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 선생이 1966년 발표했던 ‘병신과 머저리’를 되뇌곤 하는 날들입니다.
연이어 탄핵당한 대통령을 둔 우파는 아무리 곱게 봐주려 해도 병신입니다.(저도 포함입니다.) 정치적으로 가장 큰 힘을 가진 대통령이, 결국은 군사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계엄을 군부의 전폭적인 지지조차 없이 선포함으로써 ‘스스로’ 탄핵의 길을 걸었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계엄군이 의회에서 보인 행동은 누가 봐도 계엄군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계엄군이 국회의원이나 시민과 몸싸움을 한다? 그런 계엄군을 보신 적이 있나요? 계엄이, 책상머리에 앉은 정치인에게서 이뤄지는 것, 목격하신 적이 있나요?
부정선거? 그렇다면 명확한 증거를 먼저 보여서 국민을 설득했어야죠. ‘나조차도 부정선거로 당선됐는지도 모른다’는 배수진을 치고 부정선거 특별조사단을 꾸릴 힘이 대통령에게는 없었나요? 대통령 정책에 어깃장만을 놓는 의회 내 1당이 싫다면, 자당(自黨)이 1당이 될 수 있도록, 아니 하다못해 야당이 과반 언저리 정도 의석을 얻는 것에 그치도록 행정을 잘 했어야죠.
의사 집단이나 전공의에 대한 국민 다수의 비판을 생각한다면, 더디 가더라도 정치 행정적 방법으로 의료 개혁을 추진했어야지요.
덜컥 계엄? 그러니 탄핵당하지요. 병신들...
그렇다고 좌파는 잘 했나요?
자신들의 입장과 동일하게,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는 법 정의를 이룬 것이고, 이재명 후보에 대한 유죄를 선언한 대법원은 사법 쿠데타를 자행한 것이라고요? 앞으로 이를 막기 위해 사법부마저도 앞으로 뽑힐 대통령이나 국회의 수하로 둘 수 있는 법을 만들자고요? 앞으로는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대통령 임기 내에는 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하자고요?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혹독한 ‘자관타엄(自寬他嚴)’도 이 정도면 파렴치를 넘어 범죄 수준이라고 봅니다.
수만 쪽에 달하는 재판 자료를 단 며칠 만에 읽은 대법원 재판관들은 A.I.냐며 좌파는 비아냥대는데, 그러면 헌재는 왜 대통령에게 변론 시간마저 충분히 주지 않았나요? 뭐가 그리 급해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헌재 재판관들은 일주일이면 수만 쪽을 다 읽을 수 있다. 나도 판사 할 때 수만 페이지가 아니라 수십만 페이지짜리 기록도 봤다. 그거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것은 차치하더라도요.
대법원 대법관들을 A.I냐며 비아냥댈 것이면, 헌재 재판관에게도 마찬가지 비판을 했어야지요.
대통령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게다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도 긴박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은 경제부총리마저 탄핵해야 하나요? 그래서 ‘대통령 권한 대대대행(代代代行)’‘이 국정의 중심에 서야 합니까? 어느 영화(해바라기)의 표현처럼,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군의 전폭적 지원 없이 계엄이 가능하다고 믿은 대통령이나 그를 뽑았던 우파, 이를 빌미 삼아 나라가 망하든 말든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는 좌파나 추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연이어 탄핵당하는 대통령을 지켜본‘ 우파와 대통령은 병신이고, 독선을 일삼는 민주당과 이를 지지하는 좌파는 머저리를 넘어 쓰레기로 보입니다.
뭐, 저 역시 병신이니 기실 무슨 말을 할까요?
추신
이번 대선에서 저는 머저리, 혹은 쓰레기처럼 보이는 이 대신, 병신을 찍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