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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소라수경 Jul 20. 2024

오감이 편한 아이

아들의 난독증 탈출기 _ 연재 2

아들의 초등학교 1학년, 난독증인 것을 알았다.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아이는 자신이 글을 읽지 못한다는 것을 모른 채로 2학년이 되었다. 

아이가 받아쓰기를 해서 단 한 단어라도 맞추면 우리 가족은 모두 모여 박수를 치면서 축하해 주었다. 아이가 다 틀린 시험지를 가지고 와도 어느 누구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담임 선생님도 우리 가족도 시험 점수에 연연하지 않았다. 

한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아이의 정면 사진을 넣고 편지를 써서 아이 편에 보냈다. 담임 선생님이 아이를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 학부모회 활동을 했어도 담임 선생님이 알게 모르게 학급일을 도왔기 때문에 공공연하게 담임을 찾아가는 일을 만들지 않았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 엄마입니다. **이는 글을 잘 읽지 못하는 <난독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최**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큰 탈 없이 한 해를 보냈습니다. **이는 칭찬을 하면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아이입니다. 글 읽는 것을 주변 친구들이 도와주고 있어 크게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글을 읽고 쓰는데 어려움이 있어 아이가 주눅 들지 않게만 부탁드립니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것은 괜찮습니다만 학교를 좋아하고 담임선생님을 존경하는 아이로 컸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등교가 즐겁도록 담임 선생님께서 도와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매 해 아이가 글을 어느 정도 익혀가는지 담임 선생님과 소통했다. 다행히 훌륭한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아이는 즐겁고 행복하게 초등학교 생활을 마쳤다.


아이는 늘 자신은 담임 선생님 복이 있는 것 같다며, 담임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친숙함을 드러냈다. 학생시절에 나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아이는 스스럼없이 표현하고 만족했다. 담임 선생님을 비롯하여 친구들의 도움까지 더하여져 정신과 육체가 건강한 아이로 자랐다.  


핸드폰 문자 메시지는 아이에게 무척 좋은 글자 연습 도구였다. 

"어마 ! 하교 끄나어요" 라고 쓰면 

나는 응 그래~ "엄마, 학교 끝났어요."라고 하면 되겠지?라고 한다. 

그러면 아이가 "엄마, 학교 끝났어요."라고 회신을 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울컥울컥 했다. 

'언제 글을 다 알게 될까?'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아렸다. 영 관련없는 문장이 암호처럼 올 때에도, 더 힘들어하고 불편해 할 아이를 생각하면서 답답한 감정을 억눌렀다.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아이가 학습부진자로 찍힐까 싶어 얼른 편지를 써서 아이 편에 담임 선생님께 보냈다. 다행히 담임 선생님은 아이의 약점보다 강점을 살려주시고 인정해 주셔서 학교 생활도 즐겁게 할 수 있었다. 

아이는 초등학교 내내 편지 배달을 한 경험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담임 선생님께 중학교 3년 동안 안전 배달을 마쳤다. 선생님들도 매 해 학생을 인수인계(^^::)를 하시면서 지원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시는 듯 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도와주는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손길로 인해 상처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잘 자라고 있다.  


둘째 녀석 지원이는 자신이 글을 잘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이 오감에 민감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했다. 

글이 읽히지 않아도 듣고 맡는 것, 이미지와 향, 주변 상황과 맥락을 찾아들어가는 것이 편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 엄마, 난 괜찮아. 적응하고 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떤 표정을 해야 할지 잠시 감정에 충돌이 생겼다. 

내가 아들에게 늘 했던 말.

"지원아, 괜찮아... 우리말 못하는 사람 없지? 틀려도 돼. 괜찮아...!"

아이는 오늘도 문자보다 상황을 파악한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통해 핵심에 접근한다. 

'느릿느릿 가면 어때...' 아이와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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