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너희들 덕분에 겁없이 살아간다

겁날 것 없는 어른이 된 이야기

by 초바샘

유난히 어린 시절에 대해 잘 기억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고모가 그렇습니다.

두 살 때 음식을 물고 자는데 어머님이 일어나라고 깨웠던 것이 첫 기억이라고 합니다.

어머님이 자주 이야기를 해서 진짜라고 믿는 것일 수도 있지만 신랑이 기억하는 것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시누이는 어린 시절의 세세한 기억까지 가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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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저는 어린 시절이 세세하게 기억나지 않아요.

어머니가 해 주신 음식 냄새,

빗자루 뒤로 맞고 뼛속까지 느껴지던 아픔,

시골 할머니 댁 아랫목의 따뜻함 등

뿌옇고 흐릿한 감정들만 기억날 뿐입니다.


그래도 중간중간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어요.

이상하게도 마음 졸이고 겁먹었던 일들은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아마도 저는 꽤 겁 많은 어린아이였던 것 같아요.


비가 무수히 오던 날 밤 캠핑 중에 텐트가 떠내려가지 않았으면 하며 불안해서 잠을 설친 기억,

친구와 집에서 놀다가 화분의 식물 줄기를 베란다 밖으로 던져놓고 부모님께 혼날까 봐 나가서 다시 주워 왔던 기억,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던 모둠 신문을 모아놓는 역할을 맡았는데 책상 서랍에 모아두었던 것이 제출하는 날 없어져서 걱정하며 잠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천재지변, 일탈, 의무를 다하지 못할까 봐 불안해했던 어린 아이가 보입니다.


그 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세계에서 금지된 세계로의 이동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커서도 비행기를 타면서도 혹시 사고가 날까 봐 걱정하고,

한 번 읽기 시작한 책은 작가에게 미안해서 끝까지 읽고,

할 일을 혹여나 놓치거나 실수하면 스스로 자책했어요.



그런데 그 아이가 어린이들과 함께 하기로 결심하면서 의젓해졌습니다.

내 아이를 낳으면서, 남의 아이를 가르치면서 겁날 것이 없는 어른이 된 것이지요.

이제는 누군가에게 혼날까봐 불안한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어른이 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됩니다.

아이의 세계를 존중하지 못해서 아이에게 상처를 줄까봐 고민합니다.


멋지게 포장했지만 이젠 겁날 것이 없는 아줌마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세 아이 덕분에~ 겁없이 살아갈 용기가 생겼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것에 두려움 없이 도전해봅니다.

틀리면 어때를 외치며 격려하고 실수를 웃어 넘기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고 나아가다보니 겁이 점점 없어지네요.

도토리 같은 아이들이 소중한 하루를 모아 참나무로 자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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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의 작은 하루가 거대한 참나무를 만든다.

-초바샘 (지혜수)-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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