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 인 터키
눈이 비처럼 쏟아지더니
비가 눈처럼 조용히 내리던 날
그리움이 길이 되어 버렸다.
처음이라 생소했던 터키 사람들의 큰 행동과 큰 웃음이
낯설게만 느껴지던 시간.
친절이 너무 적극적이라서 왠지 모를 부담감으로
어색했던 시간.
처음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처럼 뒤뚱뒤뚱
이방인의 땅에서 발걸음을 옮겼다.
무거운 배낭은 잠시 쉬어가라고 여행자를 잡아끌고
한 장의 지도는 이리저리 여행자를 흔들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여행자의 숙명 같기도 한 길.
길을 따라 떠난 여행이지만,
길 위에서 헤매기가 다반사(?)인 일정.
일상을 살면서 낯선 일상과 만나게 되면,
문득 여행지에서의 길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생소했고 낯설었던 그 길들이 기억 저 끄트머리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
기억 파편의 저 길이 왜 날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눈이 비처럼 쏟아지던 낯선 일상.
지나갔던 길들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