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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죽음에 매우 취약하다.
나와 관계된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나와 관계되지 않은 사람들의 죽음에도 취약하다.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일인으로, 타인의 삶이 나의 삶으로 파고드는 것이 자연스럽다가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죽음은 나에게도 '곧' 또는 '언젠가' 벌어질 수 있을 것 같은 공포와 '이미' 또는 '벌써' 나한테 벌어진 일 같은 우울로 나를 잠식시킨다.
새벽에 혼자 우유배달을 하던 30대 여성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3일 오전 5시 10분께 부산 남구 우암동 모 빌라 앞길에서 우유 배달을 하던 민모(36. 여)씨가 흉기에 찔려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빌라 주민(51)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2007년 11월 23일 부산일보 기사
"가죽자켓을 사고 싶어 했는데, 빨간 가죽자켓을 사고 싶다고 했는데. 그걸 못 사준 게 천추의 한이예요"
당시, 흉기에 찔린 여성의 어머님은 펑펑 울며 인터뷰를 했고, 티비속 어머님의 한 맺힌 인터뷰는 나를 '쇼핑중독'으로 이끌었다.
가수 유채영이 위암으로 사망했다는 기사는 급여의 20%를 보험료로 지출하게 했고, 패혈증으로 사망한 신해철 씨의 기사는 노령의 엄마아빠를 병원으로 이끌어 폐렴예방접종주사를 강제했다.
묻지 마 범죄 보도기사는 거리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을 유발했으며, 스스로 떠난 자들의 소식은 남겨진 자의 지독한 슬픔이 되어 내 안에 자리 잡았다.
가장 쓸모없고,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지만. 걱정거리의 오직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일이라지만.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사람은 있고, 누구에게나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걱정도 있다. 그게 연예인 일지라도. 그게 살면서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일지라도.
특별히 좋아하는 연예인은 없다. 그러나 특별히 좋아하는 드라마는 있고, 특별히 즐겨 듣는 노래는 있다.
추리 수사물을 좋아하는 나는 크리미널마인드, CSI, 라이어, 덱스터와 같은 미드는 물론 영드 'SHERLOCK'_ 셜록은 탑오브 더 탑. 도 즐겨본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지만, 수사물 중에는 신의 퀴즈, 싸인, 시그널, 조선 명탐정, 임금님의 사건수첩, 탐정을 재밌게 봤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 미스터선샤인, 도깨비, 더글로리, 나의 아저씨, 라이프온마스, 응답하라 1988, 멜로가 체질, 철인왕후는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또 봤다. 장르는 다르지만 이들 드라마는 휴식이 필요한 내게 안식을 준다.
코드쿤스트, 잔나비 최정훈, 사이먼도미닉의 '사라진 모든 것들에게'와 릴러말즈(Feat. ASH ISLAND, 김효은, Hash Swan, CHANGMO)의 '야망', 창모의 'METEOR' 현재 나의 플레이리스트다. 단 세곡이지만 이 곡들은 두 달 넘게 나와 출퇴근을 함께 했다.
보고 또 보고, 듣고 또 듣고. 또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고, 또 다른 것이 귀에 들릴 때까지 반복하는 편이지만 휴식과 안정에 드라마와 음악만큼 좋은 게 없다.
이제는 쓰기도 들어왔다. 쓰기가 들어오니 읽기도 들어왔다.
브런치 작가가 된 나는 브런치를 통해 쓰기를 하고, 브런치를 통해 읽기를 한다. 나에게 '곧' 또는 '언젠가' 벌어질 수 있을 것 같은 공포는 'phonia_포비아_ 공포증'이라는 단어가 되어 콜포비아 세입자를 서랍 속에 들여왔고, 나를 잠식시키던 '우울'은 '이미' 또는 '벌써' 겪어내고 이겨낸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읽으며 벗어나고 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모든 일엔 일장일단이 있고, 의미 없는 일은 하나 없다.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죽음이 남겨진 자의 슬픔이 되어 나를 가로막았을 텐데,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쓰기가 살아내고 있는 자의 덤덤함으로 나를 끌어올린다. 지금_ 이때_ 이미_ 나에게_ 찾아온_ 브런치.
“인생도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쎄면 버티는 거야.”_ 나의 아저씨
2023년 12월 27일 수요일_ 시간은 흘러 흘러 2024년 01월 02일_ 나의 우울이 짧아졌다. 당분간 또는 앞으로 나의 내력을 여기 브런치에 천천히 쌓고, 단단히 다져보련다. 잘해보자. 나의 브런치.
# 보기
# 듣기
# 쓰기
# 읽기
그리고 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