 들어했고, 그 자리에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 입금도 완료했다.


통학과 기숙사를 소망했던 아이 아빠는 처음 방문한 아산캠퍼스에 홀렸고 온 김에 자취방을 둘러보자는 내 말에 홀려 본인도 모르게 아이의 로망을 실현시켜 주었다. 푸하하하하. 바보.


아이의 로망은 실현되었으나, 호서대학교 학생 엄마 아빠는 여전히 아이 없는 집에 적응 중이다. 아이 방 안에서 흘러넘치던 키보드소리와 게임을 하며 마이크에 대고 친구들과 떠드는 소리가 사라지니 조용해도 세상 너무 조용하다. 이에 더해 우편함도 내가 확인했다. 우편물은 아이 담당인데. 쓰레기봉투도 그대로다. 이것도 아이 담당. 힝..




아이의 자취방이 있는 아산시 배방읍 세출리는 너무나도 다행히 쿠팡 로켓배송(로켓프레쉬는 안됨)이 되는 곳이라서 사실 배송으로 생필품을 보내도 됐지만, 정말 너무나도 다행히 아이가 게임의 필수품 마우스패드(아이가 해외구매한)를 집에 놓고 가는 바람에 이삿짐을 옮겨준 지 이틀 만에 아이를 만나러 가게 되었다.


아이가 없는 공간에 놓여있던 나는 아이가 있을 때와 다름없는 패턴으로 지냈지만, 어쩐 일인지 얼굴색은 좋지 않았다.(어쩐 일이긴 너가 제일 잘 알지. 흠흠.) 마우스패드를 제일 먼저 챙기고 다이소에서 구매한 물건들도 챙기고, 아이가 부탁한 텀블러도 챙기고, 이것저것 챙겼다. 챙기긴 챙겼지만 꼼꼼히 챙기지는 않고 대충 생각난 대로 챙겼다. 그래야 또 갈 수 있으니까. :D


대충 챙긴 짐을 차에 싣고 출근을 했다. 저녁시간쯤 도착해 아이와 저녁을 함께 먹을 생각을 하니 아침부터 신이 났다. 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거울 속 내 얼굴이 칙칙해도 너무 칙칙해 보였다.


평소에도 맑고 깨끗한 피부는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더 칙칙해 보여 일단 안경을 벗고 렌즈를 꼈다. 이어 세수를 하고, 스킨로션을 바르고 미백에 좋다는 에센스를 바르고, 컨실러를 얇게 펴 발라 피부톤을 정리했다. 흠.. 아까보다는 훨씬 좋아 보인다. 회색빛 눈썹에 머리색과 같은 브라운색상 펜슬로 눈썹도 채워놓다. 밋밋하던 얼굴이 조금 선명해졌다. 이제 화룡점정. 오렌지색 틴트로 입술을 생기 있게 만들었다. 칙칙하던 얼굴이 화사해졌다.

엄마 보고 싶었지?

그 어느 때보다 생기발랄하게 인사를 하고 아이품으로 파고들었다. "안 보고 싶었는데?!"라고 말하면서도 173cm의 꼬맹이는 152cm의 꼬맹이를 꽉 껴안아준다. 아이에게 "애기야?"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팔을 풀고, 가져온 짐을 풀기 시작했다. 39,000원 어치의 생필품을 구매하며 다이소의 대(大) 고객이 된 나는 아이 자취방 안에 물건들을 펼쳐놓고 필요한 곳에 하나씩 가져다 놓았다.


물건을 정리하고 나서, 근처 갈매기살 집에 가서 고기를 구워 먹고, 산책을 했다. 갈매기살은 너무 맛이 없었지만, 아이와 산책하는 길은 너무나 좋았다. 눈썹달님과 별들이 까만 하늘 속에서 더욱 빛나고 있었다.


여기는 가로등이 별로 없다며, 자취방과 대로변 사이로 흐르는 하천에 본인이 빠질까 봐 너무 무섭다며, 엄마는 발견 못했지만 자신이 발견한 헬스장이 있다며, 낮에는 열지 않는 편의점이 저녁에는 연다며, 편의점이 마트보다 더 크다며, BHC가 배달이 된다며, 서브웨이도 배달이 된다며, 배달비가 청주보다 싸다며, 이삭 토스트가 없다며, 컴퓨터를 끄고 자려니 잠이 안 온다며, 아빠가 전기세를 아끼라고 했다며, 엄마아빠가 정한 용돈으로 지낼 자신이 없다며, 알바도 알아봐야겠다며 수다스러운 엄마를 닮아 수다스럽게 떠드는 아이와 함께 걷는 길은 또 새롭고 행복하고 감사했다.


가로등이 별로 없어 어두운 길을 걷다 둘 다 무서워 발걸음을 돌리고, 우리를 따라다니는 눈썹달님을 찍어보겠다고 모가지를 쭉 빼고 까만 하늘에 놓여있는 눈썹달님을 서로 찍으며 S22 울트라(나)와 S23 울트라(아이)의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마트보다 엄청 큰 편의점도 들렀다. 불고기에 삼겹살, 과일, 너겟. 쿠팡 로켓프레시로 배송되는 것들이 동네 편의점에 다 있었다. 이래서 쿠팡 로켓프레시가 안되나? 싶을 만큼 편의점에는 많은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엄마 있을 때 필요한 거 사랬더니 바나나 우유와 고구마 우유 두 개를 골라왔다. 귀여운 놈.


또 울 거야?

내가 왜 우냐! 그리고 슬프면 울 수도 있지! 아직 적응 중이라 그렇거든! 집이 조용해져서 그렇지 나 엄청 잘 지내고 있거든! 씩씩하게 말했다. 엄마만 아이를 걱정하는 게 아니다. 아이도 엄마를 걱정한다.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길을 걸을 때 아이는 내손을 꼭 잡아 주었고, 도로변을 걸을 때는 나를 안쪽에 세워 걷게 했으며, 맨홀이 놓여 있을 때마다 조심하라고 일러줬다. 엄마만 아이를 걱정하는 게 아니다. 아이도 엄마를 걱정한다.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나는 평소에는 립스틱만 찍 바르고 출근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만나기 전 화장을 했다. 눈밑이 그늘져 보일까 안경을 벗고 렌즈를 꼈으며, 어두운 안색에 아이가 걱정할까 피부톤을 정리하고, 오렌지 톤 입술색으로 생기를 불어넣었다. 나 괜찮아. 내 걱정은 마.


여전히 적응 중인 나는 집으로 돌아오며 또 펑펑 울었다. 슬픈걸 어떻게 해! 울 수도 있지! 1시간이 넘게 운전을 하고 오며 슬픈 마음도 가라앉았고, 엉엉 울었더니 목구멍도 확트여 목소리는 새삼 맑았다. "나 집에 잘 왔어" 아이는 게임을 하고 있단다. 응. 그래야지. 오늘은 마우스패드가 있으니 어제보다 게임은 더욱 잘 될 것이다. 암. 그래야지. 그래야 내 아들이지.


스파게티야 엄마 왔어

아이의 의자 위에 놓아둔 스파게티(오리인형_ 스파게티를 대접하고 받은 선물이라 이름이 스파게티)에게 인사를 하고 텅 빈 아이방을 들여다보았다. 저렇게 아름다운 야경을 두고, 가로등도 별로 없는 어두컴컴한 자취방으로 떠나다니..


 

음료수를 끊어 여드름이 많이 들어간 거 같다는 나의 꼬맹이는 단 이틀 만에 얼굴이 뽀얀 해졌고, 조용한 집에 적응 중인 꼬맹이의 엄마는 단 이틀 만에 얼굴이 흙빛이 되었지만 얼굴빛과 상관없이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


사랑해_ 밍큐군


내가 더 사랑하거든!!


내가 1 더 사랑하거든!! _ 밍큐군


까비. 내가 졌다!



_ 언제나 엄마인 내가 1 더 사랑하려고 했는데, 오늘은 제가 졌습니다. 2024년 02월 14일 오후 4시 출발하여 집에 돌아오니 9시 반정도 되더라고요. 졸업식 단상은 아직 졸업식을 시작도 못해, 이 쓰기의 발행도 늦어지겠지만, 행여나 잊을세라 부지런히 쓰고 있습니다. 이제는 특성화고 엄마가 아닌 호서대학교 학생 엄마로 살아갑니다. 그 어떤 엄마이든 제가 엄마라서 정말 너무너무너무 좋습니다.


_ 나의 엄마 아빠는 아이를 자취방으로 보낸 내가 걱정되어 하루가 멀다 하고 제게 전화를 하고 계십니다. 나는 아직 괜찮지 않지만, 제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는 엄마아빠께 나는 괜찮다며, 잘 적응하고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역시나 부모만 아이를 걱정하는 게 아닙니다. 자식도 부모걱정을 합니다.


_ 호서대학교 아산캠퍼스와 저에게 홀린 아이 아빠에게 '바보'라고 하며 크게 웃었지만, 저와 아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아이 아빠는 어쩌면 일부러 홀려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게임을 사랑하는 아이를 저만 사랑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아이가 게임을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게임을 사랑하는 아이를 제가 다그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준 아이 아빠에게도 무척이나 고맙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마 저와 아이 아빠의 교육가치관이 비슷해서였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아무리 크더라도 가치관이 다를 경우 가치관으로부터 파생되는 불협화음으로 인해 싸움이 야기되기도 하니까요.


_ 아이가 어린 시절 아이 아빠는 항시 오늘은 뭘 하고 놀아줄지 놀이방법을 연구해 집으로 왔습니다. 본인이 이불 속에 들어가 이불산을 만들어 아이가 올라탈 높이를 조절하며 산놀이를 하고, 손과 발을 로봇처럼 움직이며 장애물 피하기를 하고, 이불로 아이를 돌돌 말고 풀어주며 놀이기구보다 더 스펙타클한 세상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이가 크자 함께 자전거를 타고, 실내암벽등반을 하며 육체적 놀이를 이어가다 친구들과 게임세상으로 떠난 아이에게 내심 섭섭해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게임세상에선 본인이 선배라며 여전히 저에게는 외계어인 게임언어를 아이 아빠와 아이는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아이는 세상 귀한 아이라면 아이 아빠에게 아이는 세상 유일한 친구입니다. 오늘도 아이 아빠는 아이에게 '잘 잤니?'라는 선톡을 남기고 싶어 오전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D


_ 90분의 졸업식은 9000줄의 긴 쓰기가 되어 03월 02일 발행 완료되었습니다. 아이는 02월 23일(금) 입학식을 했고, 02월 28일(수) 수강신청을 했으며, 오늘 03월 04일(월) 첫 수업을 들었습니다. 졸업식 쓰기 발행이 늦어져 서랍에 고이 저장되었던 이 쓰기도 발행이 늦어졌습니다. 늦어진 시간만큼 저에게도 시간이 보태져 자취방으로 떠난 아이의 빈방에도 조금 익숙해졌습니다. 다만 퇴근 후 현관문을 열고 컴컴한 방에 불을 켤 때마다 쓸쓸하고 보고 싶기도 하여 눈물이 핑 도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그나마 브런치 앱이 있어 제가 구독하는 작가님들과 저를 구독하는 작가님들, 제 쓰기에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작가님들의 글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전보다 늘어난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적막한 밤을 브런치 앱이 은은한 조명이 되어 밝혀주고 있습니다. 이 밤을 빌어 해내고 계시는 브런치 작가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의미 없는 일 하나 없고,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오늘도 되뇌어 봅니다. _ 2024년 03월 04일(월)



# 호서대학교

# 아산캠퍼스

# 자취

# 보고싶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