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엄지 척 사인
우와, 엄마 영화배우 같다!
태어나 처음 '배우 같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배우가 아닌데 배우 같다고, 예쁘다고, 똑똑히 들었습니다. 이 말. 평생 기억하려고 빠르게 적어 두고 있습니다.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소리까지 내며 배시시 웃고 있네요.
마음 진정시키려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모금 잠시 마시겠습니다.
저녁에 친정엄마와 판소리 공연관람 약속이 있는 오늘인데요. 오랜만에 하는 모녀간의 데이트 - 강남 외출이지 말입니다. 오늘 아침엔 평소와 다르게 비비크림에 파운데이션을 덧바르고, 살구빛으로 살짝 볼 터치도 해봤습니다. 마무리로 얼마 전 새로 산 '어도러블' 네이밍의 립스틱도 바르고요.
쪼르륵 달려와 등원할 옷 다 갈아입었다며 '엄마는?' 하면서 다가온 아들. 화장대 거울에 비친 엄마를 빤히 보더니만, 우와! 하고 지나친 감탄을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원헌드레드 만족인데, 뒤이어 오른 엄지를 치켜세우더니 '엄마 오늘 영화배우 같다. 예뻐!' 하네요. 갑작스러운 멘트에 민망하기도 하고, 잠시잠깐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붉은 립스틱의 효과인지 아니면 조금 힘을 줘 화장한 엄마를 자주 못 본 탓인지, 아이 눈에 비치는 엄마가 그렇게나 다른 건가, 했습니다.
길거리 캐스팅 제의를 받은 것보다도, 백상예술대상을 받은 것보다도, 기쁘더군요.
예쁘다는 말 쿨하게 하더니 뒤돌아, 배고프다는 아들. 아침부터 초스피드로 토르티야까지 만들어주었네요. 이건 프랑스 음식인가 이탈리아 음식인가 하면서, 엄치 척 하며 맛있게 먹는 아이를 보는데 옛 기억이 오버랩되듯 하나의 장면 -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너네들 먹는 거 보기만 해도 난 배부르다. 흘리지 말고 얼른, 많이 먹어." 누구의 목소리인지 생각할 것도 없이 단번에 알아차렸지요. 엄마입니다. 진짜 영화배우보다도 더 영화 같은 진한 삶을 살아온 내 엄마였지 말입니다. 어린 시절, 노랗다 못해 갈색으로 변색된 가족 앨범에서 보았던 엄마의 소녀적 흑백사진이 불현듯 떠오르네요. 세월이 꽤나 흘렀음에도 사진 속 젊은 엄마가 선명히 기억에 남아 있는 이유는, 정말이지 너무 예뻐서였지 싶습니다.
오늘 저녁에 있을 친정 엄마와의 둘만의 데이트는 연말 청룡영화제 시상식에 참석하는 마음으로, 대배우님 에스코트하며 모시고 다녀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