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리사 Dec 15. 2023

오 마이 '갓물주'

_ 관리부 김과장 : 일은 해야 한다 / 상가주택매매 

: 오 마이 '갓물주'


건물주. 건물 소유주를 이르는 이 단어가 주는 의미는, 일부러 설명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안다. 만인의 공통어 같은 느낌?!


'조물주 위에 건물주', '갓물주'라는 표현만 봐도, 건물주가 갖는 의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광범위하다. 누군가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며, 누군가에게는 이루어야 할 목표이며, 누군가에겐 이루지 못할 절망이며, 누군가에겐 남 일이며, 누군가에겐 골칫거리일 수 있는 '건물주'.


나 역시 '건물주'가 되길 소망하며, 건물주가 되는 '그 언젠가'를 꿈꾸며 살고 있다. 다만, '그 언제'가 언제일지 모른다는 것. 소망은 하나, 계획은 없고. 목표는 있으나, 노력은 하지 않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니까. 벌어먹고 사는 일이 건설업 경리다 보니, 지금의 나에게 '건물주'는 단지 '매수자'일 뿐이다. 세입자와는 건물 관리에 대한 일방적인 통보로 연락을 시작하지만, 매수와는 '직접 통화'로 시작된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계약하신 상가주택 준비 서류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부동산 매도용 인감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혹시 주소 변동 있을까요?"_ 관리부 김과장


"거 우리가 사는 상가건물 주소 넣으면 되잖아요" _ 매수자


"매도용 인감에는 주민등록상 주소지로 기재해야 해서요. 확인차 연락드렸어요" _ 관리부 김과장


"계약서 안 봤어요? 계약서에 있는 대로 써요. 안 바뀌었어요" _ 매수자


텍스트에 음성을 넣을 수 있는 기술 분명히 있을 텐데. 나 또 옛날사람처럼 느껴진다. 끙.. "계약서 보고 그냥 하면 되지. 바빠 죽겠는데, 별것도 아닌 일을 확인하고 지랄이야?"라고 나에게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말투와, 억양과, 목소리 톤에 짜증이 잔뜩 묻어있다. 당신만 짜증 나? 나도 짜증 나거든! 이래서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니까.




건물주가 되려면, 물건(건물이든, 상가주택이든)을 고르고, 물건이 맘에 들면(투자목적이든, 노후대비든) 계약을 한다. 매매대금 일부(대략 10%)를 계약금으로 지불하면, 건물주의 길로 들어선다. 계약서에는 잔금일이 명시되어 있는데 잔금을 치르면 99% 건물주가 된다. 나머지 1%를 채우는 것은 등기.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어야만 100%로 건물주가 되는 것이다.


매수자는 잔금을 치르는 것과 동시에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을 같이 한다. 법적으로 이 건물은 내꺼라고 못을 박는 것이다. '법적'으로 내꺼라는 것은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진짜 '건물주'가 되었다는 것.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내 이름이 박힌 소유물의 탄생인 것이다. 갓물주의 '갓'을 이래서 붙인 건가.. 물론, 건물의 50~70%는 은행 꺼다. 내꺼인듯 내꺼아닌 내꺼같은 게 바로 건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튼, 소유권이전등기신청 시 필요한 것이  '매도용 인감증명서(부동산)' 흔히 알고 있는 인감증명서는 나 개인을 증빙할 때 쓰고, 매도용 인감증명서(부동산)는 내가 누구누구에게 팔겠다고 하는 것을 증빙한다.


매도용 인감증명서에는 매수자 인적사항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주민등록번호 + 이름 + 주소. 필요한 인적사항은 매매계약서에도 확인 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수자와 통화를 하는 이유는 주소 때문이다. 주소는 꼭 '주민등록상 거주지' 여야만 하니까.


계약금을 넣고, 잔금을 치르기까지 그 기간이 사실 길지 않아, 설마 그 잠깐 사이에 이사했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있다!!! 그 잠깐 사이 거주지를 옮긴 분들.


개인이 매도용 인감증명서(부동산)를 발급받으려면 가까운 주민센터를 이용하면 되지만, 법인사업자는 청주지방법원에 가서 직접 발급받아야 한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더라도, 서류는 법원에 가서 받아야 한다. 이리하여, 두 번 일 하기 싫어하는 나는 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발급받기 전 꼭 전화로 확인한다.


이렇게 시작된 연락은 매매정산, 매매세부정산내역, 시설물 확인 등으로 이어진다. 매매 등기 후 대략 2주 정도면 대부분 정리되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수자'와 경리인 내가 연락할 일은 거의 없다.




"월세돌려주세요"


점심시간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온 톡, PC창에 뜬 톡을 언뜻 보고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 뭐라는 겨. 확인해 보니, 그 매수자였다. 이미 매매 등기를 마쳤고, 매매정산도 완료한 터라 뜬금없는 저 톡은 황당했고, 기분이 몹시 상했다. 아무리 사무적인 톡일지라도 몇 달 만에 톡을 보내면서 저런다고? 인사도 없고, 설명도 없이? 나 인사에 민감한 여자였니?

기분은 상하지만, 일은 해야 한다. '혹시 세입자가 월세를 잘못 보냈나?' 상가주택 및 건물 매매 시, 세입자들이 이전 임대인에게 월차임을 잘 못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동이체를 해 놨거나, 매매로 임대인 바뀌었다는 문자를 보지 못한 경우 이런 일은 간혹 발생한다.

보통 이런 경우, 매매자_매도인과 매수인, 즉 우리 사장님과 새로운 건물주가 통화를 하고, 사장님은 오입금된 월차임이 있으면 송금해 주라고 나에게 지시한다. 사장님의 지시를 받으면, 건물매매일 기준으로 이전 월부터 현재 월까지 통장거래내역을 확인한다. 오입금된 월차임이 확인되면 바로 송금한다.


보통은 이렇게 흘러간다.


"월세돌려주세요"라니.. '내가 월세 냅니까?' 


건설회사다 보니, 업체 전화에 노무자 전화에 공격적인 전화를 수도 없이 받아봤다. 특히 건설 일용직 노무자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람들도 많으니, 노무비 지급이 늦어지는 경우 전화로도 모자라 회사까지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숱한 경우가 있었지만, 사람 알고 나면 이해 못 할  일도 없다고, 공격적인 말투! 충분히 넘길 수 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근데, 이분은 다르다. 기분이 나쁘다.


그간 연락한 것을 보면, 본인이 대답하고 싶은 것만 대답하고, 본인이 궁금한 것만 묻는다. 설명이 없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는 찾아볼 수 없고, 사진만 덩그러니 보낸다거나, 질문엔 답이 없다. 사장님과 얘기한 내용이 지연되거나 지켜지지 않을 때에도, 나에게 톡을 보내 '여쭤보시죠'라고 말한다. 사장님한테는 직접 말하지도 못하면서 경리인 내게는 지시한다.


보통은 카톡프로필을 스캔하지만, 보지 않았다. 궁금하지도 않았고, 보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매매계약서를 찾았다. 매매가 완료되면 매매계약서는 볼일이 없는데, 굳이 찾아봤다. 얼마야? 얼마면 돼? 도대체 얼마로 '건물주'가 되었길래 사람을 이렇게 내리 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므로.


대출승계금과 임차인 보증금을 제외하고 현금 4억 2천만. 여기에 취등록세, 소유권이전 등기비용, 부동산 비용 등을 고려하면 대략 5억. 훗. 5억으로 사람을 이렇게 내리깐다고? 건물주? 갓물주? 오 마이 갓이다! 개..븅..씨.. 삼단콤보 욕 날렸다. 실제로는 더욱 찰지게 잘할 수 있는데. 텍스트에 음성 지원 원츄! :)


기준에 따라 5억은 큰돈이 될 수도 있고, 크지 않은 돈이 될 수도 있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건설업 경리인 나에게는 큰돈이지만, 그렇다고 엄청 큰돈도 아니다. 65년생. 만 58세. 내가 저 나이가 되면, 저 정도 현금 없겠어? 지금 5억이 그때 5억은 아니겠지만, 결국 5억. 얼마나 내리까였는지 분노가 목표가 되었다. 드디어 건물주가 되는 '그 언젠가'를 정했다. 만 58세. 윽.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할 수 있다고!



내리까지 말자. 나도 타인도. '겸손'이란 단어가 괜히 생겨났을까..


_


2023년 12월 14일 비가 내리는 목요일_ 분노유발자. 와_ 이분을 잊고 있었네..



+


내리 까이며 느낀 분노도 잠시, 우린 그렇게 잊고 산다. 임대사업자가 될 '58세'는 잊지 말아야 할 텐데. 내 머릿속 지우개는 점점 성능이 좋아지는지 자꾸 까먹는다. 

나는 건물주, 갓물주 보다 임대사업자라는 말이 좋더라. 소소하면서도 평범한 사업자 느낌? 등기소유자. 건물주.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의미는 같지만, 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말이 주는 힘에 대한 카테고리도 생각 중이다. 좀 더 생각하고 쓰기 시작해야지.

이번 글은 뭔가 임팩트가 없는 글인데, 줄줄이 써야 할 글들만 많아지는 글이다. 친구도 사회적 활동도 그닥 많지 않은 나에게 일을 하며 경험하는 임차인들과의 에피소드는 삶의 활력소이다. 그런데, 내가 하는 일만 정리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뭐든 써보는 걸로.


+ 매매 시 준비서류, 매매정산, 소유권이전등기

+ 건물주가 되는 또 다른 방법, 보존등기



# 매도용 인감증명서(부동산)

# 소유권이전등기

# 건물주 갓물주

# 건설업 관리부



매거진의 이전글 딱 이만큼으로는 안될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