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이유

하루 오분의 힘

by 김혜진




엄마, 아빠한테도 명상법 알려주자.





자동차 놀이에 칼싸움에 태권도에 밤 10시나 되었는데 아직도 할 일이 한참은 남아있어 보이는 아들입니다. 이럴 때면 한소리 나오고 맙니다. 아직도 양치를 안 하면 어떻게. 4번도 넘게 말한 거 같은데 언제 하려고! 얼른 해!



훈육이 화가 되어 입 밖으로 툭 내뱉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냉큼 알아차린 아들이 눈을 바로 쳐다보면서 얘기합니다. 지금 화내는 거냐고. 화내는 말투 같다고.



아차차. 딱 걸렸습니다. 그리고선 맑은 눈 피하지 않고 대답하죠. 무슨, 아냐. 그런 건 아냐. 하면서 갑자기 상황이 뒤바뀜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어쩝니까. 화내며 하는 말은 듣지 않겠다는 걸요. 화내는 말은 안 듣겠다는 만 여섯 - 일곱 된 아들을 앞에 두고 급 반성 모드가 되어 어휘와 톤을 바꿔보곤 한답니다.



다만 아이의 버릇없음 앞에서는 눈물 쏙 빠지도록 따끔하게 혼을 내곤 하는데요. 언제였던가 한 번은 차 안에서 목적지 도착을 언제 하냐며, 같은 말로 열두 번을 넘게 묻는 거예요. 그러자 같이 타고 있던 아이 아빠가 서너 번은 친절히 대답을 해줬지만 더는 못 참고 혼을 냈죠. 훌쩍훌쩍 눈물 보이던 아들이 목적지에 도착하자 엄마. 하고 소곤히 부르더군요. 귓속말할 게 있다면서요. 무릎을 낮추고선 뭔데? 하며 눈짓을 보내니,



"엄마. 아빠한테 명상하는 법 좀 알려줘야겠다. 화내지 않고 말하는 방법, 아빠한테도 엄마가 좀 알려줘"라고요.



무슨 말인고하니. 두어 달 전부터, 아침 명상 루틴을 만들어보고자 요가 매트에 앉아있을 때면 지나던 아들도 잠시 마주 보며 앉아 눈을 감곤 하는데요. 그러면서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명상은 왜 하는 건지 그리고 가만히 눈 감고 있는 이유를요. 아이 맞춤 설명으로 '너한테 화내는 마음을 없애고 예쁜 말로 이야기하려고 그러지' 하고 알려준 적이 있었는데 그 기억이 때마침 떠올랐나 봅니다.



뒤 따라오던 아빠에게 다가가 '미안해요' 하고 먼저 사과하는 아들. 아빠도 사르르 마음이 녹았는지 꼬옥 안아주네요. 두 손깍지 끼고 앞서 걸어가는 부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내일 아침 마음 챙김 명상에는 신랑을 위한 자리도 마련해 놓아야겠다고 말이죠.








아들의 기억법을 떠올리다 책이 한 권 읽고 싶어 졌습니다. 스테판 외에(Stéphane Heue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도서인데요. 기억 그리고 선별에 대한 키워드로 검색을 하던 중 알게 되었네요. 프루스트의 고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매료되어 이를 만화화하였다는 작가의 소개가 무척 독특하군요. 어쨌거나, 아들 덕분에 차분히 말하는 법을 배워가며 새로운 책도 한 권 알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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