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을 찾았습니다

by 김혜진



그러지 말자고 맘먹었습니다. 가능한 우리 힘으로 시작해보고 싶어 이곳저곳 발품 팔며 신혼집을 알아보러 다녔건만 만만찮은 집값에 존재치 않은 현실과 과감 없이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한숨을 몰아 쉬어도 머리 굴려 고민을 더해봐도 빚과 함께 시작되는 신혼은 거부하고 싶었기에 차선책을 택해봅니다.


십여 군데를 돌아다닌 끝에 원하는 동네 바라던 집을 찾았고, 생각의 생각을 두 번 더 한 끝에 부동산 계약서 서명까지 완료했지 말입니다.


경비아저씨도 없고 엘리베이터도 없고 거실 창밖 야경도 없지만, 방은 두 개나 있고 화장실엔 자그마한 창문도 있고 좁다란 베란다엔 빨래 널 공간도 있습니다. 일조량 따위 과감히 포기하고 깨끗한 주변환경 그리고 출퇴근길이 편리하니 이만하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말고입니다. 집에 들이는 가구며 물건도 최소한으로 해 보려고 합니다. 엄마집에 있던 몇 년째 사용하지 않던 와인잔도 몇 개 가져오고, 냉장고 살 때 덤으로 주신 그릇들도 충분히 쓸만하기에 그대로 받아왔습니다. 언니가 사두고 안 쓰던 고급 접시도 챙겨 오고 동생이 결혼 전 사용하던 옷장도 여전히 끄떡없기에 트럭에 싣고 왔네요.






알뜰함과 청승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마음 뒤로한 채 그저 사용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뿐이었지 싶습니다. 돈은 버는 것보다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곧잘 말씀하셨던 엄마가 어느 날 현대백화점 앞에서 만나자 합니다. 입맛에 맞다 하시는 중식당에 가시려나 했는데 10층 침구코너로 데려가시네요. 이부자리 세트는 엄마가 하나 사주고 싶다, 암말도 마라. 하시며 판매원 분과 몇 번의 대화 끝에 이걸로 그럼 주세요, 하신다. 색 곱고 부드러운 촉감이 안 살 이유가 없지요? 이불이 말을 거는 건지 점원 이모님이 얘기하시는지 어디선가 들려옵니다. 엄마를 바라보는데 웃음이 나네요. 할 말 한 트럭이지만 그저 고급진데! 알겠어 이걸로 할게, 하고 답했지 말입니다. 단 십여 분 만에 얼마인지도 모르겠는 결제까지 완료하는 엄마입니다.


두툼한 엄마 손잡고 나오는 길 옆구리 팔짱을 끼고 싶어 져 꼭 안다시피 팔을 끼우니, 귀찮다 하는 엄마. 어딘가 귀엽고도 호탕한 엄마에게 '그렇게 사주고 싶었어?' 물으니 좋은 걸로 덮어. 하십니다. 묵직한 한마디, 그 울림의 여운이 흐르는 시간 속에 아로새겨짐을 느낍니다.


며칠 뒤 2층 빌라 집에 도착한 이불꾸러미 택배. 여름이불 겨울이불 베개며 시트며 이렇게나 한가득이었다니 싶어 처음엔 헛웃음이 나더니 뒤이어 눈물마저 흐릅니다. 든든한 엄마가 있음이 실감되어 행복에 목메었나 봅니다.


결혼도 혼자 알아 척척 준비하더니, 욕심 없이 살림살이 비용 절감해서 집값으로 더하는 모습이 대견하다며 둘 힘으로 부모님 걱정 안 끼치게 하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뭔가 해 주고 싶었다, 하며 진심을 전해주시는 엄마입니다. 그러면서 약간의 목돈과 이부자리를 선물해 주셨지 말입니다.


온전히 하나의 도움도 안 받고 싶었다 말하지만, 사실 뱃속 태아로 열 달을 엄마와 붙어살았던 시절부터 여태껏 그 많은 돌봄 어찌 말로 다 하겠나 싶습니다. 부모의 끝없는 믿음과 도움, 계속 받아왔고 말고입니다.






볕이 잘 들지 않아 낮에도 형광등을 켜 두어야 하는 신혼집. 여름이면 에어컨 없이도 지낼만한 선선한 기온의 집. 소파는 3인용으로 충분한 우리 집 거실과 부엌의 경계를 만들어주는, 우리 부부의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식탁까지도 맘에 쏙 듭니다. 누군가 말하길 사이좋고 오래가는 부부사이는 대화가 있고 없고로 결정 난다, 하던데 그 말 전적으로 믿어도 좋지 싶습니다.


말 수 적은 남자였지만, 꾸준히 이야기하며 말을 걸고 넌지시 질문을 하다 보니 제법 말이 늘었지 뭐예요. 먼저 농담도 하면서 많이 웃기도 하고 대화의 반응속도도 재빨라졌고 말이지요. 대화의 힘이 온전히 느껴집니다 다.


그런데 이 집에 살며 가장 신기한 건 따로 있답니다. 집 구조상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거실임에도 불구하고 초록초록한 인테리어를 포기할 수 없어 커다란 해피트리는 물론 이름 모를 야자수 잎 모양의 나무도 키우고 있는데요. 일 년이 지나고 두 해가 되어가는데도 너무나도 잘 자라고 있지 말입니다. 나무에게도 가끔 말을 걸어주곤 하는데 정말로 그래서인 걸까요, 아니면 이 집에 차고 넘치는 에너지로 함께 공생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록빛 한가득 머금고 잘 자라주는 나무 그리고 웃음기 많아진 남자와 한 집에서 알콩달콩 살아감에 결혼했음이 자꾸만 좋아져 갑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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