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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소라수경 Jul 22. 2024

비누 만들기가 불러온 변화

귤피부, 두꺼비 피부 탈출기

둘째 녀석 초등학교 1학년 반대표가 되면서 나는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천연비누 만들기였다. 학교에서 벼룩시장을 했다. 판매자로 학부모는 반에 한 팀 참여 가능했고 학생은 제한 없이 원하는 모두가 가능했다. 전교생 학부모에게 홍보가 되었고 지역 주민들도 구입이 가능했다. 

내가 반 대표를 했기 때문에 무엇을 팔면 잘 팔릴지 학부모들과 회의를 했고 그렇게 해서 낙점된 것이 천연비누였다. 나는 호기롭게도 천 장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겁 없는 엄마들도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왔다. 

천연비누 키트를 가진 대로 다 가지고 모여 천 장을 만들기로 하고 거의 2천 장에 육박하는 비누를 만들어 냈다. 그때 처음 비누 만들기를 경험하면서 '귤과도 같고 두꺼비와도 같은 나의 피부가 고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면서 재료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폈다. 

2천 장에 가까운 천연비누는 생각보다 너무나 잘 팔려 수익이 40만 원을 넘기면서 전교 1등을 하게 되었다. 물론 수익금 전액은 지역에 있는 지원이 필요한 단체에 학교 이름으로 기부되었다. 담임 선생님도 이런 수익은 처음이라며 개인카드로 밥을 사 먹으라 하셔서 고사하다가 선생님께 지고 수고한 학부모들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매우 인상 깊은 경험이었다. 


그 이후 나는 개인적으로 천연비누 키트를 샀고 내 피부에 맞을 것 같은 분말(오트밀, 진주펄, 감초, 어성초, 그린클레이, 녹두, 대나뭇잎, 딸기, 로즈메리...)을 사서 5가지 정도씩 믹싱을 해서 만들기를 수백 회를 거듭했다. 망치기도 여러번 망쳤고 만들었다 녹였다. 별의별 방법으로 나에게 맞는 재료를 찾기 시작했다. 

천연 비누를 만드는 동안 낮에 피곤했던 모든 일들이 눈 녹듯 사라지는 도를 닦는 반열에 오르는 것 같은 신선함도 느낄 수 있었다. '밤에 잠을 자지 않고 왜 일을 하느냐'며 핀잔을 주는 분들도 많았지만 내가 만든 비누를 선물하면 잔소리는 사라지고 즐겁게 받아서 사용하면서 피드백을 해 주기도 했다. 


 


그렇게 비누를 만든 지 8년이 넘었다. 지금은 내가 원하는 용도로 만들기가 가능해졌다. 클렌징 비누, 화이트닝 비누, 여드름 비누, 때비누 등 다양하게 만들다가 이제는 하나로 뭉친 기능의 비누를 만들게 되었다. 각질이 생길 틈도 없이 천연팩과도 같은'신수경표' 비누로 아침저녁 열심히 씻어낸다. 


천연비누를 만들고 나니 샴푸와 화장품도 만들기가 가능해졌다. 천연비누는 내 피부만 좋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물 오염도를 낮춰주는 착한 소비상품이 되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학교 행사라는 선한 취지에서 시작해서 나와 가족의 문제성 피부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적용하여 상품을 만들고 의도치 않게 지구 환경까지 생각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너무 거창한가?^^)  그 덕분에 나의 귤피부는 점점 정상피부가 되어 갔고, 두 아들 얼굴에 생긴 여드름까지 잡히기 시작했다.  얼마 전 나의 수업을 듣는 여드름쟁이 제자에게 비누를 선물하고 세안법을 알려주니 붉었던 화농성 피부는 진정상태로 들어갔다. 덕분에 예뻐지고 있다는 그 여학생에게는 끊이지 않고 비누를 선물할 생각이다. 


비누를 만들 때, 주변을 소독하고 시작한다. 만드는 과정과정 신중해진다. 무엇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그런 것 같다. 

아들 둘이 다 좋은데 자격증을 정식으로 취득했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해 왔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더라도 제품표기, 원산지 표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 선물을 하려면 자격증을 따야 하나?' 두 아들의 성화에 이제는 자격증을 준비해야 싶기도 하다. 


귤피부가 정상피부가 되고

여드름 피부에 화농이 사라지고 

지구 생태계에 파괴를 조금 줄여주는 천연비누가 주는 영향에 대해 잠시 생각하며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선물을 하려면 자격증을 따세요"라는 말이 자꾸 맴맴 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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