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다시 나를 믿고 서는 법
작년에 요가를 시작하면서 물구나무를 서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신기했습니다.
오로지 팔과 몸의 힘만으로 거꾸로 선다는 것이 기이하면서도 대단해 보였거든요.
요가 선생님은 “누구나 차근차근하면 할 수 있다"라고 하셨지만, 제 안에는 의심이 가득했습니다.
벽 쪽으로 가 두 손을 깍지 끼고 바닥에 대고, 이마와 머리가 닿는 지점을 맞춥니다.
발을 몸 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이 첫 동작인데, 이 자세가 익숙해지면 다리를 차서 벽에 댑니다.
그리고 발을 벽에서 떼는 연습을 거쳐, 결국에는 내 몸의 힘만으로 서는 것이 완성이지요.
요가를 시작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저는 처음으로 벽에서 발을 뗄 수 있었습니다.
물구나무로 버티는 시간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몸은 확실히 익숙해지고 있었지만, 벽이 없는 곳에서 시도하는 건 여전히 두려웠습니다.
마음이 따라오지 못한 것이죠.
뒤로 넘어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선생님은 가끔 자리에서 직접 물구나무를 서 보라고 권하셨지만
저는 “아직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다"라며 자꾸 미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뒤 타임 요가를 들으러 갔는데 수강생이 너무 많아 벽 자리가 모두 차 있었어요.
그 순간 ‘어쩔 수 없지’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두 손을 모아 머리를 바닥에 대고, 다리를 차올렸습니다.
잠깐의 두려움 뒤에, 몸은 이미 알고 있는 듯 거꾸로 선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었습니다.
그때 제 마음 안에서는 몇 가지 감정이 동시에 일어났습니다.
물구나무를 할 때마다 올라오던 불안을 넘어섰다는 자신감,
벽 없이 선다는 자유로움,
내 몸에 스며든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확신까지...
벽이 없을 때 비로소 나만을 믿을 수 있고 스스로를 확신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요즘 그 감정이 조금씩 희미해졌습니다.
일이 생기면 요가는 뒤로 밀리고, 물구나무도 대충 하게 됩니다.
무엇엔가 기대고 싶고 스스로 하는 불편함과 두려움에 눈 감고 있습니다.
다시 그때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어요.
내일은 새벽 요가 줌 클래스로 하루를 열어보려고 합니다.
잠시 멀어졌던 나에게 다시 다가가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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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강연 #첫눈,처음의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