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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 프리스쿨(외전 2)

50대 부부 미국 한 달 살기 프로젝트 초읽기

by Esther Active 현역

작년 이맘때 대학 동창 두 명이 미국 여행을 오며 우리 집에 들렀었다. 각자 따로 출발 따로 귀국 캐나다로 해서 서부에서 동부까지 맛집 멋집 박물관 이곳저곳을 다 들려보고 우리 집에 온 것이다. 두 친구들을 데리고 난 winery를 가서 포도 따기도 하고 wine tasting을 하고 local brewery를 가서 수제 맥주를 맛보게 하고 미국인들이 흔히 먹는 brunch 가게에서 brunch를 먹었다. 아이들 축구 연습을 가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제 버거집에 가서 감자튀김과 미국식 수제 햄버거를 맛보았다. 나름 유명하다는 빵가게에 들러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고 한가롭게 산책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작년 이맘때도 이상 기온 때문에 비행기 스케줄이 엉망진창으로 꼬여 공항에서 허비한 시간이 너무 많아 사실 길게 머물지는 못했다. 인생사가 어찌 그리 머피의 법칙에 딱 들어맞는지 해마나 해외여행을 갈 때는 꼭 여행자 보험을 들었었다는데 이번 여행은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던 건지 여행자 보험을 안 들고 왔더니 허리케인에 폭우에 천둥에 비행기 연결 편이 가는 곳마다 딜레이 켄슬, 딜레이 켄슬을 반복한 것이다. 피붙이 하나 없고 아는 사람하나 없는 공항에 나 홀로 밤을 새웠던 것이다. 왜냐고? 워낙 장거리 여행인 데다 이동이 긴 미국과 캐나다를 여행하니 예산을 좀 아끼려다 아는 미국 사람은 안다는 United 국제선과 American Airline의 국내선 온라인 티켓을 예매했던 것이다. 사실 이 두 비행사는 내가 절대 신뢰하지 않는 비행사이다. 비행기 값이 싸게 나올 때는 중간에 딜레이 켄슬을 각오하고 늘 여행자 보험을 들어둔다. 속된 말로 돈 수억 까먹고 배운 노하우이다. 특히나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구매하면 캔슬되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런데 이것도 머피의 법칙이라고 여행자 보험을 들고 가면 정시에 출발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국 새만금에서 세게 잼보리가 열렸을 때에는 정말 최고의 여행자 보험을 들고 한국에 갔었다. 사실 잼보리 현장을 비춰주는 TV 뉴스를 보고 난 인재를 직감했다. 미국에서 보이스카웃을 시켜본 부모들이 그 장면을 봤다면 모두 다 OMG를 외쳤을 것이다. 절대 잼보리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난 조기 철수난 이태원 사태처럼 뭔가 커다란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의료보험과 비행기 결항 딜레이 등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커버할 수 있는 보험을 아주 비싼 돈 주고 샀다. 결론적으로 내겐 보험 쓸 일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다. 출발 전날 태풍 관계로 출발 스케줄 확인 하라는 메시지를 대한 항공으로부터 받고는 "아싸! 잘하면 공짜 호텔 스테이에 삼시세끼 식사가 항공사 측이든 보험사 측이든 사용할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 머피의 법칙이다. 이런 철저한 대비 덕인지 잼보리는 취소되고 대규모 사건 사고나 나긴 했지만 결국 내 나라 아닌가? 난 보험과 상황 없이 여러 가지 문제를 단지 가족이 한국에 살고 있다는 장점하나로 모든 것을 쉽게 해결할 수 있었고 잘 지내다 왔다.


이런류의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어디가 제일 좋았니? 만약 다시 온다면 어디 가고 싶으니?" 물었더니 그냥 "너희처럼 평범한 동네에서 평범한 미국인처럼 평범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한 달 살아보기를 하고 싶다" 한다. 낙엽을 쓸고 나무를 쪼개 Fireplace에 불을 지피고 산책을 하고 커피 한잔과 오믈렛으로 아침을 먹고 일하러 가고 장을 보러 가고 주말이면 덱에 나와 바비큐를 굽고 일요일이면 교회를 가고 그러한 소소한 것들을 해보고 싶단다. 그래서 물어봤다" 남편 전기 잘 만지지? 넌 꽃 가꾸기 좋아하고 꽃나무 만지는 거 좋아하지? 그럼 됐다. 다음엔 온 김에 석 달 살 생각으로 와라. 내가 같이 프로젝트할 사람 구해줄게!" 했다. 머무는 동안 약간의 용돈도 벌고 숙식도 해결하고 사람도 만나고. 사실 아는 분이 13 에이커 땅에 사신다. 그 땅을 커다란 정원으로 꾸며 카페를 하고 싶어 하신다. 그러나 단 시간에 할 생각은 없으시고 천천히 시간을 두고 혼자서 사람사서 요기 이만큼 저기 조만큼 프로젝트를 이어 가신다. 손재주가 좋은 사람이면 13 에이커 땅에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 현재도 떡 카페를 조그맣게 하고 계신데 일종의 영업 확장 프로젝트다. 빵 잘 만들고 커피 잘 만들고 인테리어 감각 있는 친구면 금상첨화다. 남자가 전기나 목수일에 손재주가 있다면 아마 미국 회사에서 모셔 갈지도 모를 일이다. 워낙 손재주 있는 사람 구하기가 어려운 미국이기 때문이다. 나의 50대 친구 부부의 한 달 살기 프로젝트 초입 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내년이면 올수 있으려나?


사실 누구나 살아보지 못한 삶을 한 번쯤 살아보고 싶어 한다. 그것도 나를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멀고 먼 곳에서. 그래서 한달 살기가 유행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마음 이해한다. 때로는 정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한국은 생각보다 너무나 나를 아는 사람이 많다. 부모가 가족이 친척이 친구가 동료가 동네 주민이 동호회원이 짐회원들이 그러면 내가 나라는 틀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 때로는 나를 전혀 모르는 그래서 나조차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헤쳐 나갈지 모르는 그건 삶의 시작 순간을 마주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난 내 친구 부부를 이해한다. 나도 그런 마음이 있었고 그래서 이민을 왔고 살아봤고 살아가고 있고 이제 또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살아보기 위해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한 달 살기 프로젝트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그래서 이번 겨울 일본 여행이 더더욱 기대된다.

おげんきですか。(お元気です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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