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생김새
엄마. 더운 나라에 가서 살래?
불과 삼일 전과 오늘의 기온이 15도 이상 차이가 납니다. 손이 꽁꽁 발이 꽁꽁, 정말이지 춥네요. 차를 이용하기에 그나마 나을 법도 한데 입에선 한결같이 춥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런 엄마를 보고 아들이 한마디 합니다.
"엄마. 추워? 그럼 더운 나라에 가서 살아야겠다."
"어디로 가야 하는데?"
"어디가 덥나. 어디가 더워? 호주?"
더운 나라로 보내줄 맘이 정말 있는지 자세히 물어오네요. 얼마 전 이야기 중에 크리스마스가 여름인 나라도 있다면서 지구본을 보며 설명을 해 준 적이 있는데, 그중 호주가 떠올랐나 봅니다. 엄마가 춥다 하니 따뜻한 장소를 떠올려 준 것만으로도 그 따스한 맘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것만 같습니다.
겨울 하면 떠오르는 것 하나씩 얘기해 보자, 하는데 아이가 생각난 듯 묻네요.
엄마. 엄마는 눈 결정체 본 적 있어?
정말 예쁘다더라.
눈 결정체라. 눈 결정체를 본 적 있느냐고 누군가에게 들어본 적이 있던가, 하면서 대답했습니다. 아니, 없는데. 어떻게 생겼는데?라고요. 아이의 대답이 듣고 싶어 잠깐 모른 척 좀 했지요.
"눈 결정체는, 종류가 많아. 생김새가 다른 거지."
"사람들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어. 그치. 바닷물 수증기 올라가서 하늘에선 비도 내리지만, 추워지면 눈이 되기도 해. 눈을 자세히 봐야 해. 그래야 결정체가 보이거든."
"맞아 맞아. 엄마도 어릴 때 본 적 있던 것도 같다."
"눈 언제 내리나. 추워지면 내리는 건데."
"곧 오겠지. 추워졌으니까."
"눈 결정체 보고 싶다. 엄마도 보고 싶지?"
"그러게 예쁘다니깐 자세히 보고 싶네."
"눈 내리면 우리, 같이 볼까? 돋보기로?"
그렇게, 눈 결정체를 함께 관찰해 보자 약속했답니다. 눈이 내리고 또 그 눈이 소복이 쌓이기를, 잠들기 전 두 손 모아 기도하며 바라던 어린 시절이 분명 있었건만 이젠 겨울만 되면 춥다고 불평하는 엄마가 되었지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겨울은 좀 다를 듯합니다. 펑펑 내리는 눈을 기다리는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이 추위는 한동안 계속 이어져야 하려나 봅니다. 그 예쁘다는 눈 결정체를 생각하니 이번 겨울은, 추워도 춥지 않은 날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