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말해주겠니
엄마아빠. 나 혼자 잘래. 저 잘할 수 있어요.
3초간의 정적. 뇌 정지라는 것이 이런 걸까요? 분명 또렷이 들었건만, 들린 게 틀림없건만 생각이 멈춥니다. 조금 전 들은 말을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가 없네요.
"뭐라고? 뭐라고 했어?"
"나. 혼자 잘래. 오늘."
"혼자서? .... 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고, 진즉에 했어야 하는 아이의 잠자리 독립. 설득하며 이야기해도 결국엔 아이의 애교에 못 이겨 옆에 눕게 되던 엄마 혹은 아빠였는데요. 그런 아들이 혼자서. 자겠다고 합니다.
꿈이야 생시야, 싶어 되물은 말 또 묻습니다. 지금 뭐라고 했어? 혼자서 잔다고 한거 맞아? 두 번 세 번 묻는 엄마의 물음에 아이도 뭐가 아닌가 싶은지, 어리둥절하는 모양새입니다. 곁에 있던 아빠가 아이 방으로 들어가며 말합니다.
"난 아들이랑 잘래. 여기 방이 따뜻해서 좋아."
"싫어. 나 혼자 잘 거야."
"아빠가 아들이랑 자고 싶어서 그래. 아빠랑 자주라."
"아냐. 아빠도 이제 안방에서 자. 엄마도."
오늘따라 유난히 더 아이랑 자고 싶다는 남편. 아빠와 엄마는 이제 내방 아닌 안방으로 가라는 아들. 멀찍이 서서 둘을 지켜보는 엄마. 티브이 속 드라마라면, 이 장면에서 아마도 모두가 그대로 멈추고 다음 시간에, 자막이 뜰 법한 순간이지 말입니다.
그러나 잠을 자야 하는 우리는 오늘이 최종화가 되어야 하기에, 교통정리가 시급합니다. 엄마 출동입니다. 아들방으로 들어갔고, 기필코 혼자 자겠다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놀랜 느낌 그대로 전하기로 했습니다. 누워있던 남편은 결국 일어났고, 아들 얼굴 보면서 그럼 아빤 간다. 하며, 안방으로 퇴장. 이제 둘만 남은 상황입니다.
혼자 잔다는 말을 해서, 놀랬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멋지다 하며 칭찬 가득 전하는데 갑자기 아들이 조용해집니다. 눈이 마주치자 배시시 웃는 아들을 보며 쓰담쓰담 머리 쓰다듬으며 우리 아들, 잘 자 그럼. 하고 인사를 했지요. 뿌듯한 마음에 나오려 일어서려는데, 엄마. 하고 부릅니다.
"엄마. 나 잠들 때까지만 옆에 있어주면 안 돼? 나 금방 잠들 거 같은데."
"음, 그래? 그럼 그럴까?"
"응. 그리고 나 잠들면 안방으로 가도 돼. 나 잘게."
잠들 때 듣는 쇼팽의 녹턴 대신 오늘은 이웃집 토토로 음악을 듣자 합니다. 이분도 채 안 되는 연주곡이 끝나기도 전에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잠이 든 아들을 잠깐 지켜보고선 살포시 안아주고 나왔지 말입니다.
다음날. 등원하며 물었어요. 근데 어떻게 혼자 잘 결심을 했느냐고요. 형님이 되고 싶어서?라고 묻는 엄마에게, 짧고 굵게 답합니다. "엄마. 네 밤만 자면 나 여덟 살 되잖아. 이제 나 진짜 형님이야." 라고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