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은 결과일 뿐이다
엄마. 아침에 왜 동화책 안 읽어줘?
어제저녁 잠들기 전 아이에게 받은 질문입니다. 취침시간인데 왜 아침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잠들고 난 뒤 다음날에 있을 일 때문이랍니다.
아침이면 우리 집은 물론 아랫집 윗집 옆집마저도,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반복되는 엄마들의 언성 높인 소리가 들려옵니다. '지금 몇 시니. 이러다 늦겠어. 몇 번을 말해야 해, 어서 일어나!'라고요.
생각해 봤습니다. 이런 되풀이되는 말 대신, 아침을 최대한 평온하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뭐가 있을까 하고요. 그리고 고심하던 중 기막힌 아이디어 하나가 번뜩 떠오르더군요. '잠들어 있는 아이 방으로 가서 그림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어줘 보자', 하고요. 망설일거 뭐 있겠어요, 그 즉시 행동으로 옮겨봤습니다.
이른 아침 책장에서 스토리가 있는 동화책을 한 권 골라서 잠든 아이 옆에 앉아서 읽기 시작한 거죠. 처음엔 시끄럽다는 듯 뒤척였지만 계속해 구연동화 선생님처럼 읽어주니 의외로, 기대이상으로 결과가 너무 좋더라고요. 그렇게 일주일에 서너 번은 아들의 아침잠 깨기 용도로 '아침동화책'을 활용하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중, 날이 조금 쌀쌀해지다 보니 따땃한 이불속에서 조금만, 정말이지 조금만 더 있고 싶어져 엄마의 기상시간이 계속해 늦어지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빠듯해져 아침동화책은 패스를 하곤 했죠. 그랬는데 어젯밤 잠자리에 들면서 이러는 거예요.
"근데 엄마. 아침 동화책 왜 안 읽어주는 거야, 읽어주기로 했잖아. 잊었어?"
순간적으로 아차차...! 말 그대로 흠칫했네요. 아이와 한 하나의 약속인데 지키지 못함에 살짝 부끄러웠네요. 그리고 왜?라고 의문을 제시한 아이에게 이번엔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내일 아침엔 읽어줄게.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하라고."라고요.
그렇게 얘기하며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 하나가 있었지 말이에요. 다름 아닌 '꾸준함' 이였는데요. 참 쉬운 듯 보이면서도 굳건히 지켜내기가 몹시도 힘겨운 낱말 같아요. 끈기. 꾸준함. 인내. 정말이지 꼭 붙잡아 두고픈데 잠시 잠깐 사이, 한눈이라도 팔면 곧장 사라지고 마는 연기 같은 존재인 듯해요.
숨 한번 크게 들이쉬고, 꾸준함에 대해 가만 생각해 봅니다. 꾸준함이란 것이 무엇이길래 스스로 하는 다짐마저도 그토록 쉽게 초반에 무너지고, 계속하지 않을 다른 여타 이유를 찾는 걸까 하고요.
꾸준하게 무언가를 한다는 것.
끈기있게 매일같이 한다는 것.
한결같이 부지런히 한다는 것.
끈기의 중요함을 강조한, 아성다이소 창업주인 박정부 회장의 다이소의 성공 비결을 담은 책 '천 원을 경영하라'에서도 꾸준함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요. 인상 깊던 이야기 옮겨봅니다.
"소위 말하는 성공이란, 화려하게 주목받는 며칠이 아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끈기 있게 '기본'을 묵묵히 반복해 온 순간들이 모여 이룬 결과다. 티끌이 모여 태산을 이룬다고 했던가. 한 번에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작은 일을 철저히 해야 큰 일을 할 수 있고, 과정을 꼼꼼히 챙겨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한 방의 홈런 속에는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땀방울이 녹아 있다. 홈런은 결과일 뿐이다. 그런데 과정은 생략한 채 홈런이라는 한 방의 결과만 기대하는 것은 아닌지. 꾸준함은 모든 것을 이긴다."
아들의 질문으로 인해, 홈런 치는 방법 - 꾸준함을 새삼 되새겨볼 수 있었지 말입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새벽 출근한 신랑의 모닝콜을 받고선 눈을 뜨자마자, 무거운 몸 곧장 일으켜 세워 거실 책장으로 갔습니다. 무엇이 좋을까, 하며 보던 중 영국작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가 눈길을 끌기에 꺼내 들었고, 고른 책을 들고선 새근새근 곤히 잠들어 있을 아이 방으로 기분 좋게 향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