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게 없는 아들

엄마의 미래

by 김혜진



엄마도 어르신 될 거지?




엄마 어린이집 선생님할까? 하고, 앞뒤 설명 없이 아들에게 말했어요. 했더니, 커서? 하고, 대꾸합니다. 다 큰 엄마이건만, 어. 하고 대답했고요. 아들이 어린이집 선생님도 좋지만 더 좋은 생각이 있다며, 귀한 정보를 알려줍니다.




“엄마, 어르신 될 거잖아? 그러면 학교 선생님 어때? 우리 어린이집 선생님이 그랬는데, 학교에는 어르신 선생님도 계신데. 어르신이어도 할 수 있데."


"엄마 초등학교 선생님하라고?"


"어. 할 수 있어. 어르신 돼도. 해, 엄마도."




아이의 획기적인 대답에 아직도 엄마는 어리둥절합니다. 학교에 연세 있으신 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귀담아 들어온 건 잘 알겠고요. 엄마도 어르신 될 거잖아,라는 부분에서 틀린 말이 아님은 분명한데도 뭔가 멈칫. 하게 만드는 묘한 기분이 듭니다.



순수하디 순수하게 표현하는 아이의 말이 너무 깨끗해서 일까요. 나이 듦을 생각해 보았어요. 어떤 어른이 되어갈는지, 아이가 말한 어르신이 된 시점의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하고 말이죠.



성인이 된 아들은 어느새 독립하여 본인의 세계에서 에너지 가득한 삶을 살 테고. 그렇다면 나도 뒤질 수는 없지. 다짐하듯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엄마는 말이다, 삶의 모토로 삼은 '재미있게'를 그대로 유지한 채 너의 아빠와 유럽 어딘가에서 지내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테니스를 함께 할 것이고, 저녁이면 사람들과 어울려 칵테일을 마시고 새로 배운 춤을 추고 있을 것만 같다. 하하 호호 크게 웃으면서 말이지. 그리고, 다양한 책을 읽을 테고, 더 많은 글을 쓰느라 조금 바쁠 것도 같구나.



어르신의 나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아들이 말한 대로 학교에서 선생님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하고픈 것은 모조리 다 해보며 살아가는 어르신이 되고픈 바람이 크지 말입니다.



그런데, 상상만 했을 뿐인데 미래의 어르신이 된 하루하루가 어째 너무 즐거울 것만 같은데요. 빨리 되고픈 맘은 없지만, 뭔가 기분 좋은 일들이 가득 펼쳐질 것만 같은 긍정에 긍정을 더한 생각들이 넘칩니다. 어쩌면 무엇보다 건강하고픈 마음에 포지티브 마인드가 작동한 것도 같고요.



엄마는 커서 뭐가 될 거야? 하고 간혹 묻는 아들. 그 아이의 풍성한 미래를 위해 엄마는 오늘도 아들을 관찰하고 연구하며, 오손도손 대화를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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