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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테시아 Sep 21. 2022

삶의 여유 - 붉은 미소

필링 인 터키

허름한 생선 좌판에 눈이 들어왔습니다.

좌판 옆의 차도에서는 차들이 뿌연 연기를 내며 지나가고 있었지요.

생선을 파는 아저씨는 검은 비닐봉지에 손님이 주문한

생선을 넣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터키를 여행하면서 생선 가게를 보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지중해나 흑해 지역이나 와야 생선 가게가 보이고

그나마 싼 값에 생선을 먹을 수 있을 정도였죠.     


유목민 후예였던 문화도 있겠지만,

이슬람 종교 전통상 생선은 이들이 먹는 주 메뉴에서는

한참 비껴 있기 때문에 이었습니다.


트라브존을 어슬렁거릴 때 생선 좌판이 눈에 들어온 것은

어쩌면 당연할 일.

멀리서 봤을 때는 생선의 아가미가 밖으로 나와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가까이 나가가자 이내 생선이 물고 있는 붉은 정체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붉은색을 띤 해초 잎들이었습니다.


생선들은 붉은 잎을 물고 저마다 자세를 취하고 있었지요.

자세히 생선을 보자, 

아저씨는 놀란 눈치였습니다.

낯선 동양인도 놀라겠는데, 자신이 펼쳐놓은 자판 위의 생선을 보며

사진을 찍으니 어련했겠습니까.  

 

사진을 찍고 생선에 물린 붉은 해초를 가리키며 “촉 귀젤(매우 예쁘다)”이라고 하자,

이내 내 행동이 이해됐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해초 잎을 생선에 물리는 시험까지 보여주던군요.     


흑해의 생선이 물고 있는 붉은 해초처럼 붉은 미소를 띠고...

생선이 가득 든 검은 비닐봉지를 건네주는 힘찬 손처럼

강한 생명력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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