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살짝 보이게

크롭탑 스타일링

by 김혜진




엄마도 배 살짝 보이는 옷 입어봐.





오전 등원 준비가 모두 끝난 아들. 기본 중의 기본인 블랙으로 입고자 하는데, 까만색은 아니라고 다른 옷 없냐며 옷을 직접 골라주겠다며, 옷장 좀 보자고 합니다.



하나 둘 결려있는 옷들을 들춰보면서 이거랑 이거 어때? 예쁘겠는데? 하네요. 스커트를 골라주는군요. 뭐 그러자, 싶은데 위에는 뭘 입을 거냐 합니다. 골라둔 스웨터를 꺼내드니 고개를 흔드네요. 아닌가 봅니다. 원하는 대로 입어주고 싶지만, 나가야 하는 시간이 다 되었네요. 서둘러 주차장으로 갔고, 차에 탄 아들은 들릴락 말락 아니 분명 들리는 혼잣말을 합니다.



'엄마도 배 보이는 옷 입지. 그럼 더 이쁠 텐데.'



배? 배꼽? 로우라이즈, 크롭 티를 말하는 건가? 싶어서 자세히 물었어요. 옷이 이만큼 올라가고 배가 보이는 그런 옷을 얘기하느냐고요. '응응!' 맞다 합니다. 설마설마 한 바로 그 옷, 크롭 티가 맞았습니다.



아들의 크롭 티 발언을 듣고선 '이것 참, 어이가 없네' 싶었으나 들리게는 못 하겠고, 그냥 웃어넘기려 소리 내서 웃었네요. 장난인가 싶어서 웃고 지나치려 했건만, 못내 진지한 아들은 다시 한번 더 얘기를 합니다. 이번엔 또박또박 알아듣도록, '배 보이게 입으면 훨씬 예쁜데. 엄마 예뻐지는 거 모르는구나?' 순간 얼음입니다. 운전대 잡은 손도 흠칫 놀라서 핸들을 꽉 부여잡았네요.



아들 갖은 엄마들은 모두 이런 건지.

내 아들의 패션을 향한 유니크함인지.

엄마를 위한 아들의 적극적인 조언인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새로움을 좋아하고 도전을 몹시도 즐기는 엄마지만, 배꼽이 보일 만큼의 옷은 한계치 오버인지라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군요. 그래도, 근력을 모아 모아 일단 한번 도전해 봐야 하는 걸까요? 한겨울인 지금으로부터 여름까지는 시간이 남았기에 아직은 좀 더 생각을 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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