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목표가 성공이건, 큰돈이건 간에 지금 당신에게 현재 주어진 여건 속에서 먼저 답을 찾아보는 것이 최선입니다. 다만 그것은 때로 당신에게 생각지도 못한 큰 축복을 안겨다 줄 것입니다. "
내가 2022년 한참 전월세 사기 방지를 위해 콘텐츠 협업을 할 크리에이터나 금융교육 단체를 알아보던 때의 일이다. 서울시청에서 강의도 하고 다른 경제교육 모임에서 부동산 공부모임이라는 것도 참석을 해봤다. 그런 기회를 통해 몇 명의 청년들과 전월세 관련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안타까운 점이 대부분의 경우 네이버 부동산이나 네이버 카페에서 매물을 많이 알아보기는 해도 실제로 방문해 임장 하는 것은 3개가 채 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또 임장을 하더라도 집안 곳곳을 사진 찍고 미리 계약서를 쓰기 전 미리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을 발급해 확인해 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것은 현명한 전월세도 아니지만 내 집 마련을 알아볼 때에도 깊이 조사하는 일 없이 진행하지는 않을지 심히 걱정이 되었다.
반면 2024년 현재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2022년만 해도 젊은 사람들이 부동산 임장을 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자기가 당분간 주거할 확률이 전혀 없는 지역으로 가서 임장 하는 경우들이 정말 많이 보였다. 아예 안 하는 것보다 나을 수는 있겠지만 자신의 가장 좋은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방식이다. 한쪽에서는 깊이 알아보지 않고 집주인에게 덜컥 큰 보증금을 그것도 때로는 전세대출을 받아 빚내서 빌려주고, 한쪽에서는 지금 자신의 삶과 연관되지 않은 부동산을 임장 하며 인증샷 찍기 바쁜 광경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더 우려되는 것은 자세한 조사 없이 전월세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청년과 자신의 현재 삶과 큰 관련이 없는 부동산을 임장 하는 청년이 동일인물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 두 행위를 동시에 한다면 가장 안 좋은 시행착오라 하겠다. 시행착오는 원래는 좋은 것이며 어찌 보면 우리 인생에서 돈 주고라도 사야 할 큰 축복이다. 우리는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고 각자 자신만의 삶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움이 없는 시행착오도 있다. 자신이 실제로 전월세를 계약하는 집은 깊이 알아보지 않으면서 지금 자신의 삶과는 큰 관련이 없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10억이 우스워 보일 정도로 아파트 가격이 비싼 동네에 가서 임장을 하는 행위는 배움이 크게 없다는 측면에서 좋지 않은 시행착오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언급했듯 전월세는 기본적으로 내가 보증금이라는 돈을 빌려주는 행위다. 내가 구매할 집이라고 알아봐도 시원치 않다. 집을 잘못 구매하면 그냥 들어가 평생 사는 것도 방법이지만 전월세를 잘못 계약하면 내 전재산을 잃는 것은 물론 전세대출을 수반한다면 내 전재산이 잃고도 빚을 더 지고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전월세는 내가 평생 살 집 그 이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조사하는 마음가짐과 실천이 그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그런데 전월세 계약을 마치 내 집을 사는 관점 혹은 그 이상의 진지함으로 접근하는 것은 단순히 현명한 전월세로 끝나지 않는다. 현명하게 전월세를 살아가는 사람이 내 집마련을 현명하게 못하는 일이란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전월세를 살아가면서 쌓은 노하우가 어떤 기회를 통해 내 집마련의 기회를 만들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의 우리나라 부동산 역사를 통해 살펴보자. 2013~2014년에 걸쳐 서울에 아파트를 산 사람들이 많았다. 2008년부터 우리나라는 서울을 중심으로 무려 5년이 넘는 부동산 침체기를 맞았다. 그 절정의 해였던 2012년은 2022~2023년처럼 깡통전세나 전세보증금 피해가 꽤나 발생하는 한 편, 주택 거래량은 2006년 주택 거래량 통계 작성 이후 최 저점을 맞았다. 하지만 2013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매매거래량이 반등하고 2014년부터는 가격까지 동시에 반등하기 시작한다. 가격이 조금씩 반등하면서 파는 사람도 많고, 또 한 편으로는 사는 사람도 많았다는 것인데 이는 판 사람은 가격이 가장 쌀 때 팔고 산 사람은 가격이 가장 낮을 때 샀다는 뜻이다. 우리는 여기서 2014년에 집을 산 사람에게 주목해야 한다. 지금이야 이야기가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에서울 부동산은 비관론이 팽배했다. 2013년 초 나는 모 대형은행 부동산 PF 부서에서 인턴을 하면서 부동산금융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교과서와 논문으로만 공부하던 금융기법과 금융상품이 실무에 쓰이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기회가 너무 재미있었기에 당시 그 부서에 있던 과거 보고서를 하루에도 열 개가 넘게 읽어보기도 했다. 인턴 때 공부했던 것을 사용해 보고자 부동산에 좋은 기회가 없나 인턴이 거의 끝나갈 무렵 명절을 맞아 찾아보던 중 '아현동 아현 3구역 재개발지구'가 매우 좋아 보였다. 아현역과 애오개역을 모두 끼고 있는 약 4000세대의 대단지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심지어 미분양 잔여물량이 2013년 봄까지도 남아있었다. 당시 을지로에서 인턴을 하면서 고소득자가 종로에 출퇴근 시간이면 바글대는 것을 목격한 나는 여의도와 을지로 까지 짧게는 10분, 강남까지도 넉넉잡아 40분이면 가는 곳에 대단지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하니 좋아 보일 수밖에 없었는데 좋은 조건에 미분양 잔여세대를 35평 기준 6억 원대에 판매하고 있었다. 을지로나 여의도 대기업에 재직하는 맞벌이 부부가 15년~20년 동안 저축하면 대출 없이 살 수 있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는 계산이 드니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물론 대학생이니 당연히 돈이 없어 살 수는 없었지만 배운 지식을 써먹어 기회를 발견한 것 같은 느낌만으로 좋았다. 나는 주변에 이 구역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선후배, 혹은 명절 때 마주친 친지 어른들께 공유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서울은 인구도 줄고 양극화가 심해 앞으로도 비전이 없는데 그 오르막진 달동네에 어떤 아파트가 들어서도 매력은 없을 것 같다.'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당시 나는 그저 부동산 PF 실무를 2개월간 배웠을 뿐인 대학생에 불과했고 그 어른들의 논지도 틀린 것이 없었기에 그런가 보다 했다. 그곳은 최근 서울의 아파트 가격추이를 논하는 기사라면 한 번쯤은 언급하는 마포의 대단지, '마포래미안푸르지오'다. 내가 미분양 물건으로 나와있어 긍정적 기회로 보았던 일명 '마래푸' 84제곱미터 면적의 아파트의 2024년 1월 현재 기준 실거래가는 16억 원 내외에 육박한다.
자,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그 시기에 서울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들, 그러니까 2024년 현재 기준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러워할 그 사람들은 대체 왜 그 시기에 서울 아파트를 구매했을까? 나는 2014년 서울 아파트가 반등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주변에서 2013~2014년에 서울에 아파트를 샀다는 사람을 마주치면 늘 물어봤다. 많은 경우, 특히 은행원 선배들의 경우 대부분 "전세로 들어가 사느니 보증금이 더 비싸지는 등 전세가 가진 갖가지 위험을 고려했을 때, 전세가와 매매가를 비교해 보면 별 차이도 안 나니 그냥 오래 살아도 좋을 집을 구매해 오래 사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아서."라고 대답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 2010년 이후 전세대출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더불어 지속되는 저금리 기조, 또 서울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는 대신 전세를 택하면서 전세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이럴 때는 두 가지의 위험이 있다. 첫 번째로는 전세계약 만기가 보통 2년인데 그 2년이 지나고 나서 재계약할 때, 혹은 다른 곳으로 이사 가려고 할 때 전세가가 더 상승해 있을 위험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매매가가 계속 하락한다면 세입자 입장에서 또 다른 위험이 발생한다. 매매가보다 오히려 전세가가 비싸질 위험이다. 그러한 주택을 깡통주택, 혹은 깡통전세라고 한다.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건질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럴 경우 매매가 보다도 전세금이 비싸니 새로운 세입자도 들어오지 않고,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버티니 이사를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2013~2014년 서울 아파트를 정말 싼 가격에, 소위 '바닥에서 주워' 샀던 현명한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통찰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던 것이다. 지금에서야 보면 당연한 결정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당시에도 아파트 가격이 7억 일 때 전세가가 5억이라고 하면 무려 전세보증금에서 2억은 더 얹어야 집을 살 수 있었기에 서울 아파트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물론 서울이 우리나라 경제의 중심지 이기 때문에 절대 마냥 가격이 내려가기만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해 매수한 부동산 고수도 있었지만, 특히나 은행원들 중 전세가와 매매가가 점점 비슷해지는 상황을 '전세가 더 위험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며 서울 아파트의 향후 가격 전망 없이도 내 집 마련 관점에서 서울 아파트를 구매한 사람들이 꽤 있는 것을 보면 전세대출을 다루면서 늘어난 전월세 지식을 그대로 매수에 활용한 것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024년, 지금 우리는 새로운 상황을 맞이했다. 금리는 2020년 저점에서 상승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금리를 나타내고 있고, 수 년간 다시 2010년 후반의 1~2% 저금리를 맞이할 가능성은 많은 전문가가 낮다고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저금리를 가능하게 해 준 국제무역은 점차 다시 보호무역주의로 가고 있고 그에 따라 낮은 임금 수준을 가진 나라에서 생산해 높은 임금 수준을 가진 나라에 판매하는 구조가 점점 원활해지지 않고 있어 장기적인 고물가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전세대출을 받더라도 금리가 예년보다 높기 때문에 예전처럼 높은 보증금을 지속적으로 떠받치기 힘들 수도 있고, 경기가 좋아서 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높은 물가가 경기를 더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집값과 전세가 모두 하락할 위험도 있다. 그렇게 되리라고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 '그럴 위험이 있다.'라는 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그럴 것이다.'라는 예측은 전혀 다른 것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예측은 예측에 따른 행동을 야기한다. 내일 어떤 주식의 주가가 오를 것이라 예측한다면 그 주식을 사야한다. 예측에 대한 확신이 클 수록 주식에 투입하는 돈은 커질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행동이 아닌 '대비'를 야기한다. 어떤 주식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생각하게 된다. 예측은 위험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가능성에 대한 대비는 위험을 낮추면서 기회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사회의 대다수는 예측에 따른 행동이 아닌 가능성에 따른 대비를 하는 습관을 길들여야 한다.
다만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의외로 크게 어렵지 않다. 전월세를 사는 세입자 입장에서 나의 주거안정을 둘러싼 다양한 위험과 기회에 대해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은 바로 우리가 지금 계약하고 사는 전월세집에 집중하는 것이다. 세 들어 살 집이 10년 넘게 살 수도 있는 내 집이라는 관점으로 꼼꼼히, 많이 살펴보고 가능한 좋은 집을 가능한 싸게 계약하려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노력이자 어떻게 보면 가장 현명한 대응인 것이다. 이 관점으로 노력하면 앞으로 다룰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본인 스스로의 검색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될 수도 있고, 앞으로의 글들에서 다루지 않을 기본 이상의 지식들도 체득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노하우를 축적하다 보면 점점 더 좋은 집을 더 싸게 계약할 수 있게 되면서 주거에 투입되는 비용을 낮춰 그것이 자연스럽게 저축 상승으로 이어진다. 결국 그렇게 쌓인 노하우와 저축은 내 집마련의 원천이 된다. 현명한 전월세를 사는 것만으로도 현명한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전월세 = 내 집마련 예행연습이라는 관점을 갖추고 집을 알아보는 단계에서 다음과 같이 실천해 보자.
[일반 세입자가 집을 알아보는 단계에서 해야 할 일]
1. 자신의 현재 여건(직장 위치, 지불가능 보증금 및 월 등)을 고려해 가능한 넓은 범위에서 전월세 매물을 50개 이상 비교한다.
2. 최종 후보로 최소 10개를 추려 등기부등본, 가능하면 건축물대장까지 발급해 문제 여부를 확인한다.
3. 최종 임장 대상으로 최소 5개를 추려 실제로 방문한다. 가능하면 방문한 중개사업소에서 미처 검색하지 못한 매물이 있다면 그것도 임장 해보고, 중개업자에게 질문하는 등 위험 여부를 꼼꼼하게 알아본다.
4. 최종 계약 대상 후보지는 집구석구석을 꼼꼼히 사진 찍어 두고 최종 계약지 선정에 참고한다.
자, 그런데 위 내용을 수행함에 있어 독자들이 질문해야 하는 것은 아래와 같다.
1) 가능한 넓은 범위에서 매물을 알아보라 하는데, 넓은 범위의 정의는? 또 어디서 알아봐야 하는지?
2) 최소 10개를 추려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을 뽑아보라는데 뽑고 나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
3) 또 임장 해서 중개업자에게 질문하는 등 꼼꼼히 알아보라 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
이 세 가지 질문 중 1. 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매물을 알아볼 때 직접 사용하는 사이트와 사용방법을 알려주면 해결될 일이나, 2. 와 3. 은 '선순위채권' 개념을 이해하면서 해결할 수 있다. 이에 본문의 부록으로 부동산 매물 인터넷 검색 방법과 그 예시를 소개하고, 그다음 내용으로 선순위채권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