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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쿠페 Jul 18. 2024

해맑은 희망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는 사실에 설레면서도 침울하다.

3,2,1 숫자를 세고 나서도 딱히 달라진 것이 없음에 

어딘지 모르게 겸연쩍어진다.

뭐에 그리 들떴던 걸까.

새해를 맞이한 길 위의 사람들은 마치

내일부터는 틀림없이 좋은 일만 있을 것처럼 

들뜬 표정으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행복한 얼굴들을 바라보니 

나도 덩달아 마음이 붕 뜨는 귀갓길이었다.

미웠던 사람들에게 미안해지고 

사랑했던 사람들을 남겨두게 된 2022년.

곁을 주는 게 더 어려워지고 궁금하지 않아 쓸쓸한 해였다.

감정은 흐릿해졌고 갈망과 욕심은 한가득이었으니 

되돌아봤을 때 떳떳한 1년은 아니었다.

이 날만 할 수 있는 이런 바보 같은 반성과 

새 앞날에 대한 다짐처럼

대체로 쓸모없고 무용한 것들이 참 좋다.


술에 취해서는 늘 그랬든 내년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

2023년엔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를 바라면서 

지렁이 같은 글씨를 꾹꾹 눌러쓴다.

여러 해를 지나면서 알게 된 사실.

불행은, 슬픔은, 좌절은 새해에도 자비 없이 나를 찾아올 것이라는 것.

시간은 우리를 지나쳐 저만치로 흘러갈 것이고

어찌 됐건 우린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다.

새로 온 해에는 절망이 어깨를 짓눌러도 

오늘밤거리에서 만났던 대책 없이 희망적인 사람들처럼 

무조건 잘될 거야.라고 기대할 있는 순간들이 되길 바란다.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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