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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사 Jan 05. 2024

오늘 눈을 감는다면, 아쉬운 것은 받지 못한 택배이리라

_ 뜯지 않은 택배가 망자의 이름으로 놓여있다면?

:


"백세시대 백세까지 살까봐_ 자격증 사냥꾼이 되었다 : 드디어 자격증 차례인가?"라는 글을 쓰며, 내가 언제부터 자격증 사냥꾼이 되었는지, 나는 왜 자격증 사냥꾼이 되었는지, 백세시대 백세까지 사는 것이 왜 두려운지 적어 내려가다가_


여전히 이 카테고리를 어떻게 채울지 고민 중이지만, 오늘 난 '내가 브런치에 쓰려고 자격증 사냥꾼이 되었나..' 싶을 뿐이다.


_ 라는 문장으로 정리한 후 글자에 볼드를 주어, 강한 문장으로 만든 다음 가차 없이 발행했다. 지금처럼 말이다. 쓰기가 좋은 것은 쓰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자격증을 찾게 된 이유는 때마다! 분명! 틀림없이! 존재했다."라는 문장을 적으며 백세시대 백세까지 살까봐_ 자격증 카테고리의 글을 이런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서랍 속 글들은 메모에 지나지 않고, 발행으로 이어지지 못한 문장들은 "짜투리_글들" "짜투리_갓물주" "짜투리_ 영드 'SHERLOCK'_" 이렇게 짜투리가 되어 서랍 속에 놓여졌다.


「드디어 자격증 차례인가?」에 들어가지 못한 문장들은 "CBT"라는 제목으로 서랍 속에 넣어놨고, 여전히 고민 중이지만, 보여주는 쓰기를 위해 무엇이든, 어떻게든 써보자 싶어 작가의 서랍을 열었다.


오늘 당장 눈을 감는다고 한다면,
아쉬운 것은 주문해 놓고 받지 못한 택배이리라.

CBT 맨 마지막 문장이다. 이 문장으로 가기까지 여러 문장들이 있었지만, 이 문장은 "저장과 발행사이"처럼 내 마음에 쏙 드는 문장이었다. 늘상 뚫린 입으로 지껄이는 말을 그저 쓰기로 옮겨놓았을 뿐이지만, "백세시대 백세까지 살까봐_자격증 사냥꾼이 되었다"의 마지막을 장식할 문장으로 점찍었을 만큼 아껴두고 싶은 문장이었다. 


그런데 왜? 그러게 왜?



“빈소로 온 어머니 마지막 택배”… 배송기사에 유족 울컥


daum_국민일보_ 이강민: 입력 2024. 1. 5. 00:12 수정 2024. 1. 5. 08:02

대구 남구 대명동 담당 택배 기사
“얼굴 뵙는 게 도리인 것 같았다”
A씨 “회사까지 알려져 좋은 일 있길”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택배 기사가 고객의 부고 문자를 받고 마지막 택배를 빈소로 직접 전달한 사연이 알려졌다. 4일 온라인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이 분 꼭 회사에서 칭찬받게 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게시자 A씨는 “갑작스럽게 모친상을 당해 장례를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며 “그러다 오후 8시쯤 CJ대한통운 택배 기사 한 분이 우물쭈물 ‘○○씨 빈소 맞냐’고 하며 택배를 하나 들고 들어오셨다”고 전했다.

택배 기사가 들고 온 것은 A씨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주문한 상품이었다. A씨는 “어머니 휴대폰에 택배 기사님 연락처가 저장돼 있었는지 부고 문자가 간 것 같다”며 “기사님은 주소지로 배송하지 않고 빈소로 직접 가지고 오셨다”고 전했다.


_ 후략




와.. 세상 개소름.. 빅데이터 알고리즘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다 못해,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낀 적 있으신가요? 네네네네. 저는 너무나도 빈번히 이런 기분을 느낍니다. 뉴스라는 건 사실을 전달하는 거긴 한데, 하필! 또! 오늘! 이 기사가 다음 메인에 올라올 껀 뭐란 말입니까?




“빈소로 온 어머니 마지막 택배”… 배송기사에 유족 울컥


어쩌지.. 이를 또 어쩌지. 택배기사님이 빈소로 가져다주실 꺼라고는 예상치, 아니아니 상상치 못한 일이었다. 빈소가 아니었다 해도, 설사 집이었다고 해도. 뜯지 않은 택배가 그것도 망자의 이름으로 놓여있다면?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다. '문 앞의 택배'는 이미 죽은 내가 감당할 범위가 아니었기에, 상상의 범위 안에도 들어오지 못한 상황이었다. 


택배기사님의 따뜻한 마음에 훈훈해야 하는데.. 아.. 이를 어쩌나.. 남겨진 자의 슬픔이 내 안에 자리 잡는 게 지독히도 싫어, 내 곁에 남겨질 이에게 아쉬움 따위 남겨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또 망한 것인가. 


"오늘 당장 눈을 감는다고 한다면, 아쉬운 것은 주문해 놓고 받지 못한 택배이리라." 받지 못한 택배가 아쉬운 건 나였는데, 남겨진 자의 슬픔으로 이어져 버렸다. 망할..



2024년 01월 05일 오후 04:39_ 옴마야 오늘이 금요일이라니. 종일 어둑어둑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 흠.. 역시. 쓰다 보면 정리되는 일들이 있다. 기본배송지를 "회사"로 해야겠다. 쇼핑을 끊을 수는 없으니. :) 다행인지 불행인지, 브런치를 시작한 후 택배 배송이 심히 줄어들었다. 쓰고, 수정하고, 다시 쓰고, 다시 수정하고, 사진 찾고, 사진 넣고, 또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쇼핑할 시간이 없다.



# 빅데이터 알고리즘

# 또 하필, 또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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