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테시아 Oct 23. 2022

흑색의 미학

필링 인 터키 - 디야르바크르

거친 흙색의 먼지가 아름다웠던 디야르바크르.

쿠르드족 터키의 수도라고 할 만큼 가장 많은 쿠르드인들이 살고 있는 도시다.

도시의 90% 이상이 쿠르드인이니 가히 수도라고 할 만하지 않는가.     


도심 약간 떨어진 곳에 우시장이 있었다.

동남부 외곽을 가기 위해 작은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곳이었지만,

그곳에서 난, 거친 흙색의 먼지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버스에 내리자마자 변(?)의 냄새가 걸음을 멈칫하게 만들 정도였다.

피하려고 피했지만, 얼마 걷지 않아 신발에는 소, 양, 말, 염소들의 배설물이 

잔뜩 묻어 있었다.     

늦은 가을,

옷차림도 바람도 햇살도 흙색을 닮아 있었다.

노년의 얼굴에 파여 있는 주름살도 흙색을 띠고 있었다.     

가져온 가축들을 팔기 위해,

아니면 그들의 생활의 가장 큰 일부가 될 가축을 사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분주하고 활기찼다.     

낯선 이에게 친근한 미소를 잊지 않고.

허름한 플라스틱 앉은뱅이 의자에 자리를 내주며

차이 한 잔을 선뜩 대접하는 여유로움까지.     

차이의 향기와 흙색의 향기가 어우러진 자리에

시간을 잊은 채 한 동안을 멈춰 서 있었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차 시간을 깜빡하고 있던 동양인 여행자를 찾기 위해

작은 터미널은 발깍 뒤집혀 있었다.

차장은 물어물어 나를 찾아 왔고.

난 그렇게 질퍽거리는 땅을 밟으며 뛰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푸르른 삶 - 흑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