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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쿠페 Jul 18. 2024

같이 달에 가자

아무리 쫓아 뛰어가도 절대 닿지 못하는 달을 향해 매일 뛰었다. 가끔 간신히 그 가까이에 다가섰을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땐 내 발아래가 절벽 낭떠러지, 혹은 깊은 강의 목전이었다. 어떤 날은 크고 선명한 달이 나를 내려다 보며 웃기도 했고, 어떤 날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신발도 신을 겨를 없이 상처 난 맨발로 매일매일 달을 향해서 뛰었다. 이젠 달이 나를 낭떠러지로 불러냈는지, 내가 나를 검은 강으로 이끌었는지 모르겠다. 스물다섯 번째 생일을 맞는 지금도 아직 달을 끌어안아보지는 못했다. 아름다운 그 모습에 눈이 멀어 나를 잃어버리기도 하고 바람에 갉아 먹히기도 했다. 그래도 저 달을 맛본다면 어떨까. 너무나 궁금해 뜀박질을 멈추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왜 그곳에 가야 하는지 이유를 놓쳐버려 가만히 서 있는다. 난 왜 달에 가야 하지? 내가 나를 다시 돌보지 않기 시작하자 무례한 불청객들은 내 일상에 들이닥쳐 날 흔든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와 가시일까? 다행인 건 그 무의미한 길에서 그곳에 함께 도착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났다. 


언젠가 친구가 울먹이며 말했다. ‘우린 서로에게 강을 건너게 도와주는 크리스토프가 되어줘야 해.’라고. 그래, 그러자. 너 힘들면 내 어깨에 기대고 나 힘들면 네 품에서 눈물을 쏟자. 내가 검은 강을 만나면 네 어깨에 안겨 건널게. 나는 너무 순진하고 약해 빠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삶은 눈이 부시게 빛난다'. 다시 바짝 정신을 차리고 달을 올려다보자. 그럴수록 칙칙하게 가지 말고 모험 만화로 가자! 다치지 말고 유쾌하게. 우리 다 같이 손잡고 달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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