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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쿠페 Jul 18. 2024

난 이담에 커서 어떤 어른이 될까요

이 담에 커서 난 어떤 어른이 되기를 상상했을까.

아마 20대 중후반이면 내 인생이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으리라.

유창한 외국어실력과 탄탄하고 선망받는 직업.

완벽한 자기 관리로 부러울 것 하나 없는 멋진 외모.

매일이 바쁘고 정신없지만 철저하게 소화해 내면서

일상의 행복까지 놓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친한 친구들 여러 명과 함께 커다란 집을 얻어

저마다의 방을 예쁘게 꾸미면서

사이좋게 하하 호호 살다가 완벽한 애인을 만나

단란한 가족을 이루고 삶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그렇지만 누군가와 함께 살기엔

타인은 지옥이고 사랑은 터무니없다.

누구나 각자의 방향과 속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나의 그것들은 특히 더 유별난 것 같다면 착각인지?

분명 우리는 꽤 비슷한 모습으로 출발했던 것 같은데 

왜 남들은 산골짜기 맑은 물이 흐르는 오솔길을 잰걸음으로 걷는 것 같고

나는 어두운 첩첩산중을 손으로 더듬더듬 짚으며 기어가는 것 같냐는 말이다.

내가 걷는 길과 네가 걷는 길의 끝이 같은 풍경일까?

그 끝에서 우린 뿌듯한 가슴으로 야호를 외칠까 

아니면 주저앉아 눈물을 줄줄 흘릴까.

내 친구 영희는 '직장인이에요.'라는 한마디로 설명이 가능한

'정상적인' 삶을 훌륭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왜 나는 끊임없이 네게 설득해야 하는 삶을 사는지.

네가 그 정상 범주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했는지 또한 잘 알기에

마냥 시샘만 해서는 안되지만

그저 원하는 일을 하고자 아등바등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도 노력하는 것은 같은데

왜 결과는 다른 것인지.

이것도 불공평하다면 불공평하다고 입을 삐쭉인다.

만약 내가 지금 여기서 포기한다면

내 꿈을 좌절시킨 것은 나일까 세상일까.



삼순이는, 아니 포레스트검프에 나오는

아무개가 그랬단다.

인생은 초콜릿상자다.

네가 무엇을 집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삼순이는 전엔 겁도 없이 아무거나 쑥쑥 집어먹었지만

지금은 생각도 많이 하고 주저주저한다고 했다.

어떤 건 쓰디쓴 럼주가 들어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고.



몇 년 뒤면 삼순이의 나이가 된다.

나도 이제 내 초콜릿 상자에 럼주가 든 초콜릿이

몇 갠가 들어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내 것만 잘 골라먹으면 되는 건데

자꾸 다른 사람의 초콜릿 상자에 럼주가 든 건 몇 개인지

세어보려고 한다.

다른 사람이 하나를 집으면 내 초콜릿 먹기를 멈추고는

초콜릿을 입에 넣은 그의 표정을 살피며

그것이 럼주가 든 것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유추한다.


내가 상상한 내 미래는 이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누구에게 따질 수 있겠나.

내 인생 나라도 예뻐해 줘야지 어쩔 수가 없다.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살자.

19살의 내가 상상했던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내가 집어먹은 초콜릿에 럼주가 들어있건,

김치가 들어있건 어쨌든 초콜릿이니 끝맛은 결국 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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