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터치패드에 이어서 스타트 블록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스타트 블록은 수많은 브랜드가 있다. 오메가부터 피니스 그 외 다른 크고 작은 기업들까지 말이다. 블록은 다양하지만 스타트를 측정하는 센서는 저번 터치패드에서 소개한 것과 같이 오메가나 콜롬비아 같은 브랜드가 담당한다. 스타트를 하게 되면 센서가 스타트 반응 속도를 측정한다. 그것으로 부정출발을 잡아낸다. 그러니 기록과 관련된 센서는 터치패드를 만드는 회사가 담당하는 것이다. 스타트 블록은 순수 하드웨어 구조물이다. 그래서 수많은 브랜드가 등장할 수 있다. 스타드 블록은 과거에 꽤나 단순한 모양이었다. 바로 발판이 없는 그냥 평평한 경사가 있는 구조였다. 현재도 스타트 블록이 있는 대부분의 수영장이 발판이 없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현재 대회에서 쓰는 발판이 있는 블록을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의 수심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경사가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처음 대회에서 발판이 있는 블록을 사용해 본 사람들의 대부분은 높기도 높고 경사가 가팔라서 무서웠다고들 많이 말한다. 그럼 내가 경험한 다양한 스타트 블록에 대해서 설명해보고자 한다.
발판(킥플레이트)이 있는 블록
수영 대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판이 있고, 그 발판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보통 블록만 설치하는 것이 아닌, 블록 아래 데크 같은 구조물들을 두어서 스타트대 기본 높이가 높다. 국제대회에서 주로 쓰는 오메가의 최신 스타트 블록은 상판의 가로가 약 64cm, 세로가 약 74cm, 블록의 높이가 약 70cm 정도, 발판의 폭이 52cm, 경사는 9도 정도이다. 그러니 발이 엄청 큰 사람이라도 웬만큼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규격이다. 또한 처음 올라가 보면 생각보다 경사가 있어서 자세를 잡기 어렵다.
처음 발판이 있는 블록으로 규정이 바뀌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다니던 학교에도 이런 블록을 설치했었다. 근데 이 스타트 블록은 발판의 위치를 조절할 수 없었다. 발판이 없는 블록을 사서 임시로 발판만 납땜을 한 구조였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규정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스타트 블록을 사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가격이 매우 비쌌다. 지금과 같이 쉽게 구할 수 없어서 만들어진 유니크한 스타트 블록이었다. 그래도 당시에는 없는 것보다 좋았다. 있는 상태로 훈련하는 것과 없는 상태로 훈련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40만 원 정도면 구하던데 갑자기 하나 사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발판이 없는데 적당한 크기의 블록
사실 과거에는 이런 블록으로 대회를 했었다. 가로세로가 발이 큰 사람도 적당히 크라우칭 스타트를 할 수 있게 만들어서 말이다. 단점은 쉽게 미끄러지기도 했었다. 어느 정도 사용감이 생기면 터치패드와 마찬가지로 블록 상판이 마모가 됐다. 그래서 나는 대회 때마다 항상 큰 타월을 들고 다니며 물기를 닦고 스타트를 했었다. 대회에서 스타트부터 미끄러진다면 모든 레이스가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오래된 스타트 블록이라도 이렇게 하면 괜찮았다. 스타트 블록을 닦고, 내 발의 물도 제거하고 뛰면 미끄러지는 실수를 할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발판이 없는 곳은 많기 때문에 이렇게 어느 정도 크기만 돼도 사용하는 데는 불편함이 전혀 없다.
발판이 없는데 작은 크기의 블록
이 블록이 사실 가장 큰 문제다. 정말로 말이다. 보통 검색해 보면 블록의 상판이 가로세로 50cm 정도가 된다. 그런데 이것보다 작은 사이즈의 블록이 있는 수영장이 있다. 사실 이런 크기는 크라우칭 스타트는 할 수가 없다. 또한 너무 작아서 그랩 스타트라 불리는 양발을 모으고 뛰는 스타트 자세도 왠지 불편하다. 웬만한 성인들은 이 스타트 블록을 사용하게 되면 자세가 자유로울 수 없어진다. 간혹 가다 한 번씩 이런 블록을 사용하는 수영장이 있어서 사용해 보면, 사용할 때마다 스타트가 불편해서 이런 수영장에서는 스타트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든다.
서울의 구립 대회에는 대부분 스타트대 없이 스타트를 한다. 이런 걸 보면 스타트대가 있는 것조차 감사히 여겨야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수영장의 강습에는 스타트를 하는 것조차 없다고 들었다. 스타트가 잘못하면 크게 다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해는 된다. 그러나 스타트를 수업하는 날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밌어하고, 기다려한다. 내가 배우는 입장이라면 수영으로 더욱 빠져들게 하는 요소인데 빠진다면 아쉬울 것 같다. 마치 눈이 오지 않는 겨울의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