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정답, 없는데 있어요
각자 다른 사랑의 정답, 다르지만 같더라
이제 누군가에게 책 추천은 못하겠다. 육아휴직 후 다시금 철학이나 종교학 책을 깊이 읽어 보겠다 생각했는데 대학교 때처럼 간절히 손에 잡히지 않는다. 대신 얼마 전까지는 육아 관련 책들을 많이 읽었다. 서점에 가서 다른 책들을 손에 쥐더라도 대충 훑어보고는 내려놓고 다시 육아 관련 코너를 서성였다. 사랑하는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부모의 당연한 관심사는 자연스럽고 마땅한 것이다. 사람이 각자 살아가는 동안 매번 자신이 집중해야 할 문제나 고민거리가 저마다 다르기에 책도 그 시점에 맞추어 와닿는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독서법일 것이다. 이제와 돌아보건대 누군가 책 추천을 부탁할 때 내가 그동안 추천했던 책은 실제 그 사람에게 좋은 책이라기보다는 내가 지금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이야기해 주는 자기소개에 불과했던 것 같다. 이제 나더러 누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내가 잘 아는 분야를 콕 집어 물어보거나 그의 관심사를 깊이 소통하고 같이 서점에 가서 관련 코너에 가 책을 같이 살펴봐줄 것이 아니라면 내가 감히 책 추천을 해줄 역량이 없음을 솔직히 고백해야겠다는 반성을 해본다.
그런데 육아 관련해서 책들을 읽다 보니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진짜 전문가들은 다 똑같은 말씀들을 하시는구나.' 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참고로 '진짜 전문가'라는 단어는 조금 의미심장하다. 최근 서점에 가보면 재테크, 자기 계발, 육아 모든 분야를 망라해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저자들의 책들이 많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그럴듯하게 모아놓은 이유로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것을 자주 본다. 나는 소설이나 단순 에세이를 읽을 것이 아니라면 뭐든 그 사람의 이력을 본다. 육아의 경우 정말 많은 아이들이 다 다른 만큼 충분한 사례를 직접 접하거나 혹은 문헌으로 연구한 이력이 있는 연구자 혹은 의사 선생님들의 책을 읽는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의 여러 이야기를 읽다 보면 결국 각기 다른 사례와 서술을 하시더라도 각자 말씀하시고자 하는 육아의 핵심은 동일했다. 그것을 나름 몇 개의 문장으로 요약해 보니 다음과 같았다.
<육아 전문가들이 전하는 육아의 핵심 접근법>
-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양육하되 부모가 권위를 가지고 부모와 자식 사이 경계를 분명히 한다.
-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배려해 주고 올바른 방향을 알려준다.
- 아이의 감정과 잘잘못은 명확히 구분한다.
- 좋은 엄마,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습과 공부가 필요하다.
- 아이를 훈육하기 전에 내 감정을 먼저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다섯 문장이면 충분했다. 그만큼 각 선생님들이 다루는 내용들의 핵심이 일맥상통하다는 것이다. 다만 나 같은 초짜 부모를 위해서는 다양한 사례와 설명을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백 페이지가 넘는 책들이 이렇게도 많이 쓰인 것 같았다. 새삼 육아를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발전해 이렇게 좋은 책들이 많고, 그 책들이 하나 같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현대 문명사회와 열심히 연구하고 직접 경험하며 많은 사람들을 돕는 데에 그치지 않고 시간을 할애해 책까지 써주는 전문가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그 와중 저렇게 적고 나니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결국 사랑하는 방법은 다 똑같구나."
그러고 나서 저 문장들을 인용해 이렇게 적어봤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핵심 접근법>
- 배우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부부생활을 하되 각자가 권위를 가지고 서로의 경계를 분명히 한다.
- 배우자의 마음을 충분히 배려하고 내 생각을 말한다.
- 갈등 상황에서는 서로의 감정과 문제의 본질을 명확히 구분한다.
- 좋은 배우자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습과 공부가 필요하다.
- 배우자에게 무엇인가 주장하기 전에 내 감정을 먼저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나를 사랑하기 위한 핵심 접근법>
- 내 마음을 충분히 배려해 주고 올바른 방향을 나 스스로에게 알려준다.
- 내 감정과 잘잘못은 명확히 구분한다.
- 좋은 나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습과 공부가 필요하다.
- 나 스스로를 판단하기 전에 내 감정을 먼저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또 이렇게 정리들을 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제대로 사랑할 줄 알면, 나만 제대로 하면 되는구나."
상대방을 배려해 주려면 일단 나 자신이 그 정도의 마음 씀씀이를 가진 넓은 아량을 갖추어야 한다. 또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려면 나 스스로가 무엇이 옳은지 제대로 구분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연습하고 공부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내 감정을 잘 다스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결국 내가 제대로 된 사람이 되면 육아든 결혼생활이든 아니면 비혼생활이든 자연스럽게 현명하고 지혜롭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이제 아이의 양육과 훈육 문제가 '아이를 가르치고 부모의 지시를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부모들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아이를 위해, 또 아이를 통해 부족한 나 자신을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어른으로 거듭나게 할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이를 더 확장해 보면 결국 사랑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또 사랑하는 이를 통해 부족한 나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어느 순간 아이가 이유식을 넘어 고기, 과일 등 고체로 된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음식이 아기 목에 걸리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달고 살았다. 그래서 나도 음식을 잘라줄 때 아이의 식도보다 작게 자른다는 마음으로 잘랐고 와이프에게도 음식을 잘라줄 때에는 작게 잘라서 주라고 늘 잔소리를 했다. 간혹 아이 기도에 음식이 걸렸을 때를 대비해 아이를 위한 하임리히법을 머릿속으로 연습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정말로 음식을 먹다가 켁켁댔다. '와이프가 좀 크게 자른 것 아닌가.' 생각하며 먹였는데 정말 아기가 얼굴이 벌게지며 목이 막힌 것이다. 등을 한 두 번 두드려도 음식이 나온 것 같지 않아 하임리히법을 시행했다. 아직 몸속 장기가 작은 아기를 위한 하임리히법은 어른과 달라 뒤에서 껴안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등을 치면서 해야 한다. 너무 강하지 않은 강도로 두세 번 친 뒤 빠지지 않으면 강도를 더할 생각이었다. 다행히 비교적 심각하게 걸리지 않았는지 낮은 강도로 쳐도 음식이 잘 나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내가 정말 와이프에게 미친 듯이 화를 내고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그래,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하임리히법을 공부하고 연습한 거잖아? 다행이야.'라는 생각과 '다음부터는 내가 먹일 때 한 번 더 보고 나서 크다 싶으면 더 잘라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놀람, 무서움, 아쉬움, 후회, 걱정 등의 격한 감정이 쏟아져 나와
아기를 껴안고 와이프에게 정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머리 속으로 '너 미쳤어? 왜 화를 내고 그래. 네가 크다고 생각해서 한 번 더 잘랐으면 되는 거였잖아.'라고 나 자신에게 소리치는 게 느껴졌지만 소용없었다. 감정이 이성과 감성을 짓누르고 몇 분은 계속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유일하게 나 자신을 칭찬할 수 있었던 한 가지가 있었다. 그 모든 상황의 잘못이 나에게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나는 감정이 진정되고 난 뒤 바로 와이프에게 사과하고 그로부터 며칠 지나 정신의학과 진료실을 방문했다. 내 과거사까지 털어놓았던 오랜 상담과 각종 검사 결과 나도 몰랐던 ADHD와 함께 어느 정도 예상했던 PTSD 및 강박증과 불안증 진단을 받았다. 10년 간의 연애 속에서도 나는 와이프가 밤에 혼자 다니게 해 본 적이 없다. 친구들과 자정 넘게 놀더라도 혹은 야근을 하더라도 꼭 집에 바래다주곤 했다. 달콤한 배려가 아니라 밤에 위험할까 진지하게 많이 무서워서 그랬다. 내 전화를 받지 않아도 무서웠다. 뭔가 딴짓(?)을 할까 봐가 아니라 뭔가 사고가 있지는 않을까 불안하고 무서웠다. 너무나 소중하고 아껴서 그런 줄로만 알았던, 사랑인 줄 알았던 그 행위들이 모두 불안증의 일종이었고 직장에서 나 혼자 어떻게 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을 완벽하지도 않은 주제에 완벽을 기하겠다고 자다가도 일하는 꿈을 꾸며 두통에 머리를 쥐어짜던 그 모든 것들이 강박증의 일환이었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약물 치료를 받으며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토대로 나도 나 나름대로 정신의학과 뇌과학 책들을 열심히 읽었다. 약물의 도움과 함께 내가 더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으며 공부하고 성찰하며 더 나은 나 자신을 위한 노력의 시간을 이어간 것이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고 있음에도 그런 책들을 읽은 것은 의사 선생님을 불신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모범적인 환자가 되기 위함이었다. 내가 만약 어떤 병에 걸려 의사 선생님께 약을 처방받았다면 그 다음 환자로서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의사 선생님을 신뢰하며 약을 열심히 먹고 의사 선생님이 진료시간에 지시해 준 것을 충실히 따르되 나 나름대로도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일 것이다. 감기와 면역체계에 좋지 않은 음식과 행동을 가급적 피하고 전반적인 건강을 위해 좋은 일들을 하려고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 말이다.
사랑에 대해서 정신의학의 도움에 대한 중요성을 이 기회에 잠깐 언급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인간은 자기 스스로를 변화시킬 힘을 갖고 있지만 정말 많은 경우 혼자만의 힘으로 자신의 마음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을 때도 많다. 내 몸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병원에 가듯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자기 생각대로 감정이나 마음상태가 조절되지 않아 불편한 분들이 있다면 너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주변 정신의학과를 찾아 도움 받을 것을 권한다. 내가 정신의학과 뇌과학 책을 읽으며 확신한 단 한 가지가 있다면 사람은 때로는 자기 몸보다 자기 마음을 스스로 조절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며 따라서 정신의학과 찾는 것을 결코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마 내가 모르긴 모르지만 정신과에서 처방해준 약물에 의존하게 되었다는 등 정신의학에 대한 풍문은 보통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이 일부 있더라도 대부분 대부분의 병이 그렇듯 악화될 대로 악화된 다음에야 정신과를 찾는 경우에 그럴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우리의 정신과에 대한 안좋은 편견 때문에 대부분 그런 경우가 많은 까닭이 아닐까 싶다. 마음이 불편한데 아무리 스스로 노력해도 불편하다면 정신과를 정말 감기걸렸을 때 동네의원 찾아가는 마음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기 스스로를 사랑해야 하는데 자기 병을 방치하는 사람 더러 우리는 그가 그 스스로를 사랑한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현대의학 발전의 혜택을 우리 몸과 마음에 아낌 없이 활용해줘야 할 것이다.
반 년이상이 지난 지금 나는 매우 호전되었고 처방받는 약의 개수와 용량도 많이 줄었다. 와이프가 내 전화를 받지 않아도 바빠서 그러려니 하고 전반적으로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불안하거나 뭔가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빠지는 것 없이 마음이 평온하다. 물론 육아휴직의 영향이 아주 클 것이나 수능 혹은 제대 이후 잠깐의 휴식기와 대학 휴학기간 중에도 이렇게 마음이 평온해본 적이 없다. 그렇다 보니 육아휴직을 수행함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이가 떼를 쓰고 화를 낼 때 같이 휘둘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의사 선생님과 정신의학 저서들에 따르면 ADHD와 불안증, 강박증 모두 욱하며 충동적으로 기분과 감정이 상하기 쉬운 마음 상태다. 아이와의 갈등 상황을 복기해 보면 내가 만약 정신과 치료 없이 육아휴직을 수행했다면 나도 모르게 떼쓰는 아이에게 불필요한 화를 냈을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는데 치료를 받고 스스로도 여러 노력을 하며 마음 치유에 신경 쓰다 보니 다양한 아동심리와 육아 전문가들의 책에서 읽은 것들을 실천하기 용이했다.
그러다 보면 가끔은 아이 육아에 대해 내가 했던 행동들을 복기해 보면 반성할 점도 많지만 칭찬할 점도 발견하기도 한다. 육아 관련 책에서 특정 문제 상황에 대해 내가 대처했던 것들이 거의 그대로 모범답안으로 나오는 경우다. 어느 날 원인을 모르게 내 모든 지시를 거부하며 내 아들 우니가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우리 아이가 왜 저러는지 감정 동요 없이 곰곰이 지켜보며 생각했다. 30개월 아이들은 아직 자기 세상의 전부인 부모에게 어떤 악의를 품을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조건 없이 부모를 사랑한다. 틀림없이 뭔가 불편한 건데 말할 수 있는 단어가 아직 한정되어 있다보니 답답하고 화가 난 것일 확률이 높다. 그렇게 내가 우니를 가만히 지켜보며 생각하는 와중 별안간 화를 못 이겼는지 우니가 물건을 던진다.
"물건은 던지면 안 되는 거야!"
하고 외치며 다가가 나는 우니의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 우니 뭐가 불편하구나, 그런데 아직 그걸 아빠한테 말하기가 힘들어?"
하고 물어보니 입을 삐죽 내밀며 "응."하고 대답한다.
그래서 내가 우니를 꼭 안아주며 또 물어봤다.
"맞아, 우리 우니 아직 아기라서 뭐가 불편한지 말하기 힘들 수 있어. 괜찮아. 그런데 그래도 화내면 안 좋아. 화 낼 필요 없어. 우니가 화내면 아빠가 속상해. 우니 아빠가 속상했으면 좋겠어?"
그러니 우니가 "아니."라고 나를 안으며 대답한다.
"그러면 이제 화내지 말고 뭔가 불편한 게 있으면 아빠 도와주세요, 하고 말했으면 좋겠어. 누구에게든 화내면 안 좋은 거야. 물건은 절대 던지면 안되고. 뭔가 불편할 때 아빠 도와주세요~ 해볼 수 있겠어?"
그러니까 우니가 잠시 말을 안 하더니 "응."하고 대답한다.
"그럼 아빠가 여기서 책 읽으며 기다릴 테니까 또 불편해지면 아빠한테 와서 이야기해. 아빠가 열심히 도와줄게. 알았지?"하고 책 읽으며 기다리니 조금 있다가 우니가 이윽고 말한다.
"아빠, 도와주세요. 이거 빠방으로 만들어주세요!"
뭔가 봤더니 아이가 로봇으로 변신이 가능한 자동차 장난감을 가리키고 있었다. 로봇 모드로 정리되어 있던 장난감을 다시 자동차 모양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게 자기 힘으로 되지 않자 별안간 나에게 화풀이한 것처럼 보였다. 3초 만에 척하니 자동차 모양으로 다시 만들어 준 후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래 우리 우니! 아빠는 우니가 화내지 않고 도와주세요, 말해줘서 기분이 너무 좋아. 아빠가 기분 좋으니 우니도 기분 좋지?" 하니 우니가 웃으며 "응!" 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 우니 화내지 않고 말해줘서 고마워~"하며 대화를 마치고 아이 엄마가 퇴근하자 우니가 듣는 앞에서 우니 칭찬을 한참을 했다. 우니는 기분이 들떠 자기가 아빠한테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는 것을 발걸음을 총총거리며 거들었다.
처음에는 너무 아이를 감싸줬는지, 좀 더 단호하게 해야 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복기하고자 책을 펼쳤다. 이제는 문제 상황이 있을 때마다 책 목차를 훑으며 사전을 찾는 식으로 육아 독서를 하곤 하는데 갖고 있는 모든 책에서 군데군데 나의 대처를 모범답안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안 되는 것은 무엇이 안 되는지 구체적이고 단호하게 말하고 대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 그럼에도 감정 동요를 보이거나 윽박지르지 않고 말한 점. 아이가 감정 표현이 서투를 수 있어 화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는 점.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할 수 있도록 충분히 기다린 점 등이다. 정신과 치료와 전문가들의 글을 읽으며 중요한 핵심들을 꾸준히 생각하고 고민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었던 날이다.
스스로 반성하고 자책할 땐 해야 하지만 또 칭찬할 때는 칭찬해 줘야 겸손이다. 세상 속에서 보면 자신이 부족한 걸 아니까 여러 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게 자기 칭찬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나는 이 날 나 스스로 역시 속으로 많이 칭찬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우리 아들은 화를 자주 낸다. 여전히 감정 표현을 말로 논리적으로 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똑같은 식으로 대처하면 금세 안정되면서 물건을 던지지 않고, 말이 늘 수록 침착하게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는 횟수는 늘고 있다. 예쁘게 말하는 아들을 보며 감동받을 때가 참 많다.
사실 돌아보면 육아 책을 따르듯 배우자도 세상 모든 사람들도 그렇게 대하는 연습을 하면 좋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연습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람에 대해 더 공부해서 누군가 나를 불편하게 할 때 그 사람의 심리와 상태를 침착한 마음상태에서 논리적으로 분석해 보고, 거기서 나름의 이해를 바탕으로 그 사람 역시 갈등 과정에서 고충이 있을 것임을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가장 좋은 대응을 하는 연습을 반복하고 좋은 대응을 위해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 말이다. 대표적으로 그냥 내 마음이 부정적 감정에 휩쓸려 있을 때 나 스스로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노력하며 상황에 따른 올바른 행동을 하려 노력하는 걸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 무엇보다 우리가 헤어 나오기 힘들 때는 계속 부정적 감정의 악순환에 휩싸여 우울과 무기력 속에 있는 상황일 것이다. 그 상황은 가히 내가 나를 괴롭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괴롭히는 나라는 상대방을 제대로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 나는 그래도 내 와이프를 만나며 그런 연습을 해왔기에 정말 중요한 상황에서 나 자신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해 정신과 진료실에 방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와이프를 사랑하기 전에 나 스스로를 가장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며 끊임없이 해온 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칭찬 연습, 그리고 인간에 대한 꾸준한 공부 덕분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사람마다, 또 그 사람들이 마주치는 사랑의 대상마다 사랑의 형태는 각자 다르고 다양하겠지만 본질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제대로 사랑할 수 없으면 남도 제대로 사랑할 수 없다는 말에는 그게 얼마나 깊은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았어도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말하면 남을 제대로 사랑하는 것은 나 자신 역시 제대로 사랑하고 있다는 말도 된다. 그렇게 보면 모든 사랑의 본질은 같다는 결론에 이르고 그에 따라 남을 사랑하는 데에 있어 인생의 가장 중대한 사건인 결혼과 출산육아 역시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할 수 있도록 우리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래서 오늘도 말한다.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