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보다 감정이 앞설 때
엄마, 이제 안전하다. 그치?
일주일에 서너 번은 밥 그리고, 또 두세 번은 토스트로 아침을 챙겨주고 있는데요. 식빵 토스트를 먹을 때면 우유를 함께 따라 주곤 해요. 그리곤 곧이어 말하죠.
"컵 조심해. 쏟지 않도록 조심히 마셔야 해."라든지.
"컵! 옆에 컵 있잖아. 조심해서 먹어야지." 한다거나.
"쏟겠다. 조심조심. 두 손으로 잘 들어서 쏟지 않게 먹어야지."라고요.
그러다 한 번은 토스트에 크림치즈를 바르다가 우유가 들어있는 컵을 팔꿈치로 툭.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살짝 건드린 정도가 무색하리만큼 바닥 카펫 속까지 스며들고 만 겁니다.
"식사할 때 조심해야지! 이게 다 뭐야. 그래서 엄마가 조심하라 말했잖아!"
이미 엎질러진 상황이건만, 이성보다는 감정이 한 발 앞서 버럭. 한 소리 하고 말았습니다. 아침부터 큰 소리가 나니 아이는 아이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우리 둘 머리 위에 먹구름이 머뭅니다. 후우- 그깟 카펫 좀 젖은 게 무슨 대수라고 말이죠.
혼을 내고는 있지만 동시에 이건 아닌데. 그렇게까지 혼을 낼 일인가. 아니다 안 되겠다, 싶어 집니다. 엄마 아빠는 어른이라는 이유로 테이블에 뜨거운 찻잔을 두고 마시면서, 아이에겐 언제나 조심조심만 강요하는 건 정말 아니지 싶더라고요.
화를 안 내고픈데, 어떻게 하면 좋지 하고 생각을 하다가 문제 해결의 시각을 조금 바꾸어 보기로 했어요. 어떻게가 아닌 무엇의 관점으로요. "해결 방법이 뭘까?" 하고 가만 생각을 해봅니다. 그랬더니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어른용이 아닌 어린이용 컵을 사용해 보기' 아니 이건 너무 간단하잖아, 하면서 검색을 하다 보니 아이가 딱 좋아할 만한 캐릭터 컵을 찾았습니다. 실리콘 뚜껑에 귀여운 빨대까지 있는 글라스 잔을 발견했습니다. 밤 12시가 지나기 전 클릭 한 번으로 집 앞에 도착한다는, 로켓처럼 빠르다는 구매를 했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현관 앞에 도착해 있는 박스 하나. 열어보니 어젯밤 주문한 바로 그 뚜껑포함 유리잔이네요. 와우, 그래 바로 이거지!
어제와 똑같이 하루의 시작인 동화책을 읽어주며 아이를 깨운 후, 배고프다는 말에 토스트와 우유를 준비했어요. 그런 다음 식탁에 우유 잔을 살며시 놓으며 말했지요. (조심히 먹어 대신) '맛있게 천천히 먹어' 하고요. 눈이 휘둥그레진 아들 그리고 웃어 보이는 엄마.
새로운 유리컵 등장도 놀라운데, 우유 잔에 씌워진 뚜껑을 보며 이젠 안전하겠다며, 흡족해하는 아들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 놓인 엄마의 뜨거운 커피 머그잔을 넌지시 보더니 누구처럼 한마디 하네요.
"엄마, 쏟지 않게 조심히 먹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