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자락길을 걸어본 적 있는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산책로이다. 연세대학교로이어지는 코스도 좋고, 봉원사로 이어지는 산책 코스는 기독교인이지만 부처를 바라보며 카르마에 대해 질문을 던져 보기도 하는 곳이라 또한 사랑하는 코스이다. 몸과 맘이 두려움에 휩싸인 어느 날 꽁꽁 얼어붙어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한계가 올 때면 발길을 숲속한방랜드 찜질방으로 옮겨 숯가마에 몸을 녹이고 미역국 한 사발에 마음을 몇 날 며칠이고 녹여 나온다. 그러면 살 것 같다. 이게 내가 터득한 나만의 힐링 방법이다. 십사 년이 넘어가는데도 지루한 적이 없다. 미국으로 이민 온후 해마다 한국 방문 시 난 이 힐링을 반복한다. 그래야 일 년을 버티는 듯하다. 근데 올해는 6개월을 못 버티고 탈진 상태가 돼버렸다.
혹시 감기로 죽을 만큼 아파본 적 있는가? 죽을 만큼 아팠다가 살아난 기억이 이번까지 세 번째이다. 첫 번째는 초등학교 때였는데 거진 실신 상태의 나를 엄마가 병원에 업고 가서 입원시켜 링거라는 주사액을 맞혔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는 이민 온후 삼 년째 되는 해 거진 열흘을 앓아누워있었고 한 달 가량을 아팠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이다. 꼬박 삼일을 죽은 듯 누워 지냈다. 너무 아파 아무것도 못했다. 학교는 당연히 못 갔고 먹지도 마시기도 힘들 만큼 죽어라 아팠다. 그나마 기운이 좀 차려진 오늘 난 안산 자락길을 상상하며 우리 집 근처 산책로를 천천히 걸었다. 걷다 지치면 앉아 쉬다가 또 걷고 또 앉아 쉬다를반복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이곳 산책로의 모든 피크닉 테이블, 의자, 벤치가 이곳을 사랑했으나 지금은 고인이된 분들이 헌정한 것이라는것을
그리 생각의 길을 걷다 보니 언젠가 서대문구가 낙후된 안산자락길의 벤치와 피크닉 테이블 의자 등 교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제안서를 내고 내 이름도 올랴놔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이 많이 아프면 죽음까지 계산하고 어떻게든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어지는 걸까? 아니면 마지막 순간에라도 진정 누군가에게 쉬어갈 벤치가 되고 의자가 되고 싶은 건가? 가족 친구 말고는 한 번도 편히 쉬어갈 벤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헌데 오늘 만큼은 그곳에 새겨질 글귀하나 떠올린다 "안산 자락길의 사계절 사랑했는 이 에스터를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