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과 어깨를 너무 많이 썼는지 밤잠을 설치다 새벽 네시에 일어나 교실 꾸미기 아이디어를 이것저것 생각하다 그냥 일어났다. 머리도 식힐 겸 이른 아침 산책에 나섰다. 미국에 그리 오래 산 편은 아니지만 14년 차가 되니 익숙해져 더 이상 새롭지 않지만 가끔은 한국도 저런 문화가 보편화되면 좋을 텐데 하는 것들이 있다. 자동차 스티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가 있다. 거진 모든 학교가 다 있다.작은 돈을 모아 소속감도 높이고 학교를 재정적으로 돕는거다. 얼마 전 서울 대학교에서 fundrasing 차원에서 서울대 mom, 서울대 dad 자동차 스티커를 만들어 배포했다 학벌주의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한 단체가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는 기사를 읽고참 멀었다 싶었다.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산책 길에 있는 초등학교가 다음주 월요일 개학을 앞두고 welcome 한다는 의미로 rock을 색칠하고 문구를 집어넣었다. 학교에서 fundrasing용으로 저 rock을 사용하는데 학부모와 학생 그 가족이라면 누구나 $50을 내고 저 rock을 전광판처럼 사용한다. 주로 생일인 아들 딸을 위해, 졸업, 입학을 축하해 주기 위해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페인트를 들고 와 밤새도록 그림을 그리고 문구를 써넣는다. 다음날 등교한 아이는 깜짝 선물을 받게 된다. 어떤 학교는 커다란 rock 대신 폐자동차나 폐스쿨버스가 세워져 있기도 한데 같은 목적으로 사용된다. 또 하나 학교에서 하는 fundrasing이 학교 티셔츠, 후디, 자동차 스티커등 기념품 판매를 하는것이다. 나도 아들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자동차 스티커를 다 가지고 있다. 물론 큰 아들 대학교 스티커도 하나 살까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가 경험한 미국은 한국과 좀 다르다. 수많은 언어와 민족과 문화가 섞여있고 부와 가난이 더 폭넓고 깊게 존재하며 개인이 생각하는 삶의 우선순위도 그 다양한 구성원만큼 다 다르다. 한 예로 우리 교회 원로 목사분이 팽대부암이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암수술로 사경을 오랫동안 헤매다 건강이 많이 좋아져 5년 이상 건강히 생존해 계시는데 그분의 집도의에 관한 이야기는 미국이 왜 다른가를 잘 보여준다. 원로 목사님은 그 집도의가 얼마나 이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인지를 수술 스케줄 잡기 너무 힘든 그 의사가 얼마나 완벽한 타이밍에 수술 스케줄이 잡혀 자신이 살게 되었는지를 입이 닳도록 말하셨었다. 난 설교 시간에 내가 모르는 내용은 바로 googling 하는 버릇이 있는데 그 집도의의 학벌?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그분이 졸업한 학교와 medical school이 한국인 눈에는 별 볼 일 없는 학교였기 때문이다. 이 분이 왜 이 학교를 가게 되었는지는 분명 치는 않지만 짐작이 가긴 한다. 미국 대학 등록금은 비싸다. 의대는 진짜 무지무지하게 비싸다. 부모가 가난한데 공부를 잘하면 fiancial aid와 장학금을 받아 등록금을 낼 수 있지만 부모가 전문직이어서 돈을 좀 벌면 등록금 전액을 내고 다녀야 한다. 참고로 우리 아들이 다녔던 학교의 의대 등록금은 1년에 10만 불 넘는다.공부를 다 마칠 때까지 한국돈으로 10억 이상은 생각해야 된다. 그래서 오히려 의사 아버지 엄마가 공부 잘하는 아들 딸한테 장학금 받고 학교 다니라고 학벌?을 낮춰 주는 경우가 많다. 내 주변에 백인 부모들 몇 명이 실제로 그랬다. 그 대신 이들은 여행을 다니고 공연을 보러 다니고 친구 가족 이웃들과 함께 어울리는데 돈을 쓴다.
물론 미국도 학력에 신경 쓴다. 하지만 학벌은 아니다. 오히려 학벌을 쉽게 돈으로 살 수 있게 기부금 입학제를 열어 놓았다. 그러나 그게 학력은 아니다. 학력은 실력이다. 돈으로 실력은 못산다. 실력이 모자라면 도태된다. 네이티브에 비해 영어 실력이 당연히 모자란 난 오늘 점심으로 나온 샐러드와 피자도 일하느라 바빠 1조각 겨우 먹으며 일을 한다. 안 바쁘면 큰 슬라이스 3개는 먹었을 텐데 말이다. 교실은 점점 더 엉망이 되어 가고 접시 놓을 공간도 없어 counter top위에 얹어 넣고 working lunch를 했다. 미국은 그렇다. 이력서에 하버드가 쓰여있어도 community College가 쓰여있어도 중요한 건 누가 나를 referral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결국은 학벌이 아니라 실력이고 경력이다. 실력이 없으면 봐주기 그런 거 없다. 그날 저녁 바로 해고 통지가 날아간다. 선배라고 봐주고 후배라고 챙기고 그런 거 없다. 혹 같은 field에 있다 보면 같이 일하다 보면 서로 team으로 일할 수 있지만 철저하게 performance 위주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melting pot이란 말처럼 모든 민족이 모든 언어가 모든 문화가 다 녹아내려 이룬 국가이다. 함께 지내다 보면 너무 느긋한 업무 태도 긴장감 없는 표정이지만 이들은 철저하게 경쟁한다. 실력이 있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온 누군가와 경쟁한다. 그래서 나만이 가진,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만의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 막내아들의 축구 코치가 영국 남자에서 인도 남자로 바뀌었는데 이 극성맞은 soccer mom들은 확실히 지독히 훈련시키는 인도 남자 코치를 더 좋아하는 듯하다.영국 남자가 의문의 1패를 한거다. 난 동료 교사와 함께 책 읽기, 책 읽기와 연계된 art and crafts에 엄청 신경을 쏟아 붙는데 공공도서관에서 보물 찾듯이 책을 찾아서 수업에 적용한다. 어쩜 그 때문에 여기서 내가 근무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학벌 없는 내가 학력의 끈을 놓지 않아서..... 설사 내가 서울대를 졸업했다 하더라도 이들은 그게 뭔데? 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