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수면 유도제를 먹이면 아동학대가 될까? 정답은 경우에 따라서는 아니다가 정답이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상당히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뜻에 따라 의사의 처방된 멜라토닌을 섭취하고 있다. 작년에 우리 반이었던 랍비의 딸 A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잠을 안 자서 멜라토닌을 처방받아먹었었다. 몇 년 전에 우리 반이었던 C도 수면에 문제가 있어서 멜라토닌을 처방받아서 먹었는데 그 아이의 경우는 절대로 낮잠을 못 자게 했다. 2-3살이라서 아직은 낮잠이 필요한 나이였지만 낮잠을 자게 되면 밤잠을 못 잔다는 게 이유였다. 하긴 미국의 많은 미취학 아이들이 저녁 7시에 잠을 자고 아침 7시에 기장하는 12시간 수면 패턴을 유지시키고 있으니 굳이 낮잠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프리스쿨에서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 15분까지 있으려면 낮잠이 필요하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서 4시 15분까지 오후반을 운영하는 우리 학교에는 오후반 들어오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경쟁률이 심해서가 아니라 아이가 낮잠 시간에 잠을 자거나 1시간 45분 동안 자기 침대에서 조용히 누워 시간을 보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 반 아이 E가 오후반 첫 번째 관문에서 떨어졌다. E는 예전처럼 9시에 학교 왔다가 1시 15분에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오후 4시 15분까지 머무를 수 없다. E의 부모는 오늘부터 4시 15분까지 남아있기를 희망했으나 아이가 낮잠 자는 다른 방으로 옮겨가자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일차 관문에서 떨어진 것이다. 사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아무런 문제 없이 낮잠 자는 다른 방으로 옮겨가서 혼자 조용히 누워 낮잠을 자거나 혼자서 조용히 휴식하며 시간을 보낸다. 문제는 E처럼 낮잠 자는 방에 가는 것 자체를 무서워하거나 낮잠 자는 방에서 씨끄럽게 떠들며 다른 아이의 수면을 방해하는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어는 관문에서든 떨어질 준비가 되어있는 아이들이다. 즉 며칠 동안 주의를 주면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라고 하거나 낮잠을 자도록 유도하지만 낮잠을 못 자면 집으로 보내진다. 억지로 잠을 재우려 하거나 억지로 조용히 시키려는 것 자체가 아동 학대이기 때문이다.
우리 반 11명 중 4명이 낮잠 테스트를 통과해 4시 15분까지 학교에 머물다 퇴근하는 엄마나 아빠가 픽업해가고 있다. 지난번 M이 낮잠 테스트에 떨어진 것과 합쳐 이번이 두 번째 낙방이다. 사실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오전 8시부터 4시 15분까지 아이를 봐준다면 맘 편히 직장에 다닐 수 있을 텐데 오랫동안 머물게 하고 싶다고 머물게 할 자유가 없다. 사실 상당수의 많은 미국 유아들이 수면문제로 sleeping specialist의 치료를 받고 있고 멜라토닌을 복용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보면 낮잠 못 자는 것이 어쩌면 밤에 잘 자기 위한 자연스러운 패턴일지 모르는데 낮잠을 못 잔다고 낮잠시간에 조용히 못한다고 아이를 받아 주지 않는 걸 보면 뭔가 앞뒤가 안 맞는 듯해서 마음이 불편하다. 차라리 깨어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조용히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 시간을 따로 만들어 주면 좋으련만 그걸 안 한다. 손들고 제가 반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나서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내 마음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미국의 요즈음 젊은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아예 생각도 하지 말자 다시 다짐하게 된다. " E야 다음번 테스트에는 꼭 붙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