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터널을 지나며....
어느 날인가 지독한 꿈을 꾸었다.
까만 하늘. 현실 세계에서 접영을 해 본 적도 없는 내가 꿈속에서는 "푸하! 푸하" 팔을 내 저어가며 깊은 물속을 뚫고 꽂히듯 들어갔다 나왔다를 거듭했다. 두 팔을 모으고 물을 향해 들어가면 그 물 속도 그렇게 까만 것이다. 다시 "푸하" 숨을 내뿜으며 물 밖으로 튀어 오르듯 날아올라 숨을 힘껏 몰아 쉬고 다시 물속을 가르듯 들어갔다. 꿈인데도 어찌나 생생한지...
왜 물 속도 까맣고 물 밖도 까만 것인가! 물 안에도 도시가 있고 물 밖으로 나오니 까만 육지가 드러났다. 나의 까만 터널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다. '터널이 아무리 긴 들 그 끝이 분명히 있을 터인데...' 꿈속에 나의 무의식은 되뇌고 또 되뇌고 있었다.
일상에서 풀리지 않는 숙제 같은 무거운 짐이 있다. 그 문제만 풀리면 다른 모든 문제는 순차적으로 풀릴 것 같은데 하나의 고리를 풀어내면 또다시 고리 지어진 매듭이 나온다. 그래도 나는 그 매듭을 조용히 풀어내고 풀어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무거워서, 힘들어서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 순간, 나는 집중력을 발휘해 내곤 한다. 처음 문제가 터진 것은 논문학기 들어서기 바로 직전이었다. 그런데 문제를 해결하면서 논문을 완성해야겠다는 각오로 매일 저녁 사무실에서 꼬박 틀어박혀 한 장 한 장 써 내려갔다. 지도교수님과의 약속을 꼬박꼬박 지켜가며 슬퍼하고 푸념할 시간을 모아 논문 쓰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나온 논문을 받아 들고 혼자 앉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잘했다... 잘했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나는 그 거대한 문제 앞에 좌절하지 않겠다. 지난 꿈 속에서 까만 하늘, 까만 물속에서 완전히 헤어나지 못했을지라도 언젠가는 해가 틀 터.
그날, 마침내 해가 떠오르는 날. 나의 짓누르려고 덤버든 어둠의 실체를 글로 써 내려가겠다. "내가 그 짙은 어둠을 뚫고 나왔노라고" 당당하게 써 내려가려 한다. 그날을 위해 삶에 굴복하지 않고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
추상적이고 뭉뚝하게 쓰인 이 글이 완성되는 날이 해를 보는 날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