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조용한 탄생을 꿈꾸다

아이에게 건네는 가장 부드러운 환영

by 초바샘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보건소 임신 출산 교실에 갔습니다. 그당시 저는 태교와 출산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찬 초보 예비 엄마였습니다. 그날 산부인과 간호사 출신 강사님에게서 ‘아기 친화적 출산’이라는 개념을 듣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산부인과 의사 르봐이예의 《폭력 없는 출산》을 예로 들며, 산모와 아기 모두가 고통이 아니라 ‘환영’ 속에서 출산을 맞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엄마 뱃속과 비슷한 편안한 환경 속에서 아기를 낳아야 산모와 아기 모두 분만을 고통의 과정으로 기억하지 않는다고 하셨지요.


산부인과에서 아기 낳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초보 엄마는 산부인과에서 하고 있는 의료 행위 중에 불필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제모, 관장, 무통주사, 회음부 절개 등 출산 과정에 당연하게 하는 줄 알았던 것들이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습니다.


그 순간, 저는 처음으로 ‘아이를 어떻게 낳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기를 낳는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본 적 없었던 예비 엄마였던 제게 ‘인권 분만’이라는 개념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태교를 하며 아기를 건강하게 낳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어떻게 낳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었거든요.


바로 도서관으로 가서《폭력 없는 출산》을 집어들었습니다. 작가는 출산 과정을 아기의 눈으로 바라보며, 병원 편의 위주의 분만 환경이 아이와 산모에게 출산의 과정이 폭력적임을 고발했습니다. 그는 아기의 입장에서 출산을 바라보고, 아기의 청각·촉각·시각을 편안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분만 환경을 고민하고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조용하고 부드럽고 어두운, 엄마 자궁 속과 닮은 아늑한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는 울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순간부터 최소한의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자연스러운 분만 환경을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내 아이도 '울지 않은 아이'로 낳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큰 아이를 낳은 이후 아이와 엄마에게 더 좋은 출산 방법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세 아이 모두 다르게 출산했지만 무통 주사는 모두 맞지 않았습니다. 진통이 무섭지 않아서도, 아프지 않아서도 아니고 첫 세상을 맞이할 아이를 위해 필요한 만큼의 고통을 느끼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후로도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결국 저는 병원에서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평소에는 겁이 많은 편인데,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면서도 어떻게 걱정이 하나도 되지 않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이 하라시는 대로 하던 아이였는데, 아이와 관련된 일에서는 청개구리 같은 모습이 되는 것이 신기합니다. 첫 아이는 결국 조산원 방에서 남편과 함께 낳았습니다. 그리고 아쉬웠던 점을 보완하며 둘째와 셋째는 각각 다른 장소, 다른 방식으로 출산했습니다.


아이 셋 모두 다른 출산의 순간을 지나오며, 저는 출산이 ‘엄마의 선택’이자 ‘아기에게 건네는 첫 배려’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청개구리 같던 제 선택들은 결국, 아이와 저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길이 되었지요.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조용하지만 단단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 셋 모두 다른 출산 방식을 선택한 청개구리 엄마,

오늘도 아이들과 ‘이상무(異常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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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첫째 아이 조산원에서 낳은 이야기 입니다. 기대해주세요.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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