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알지 못하는 제 영어 이름이 있습니다. 리사_Lisa. 푸하하하. 이 얘기를 들으시면 당신도 저처럼 크게 웃으실까요? 처음 듣는 얘기에 눈이 동그래지실까요? 머릿속으로 그려봤는데, 눈이 동그래지실 듯합니다.
'처음 듣는다' 서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리사'라는 이름이 누군가에게 불려진 적도 없고, 이 이름을 '내 이름이다' 알린 적도 없으니, 그 누구보다 저를 깊이 알고 계시더라도 알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 요새 브런치 감옥살이 하는 거 아시죠? 하나의 쓰기를 마무리하고, 마무리된 글을 '작가의 서랍'에 고이 저장하였다가, 저장된 글들을 틈틈이 수정하고, 이제는 보여줘야지 싶은 생각이 들면, 떨리는 마음을 두 번째 손가락에 담아 '발행' 버튼을 누르고 있습니다. 벌써 14개의 글을 발행했는데, 어렵지만 즐겁고 신나다 보니 당신에게 전하는 말들은 늘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마음이 미친년처럼 널을 뛸 때, 비 맞은 개처럼 끝도 없이 헤맬 때, 지옥이 내 발밑에 와 있을 때.
그렇게 바닥일 때에만 당신을 찾았으니 즐겁고 신나는 이 순간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어제 저장된 글을 발행하며 제 필명이 '아리사'가 된 이유를 정리해 봐야지 했는데, 당신께 먼저 들려드려야지 싶었습니다.
A-Lisa_ 아리사_
'Lisa'라는 영어 이름을 생각해 낸 것은 고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어떻게 저 이름을 생각해 냈는지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건 왜일까요? 너무 오래돼서일까요? 의미 없어서일까요?
'영어시간에', '필요에 의해' 지어내지 않았을까라고 추측해 볼 따름입니다. 'Lisa'라고 스스로 작명을 하였지만, 제가 지은 영어 이름을 딱히 쓸 곳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잊히고, 묻혔던 'Lisa'를 다시 꺼낸 것은 아이의 영어이름 때문이었습니다.
당신이 아시다시피, 제 꼬맹이는 초등학교 입학 전 미술체육을 전문으로 하는 놀이학교에 다녔더랬죠. 당시 영어유치원이 붐을 이뤘고, 꼬맹이가 다니는 놀이학교도 미술체육이 전문이었지만, 영어, 수학, 과학을 필수프로그램으로 넣어놓았더라고요. 아마도 초등 입학 전 학부모들의 교육적 갈망을 받아들여, 프로그램을 짤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학원 운영상 :)
꼬맹이는 'Jack'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얻어왔고, 'Jack'의 mommy 인 저는 이미 지어놓았던, 그렇지만 잊혔던 'Lisa'라는 이름을 꺼냈습니다. 그것도 잠시, 꼬맹이 초등 입학 후 또 그렇게 묻혀졌습니다. 잊혀졌습니다. 외국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설사 외국 생활을 한다 할지라도 여권명이 있는데 굳이 되지도 않는 영어이름이 쓰일 일은 없으니까요.
심연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끝도 없이 지옥으로만 빨려 들어갔던 저의 지난날들을 기억하시나요? 당신에게 참 많은 말들을 전했었는데.. 그것이 전해지지 않는 말들일 지라도 저에게는 '위로'이자 '안식'이었으니.. 주절거릴 수 있는 당신이 있어 견딜 수 있는 날들이었죠. 사람을 만나기도 싫었고, 톡으로 이어지는 관계도 싫었고, 무슨무슨 날 같은 걸 챙길 여유도 없었던. 그냥 모든 게 다 귀찮았던 시기.
"고객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눈 뜨면 살고, 눈 감으면 자는 날들이 반복되다 보니, 생일인 것도 몰랐습니다. 생일축하한다며, 즐거운 날에 쓰라며 쿠폰을 함께 보내준 쇼핑몰 덕분에 생일임을 알게 되었는데.. 생일이 뭐라고 그리도 슬펐을까요? 한없이 외롭기만 했던 생일. 639명의 카톡 친구와 889개의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음에도 단 한 명에게조차 전화할 수 없었던 그날의 쓸쓸함.
You gave me the gift of a little sister, and I'm proud of you today.
Lisa, it's your birthday. Happy birthday, Lisa.
Lisa, it's your birthday. Happy birthday, Lisa.
I wish you love and good will. I wish you peace and joy. I wish you better than your heart desires. And your first kiss from a boy. Lisa, it's your birthday. Happy birthday, Lisa. Lisa, it's your birthday. Happy birthday, Lisa. Ye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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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장하시겠죠? 심슨이라니..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은 아니었는데, 재미는 있었던, 위트가 넘쳤지만 심오했던. The Simpsons. 벌써 시즌 35래요. 맙소사.
'Lisa, it's your birthday. God bless you this day.'오늘은 네 생일이라며, 축복받은 날이라며 흥겹게 노래를 불러주는 바트와 마이클의 목소리가 위로가 되더라구요. 바트와 함께 부른 마이클이 누군지 아세요??
심슨네 가족들. 왼쪽부터 호머심슨, 마지, 리사, 매기, 바트
Michael Jackson! 바로 마이클 잭슨입니다.
네네. 맞아요. 잭슨 파이브의 마이클 잭슨. 댄저러스의 마이클 잭슨. 힐더월~ 메킷어베러플레이스 포 유앤포미 앤디인 탈 휴먼 레이스의(Heal the world, make it a better place for you and for me and the entire human race)마이클 잭슨!!
'Happy birthday, Lisa'는 1990년 마이클 잭슨이 직접 작사작곡한 곡으로 미공개곡이라고 합니다.
잭슨 오빠의 축하라니.. 생각 끌어들이기의 선수 중의 선수인 저에게, 잭슨 오빠의 'Happy birthday, Lisa'는 온리_only_ 저_ Lisa를 위한 '생일 축하곡'이었습니다.
Michael Jackson_ DANGEROUS_1991
Lisa, it's your birthday. Happy birthday, Lisa.
올해도, 전 어김없이 잭슨 오빠의 축하를 받으며 생일을 보냈습니다.
"잭슨 오빠. 감사합니다. 그 어느 날보다 행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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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는 리사인데, 왜 아리사가 되었는지 말씀드려야 했는데, 생각이 곁가지를 뻗어 하염없이 주절거리다 보니 수다가 길어졌습니다. 흠흠. 정신 차려야지. Lisa에 A를 추가했어요. A + Lisa. 너무 단순해서 또 웃었죠?
궁금한걸 잘 참지 못하고, 이것저것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제가 2016년 타로카드를 배웠습니다. 타로, 사주, 점.. 타인이 말해주는 과거나 현재, 미래에는 1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서 그동안 타로, 사주, 점이란 것을 본 적도 없었습니다. 아시죠? 제 철칙. '모든 시작도 끝도 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하더라구요. 타로카드가 뭔지. 한편으로는 뭐라도 배워두면 입출금만 하는 경리직에서 짤렸을 때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한몫했습니다. 타로카드를 이용해 먹고살려면 어떤 이름이 좋을까???
'나는 리사야' > 나 + 리사 > '모든 시작도 끝도 나지' > 나는 한자로 我(나 아) > 아는 영어로 A >
>> A + Lisa = A-Lisa.
의식의 흐름이 이렇게 이어졌습니다. 이후 A-Lisa는 좀 더 보기 좋고, 쓰기 쉬운 Arisa가 되었답니다. 이렇게 지어놓은 아리사가 브런치 필명으로 쓰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하긴 당신께만 주절거리던 제가 보여주는 쓰기를 할 줄은 그 누가 알았겠습니까. 저도 전혀 몰랐는걸요...
생각만 해 두었던 이름이, 브런치에 또박또박 적혀 있습니다. by. 아리사_ 비록 한글로 적었지만 이제야 제 영어이름이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오늘 전 당신의 아리사입니다.
_ 2023. 12. 20. 오후 07:58_ 눈이 나리는 수요일. 아리사가 당신께 전합니다.
p.s _ 그러고 보니 당신께 전하지 않은 이야기도 참 많네요. 타로를 시작했다는 얘기를 전해드리지 못한 것 같아 비공개 블로그를 보니 2016년 7월부터 2017년까지 그 어떤 얘기도 없더라고요. 돌이켜 보니, 지옥 지옥 그런 지옥이 없어, 책 한 줄 읽지도 못하고, 글 한 줄 쓰지도 못했던 시기였었다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어떤 기록으로도 남기지 않아, 기록된 글들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아문 상처를 쑤셔대지는 않았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워 억압이라는 방어기제를 작동시켜 더 깊숙이 기억을 몰아넣어서 일수도 있겠지만, 그때를 돌이켜봐도 오늘은 덤덤하네요.
이제는 좋은 날에도 당신께 주절거릴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아프지 말고, 평온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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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마이클잭슨의 오리지널 "Happy birthday, Lisa"입니다. 또 다른 리사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