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하늘 때문인지 지난주까지만 해도 반짝 반짝 하던 나뭇잎이 그 빛깔을 잃은 것 같이 보였다. 월요일 아침이라 차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나는 오늘 부천까지 가야 한다. 서시 강북구에서 부천은 꽤나 먼 거리... 시내를 뚫고 가는 것이 나을지, 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지 잠시 차를 세워두고 고민을 했다.
그리고는.... 20킬로를 돌더라도 외곽순환도로를 이용하기로 결정하고 가까운 시내 도로를 등지고 재빠르게 달렸다.
삶의 과정 속에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있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겪어야 할 일들이 달라진다.
나이 오십을 살면서 내가 내렸던 판단, 결정의 결과물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오늘의 주제 <길>로 청글넷 '오글'을 시작한다.
외곽순환도로 위 어딘가...
운전을 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인데, 바삐 움직이다 보니 앱을 켜는 것을 까먹었다. 친구가 보내준 음원을 플레이하고 앞만 주시하고 외곽순환도로로 진입했다.
그 순간 "아! 너무 잘 했다!" 오늘 나의 선택은 꽤나 맘에 들었다.
월요일 오전 내부순환도로를 타기 위해 막히는 도로에서 조금이라도 일찍 가기 위해 머리를 들이대는 차량, 끼어드는 차량을 방어하고자 크락션을 울리는 시끄러운 도로의 분주함이 아니라 오른쪽 왼쪽으로 다소 가라앉아 그 빛을 잃기는 했어도 나무가 있고 구름이 있고 산이 보이는 외곽순환도로는 지지난 주 주말, 차량 충돌로 상한 나의 육신에 위로가 되었다.
'밀리는 도로에서 몇 초 만에 한 번씩 브레이크를 잡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 좀 돌아가더라도 산도, 바람도, 나무도, 구름도 보이는 이 길이 낫다... 때로는 통행료를 지불해야 하고 저 멀게 느껴지는 이 길이 낫다......!'
내 삶도 그러했다. 빨리 가려고 가로질러 가는 길인 것 같아 선택한 그것이 나를 더 힘들게 했고 길고 지루하게 느끼게 했다. 크락션같은 굉음도 있었고 치고 들어오는 자들로 힘든 순간도 있었구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것이 삶인 것을....... 그 순간이 쌓이고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이니 내 삶의 에피소드요 오늘 내가 이렇게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었구나......'
20킬로를 돌아가는 이 길이 오히려 좋은 길이었다는 것은 안 것은 <복잡한 지름길이 준 교훈> 때문이라는 사실...... 푸른하늘의 유영석이 부르는 '눈물이 나는 날에는'이 감미롭게 느껴진다.
오십을 지나며 나의 삶의 단상들을 하나하나 꺼내보려 한다. 오십일 글쓰기의 길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