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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테시아 Nov 21. 2022

눈의 도시에 봄이 오다 - 카르스

필링 인 터키

눈의 도시 카르스에도 봄이 왔습니다.

한번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봄은 다시는 올 것 같지 않게 내리던 도시에도

봄은 소리도 없이 찾아왔습니다.     

겨우내 얼었던 개울도 봄 햇살에 못 이겨 

울꺽울꺽 차디찬 물을 흘러내립니다.

딱딱하게 얼어붙어 부서질 것만 같았던 대지도 

달콤한 봄바람에 가슴 풀어헤치고 

초록의 생명을 잉태하기 시작했습니다.

  

카르스, Kars는 터키어로 눈이란 뜻
아르메니아 정교회의 회당이지만, 무슬림의 나라에서는 그저 아이들의 놀이터.

겨울이면 유독 더 황량해 보이던 눈의 도시 카르스.

메마른 먼지가 골목을 휘젓고 

무채색의 외투를 입은 이들의 추운 어깨가

깊은 슬픔을 던져 주던 눈의 계절.

척박한 땅의 겨울은 피하고 싶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도시보다 늦게 찾아오는 봄이지만

카르스에겐 더없이 행복한 계절입니다.

해질녘 땅거미 내리는 듯한 진한 회색의 도시는

그 누구보다 찬란하게 봄을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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