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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유럽 2개 팀을 만날 확률은?

by 신형준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피파가 조 추첨 원칙을 어제(25년 11월 26일) 발표했습니다.


포트 2에 속한 우리의 관심은 우리 조에 누가 들어오느냐일 것입니다.


월드컵 우승만을 놓고 본다면, 월드컵은 누가 뭐래도 유럽과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향연입니다. 초창기 월드컵에서 우루과이가 두 번 우승한 것을 제외하면, 트로피는 항상 유럽과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가져갔습니다. 비유럽 팀으로 4강 안에 든 것조차 미국(1930년) 한국(2002년) 모로코(2022년) 세 나라뿐입니다.


우리 팀이 본선 조별리그를 통과해 32강에 들어가려면 유럽 팀이 한 개밖에 없는 조가 최상이라고 봅니다.(각 조에 유럽 팀은 최소 1개, 최대 2개 포진됩니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포트 1 중 최약체인 캐나다나 미국, 멕시코를 만난 상태에서 ⓐ 포트 3 스코틀랜드를 만나거나 ⓑ 포트 4의 유럽 팀을 만나는 게 최상이라고 봅니다. (포트 3에는 유럽 팀이 두 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괴물 공격수’로 불리는 엘링 홀란드가 이끄는 노르웨이입니다. 이탈리아도 크게 이기고 유럽 예선을 전승 통과한! 이 팀은 말이 포트 3이지, 웬만한 포트 1 유럽 국가보다 셀 것으로 보입니다.)


혹자는 “역대 월드컵 성적을 놓고 본다면 우리는 남미에 약했고, 유럽에는 그나마 강했다”고 주장합니다.

의문을 갖습니다. 우리가 유럽 팀을 이겼을 때의 ‘특수성’을 간과한 탓입니다.


우선, 1986년 이후 우리의 역대 대(對) 유럽과 남미 팀 성적을 보시지요. 1954년 월드컵 성적을 제외한 것은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해 배를 타고 갔던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고려해서입니다. 정상이 아닌 것이니. (물론 그 대회까지 고려하면 대 유럽 성적은 더 나빠집니다. 헝거리와 터키에 각각 0 대 9, 0대 7로 졌으니.)


1986년 아르헨티나 1-3 패, 불가리아 1-1 무, 이탈리아 2-3 패

1990년 벨기에 0-2 패, 스페인 1-3 패, 우루과이 0-1 패

1994년 스페인 2-2 무, 볼리비아 0-0 무, 독일 2-3 패

1998년 네델란드 0-5 패, 벨기에 1-1 무

2002년 폴란드 2-0 승, 포르투갈 1-0 승, 이탈리아 2-1 연장승, 스페인 승부차기 승(승부차기 승은 피파에서 무승부로 규정) 독일 0-1 패, 터키 2-3 패

2006년 프랑스 1-1 무, 스위스 0-2 패

2010년 그리스 2-0 승, 아르헨티나 1-4 패, 우루과이 1-2 패

2014년 러시아 1-1 무, 벨기에 0-1 패(벨기에, 전반전에 선수 한 명 퇴장당함)

2018년 스웨덴 0-1 패, 독일 2-0 승

2022년 우루과이 0-0 무, 포르투갈 2-1 승, 브라질 1-4 패


대 유럽 팀 총 전적은 6승 6무 10패, 대 남미 팀 전적은 2무 5패입니다. 수치만으로 보면 남미보다 유럽에 강합니다.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선,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가 유럽 팀에 3승 1무 2패를 거뒀는데, 이때는 우승국 브라질만 제외한다면 남미 팀 그 어디와 싸워도 밀리지 않았을 겁니다. 당시 조별 리그 미국 전만 제외하면, 모두 유럽과 싸웠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탈리아 전은 ‘편파 판정’ 시비에 휩싸였고, 스페인 전은 사실 진 경기였습니다. 스페인이 넣은 골을 노골 처리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골이었지요.


2018년 독일에 승리한 것도 당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시 독일은 비겨도 16강에 가지 못했습니다. 같은 시간에 열린 조별 리그 최종 경기에서 스웨덴이 멕시코에 후반 들어 3 대 0으로 이기고 있었거든요. 만약 독일이 한국과 비기면 스웨덴과 멕시코가 2승 1패로 16강에 가는 상황. 사상 최초의 조별 리그 탈락을 목전에 둔 독일은 무조건 공격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지요. ‘닥공’의 독일이 후반 최막판 두 골을 내준 이유입니다. (독일은 결국 2018년 월드컵에서 한국 때문에 처음으로 월드컵 조별 리그 통과에 실패합니다. 그 4년 뒤, 일본에게 패하며 독일은 또다시 조별 리그를 통과하지 못했고요.)


2022년 포르투갈에 승리한 것도 당시 우리가 속한 조의 특수성 때문입니다. 포르투갈은 앞선 경기에서 가나와 우루과이를 연파했습니다. 동 시간에 열린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가나는 1승 1패, 우루과이는 1무 1패였습니다. 승자승 원칙에 따라 포르투갈은 한국에 0 대 100으로 져도 우루과이-가나 전 승패와 상관없이 조 1위로 토너먼트에 가는 상황. 포르투갈은 최정예 멤버로 한국 전에 임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전반에 1골도 넣었으니 더욱 느슨한 경기를 펼칠 수밖에요. 조 1위 확정인데, 왜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 힘을 쏟나요? 16강 이후를 대비해야지. 반면 한국은 1무 1패. 포르투갈을 이겨도, 우루과이 가나 전의 결과를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 한국이 2 대 1로 막판 역전승할 수 있었던 절박한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을 모두 고려한다면, 우리가 남미에 약하고 유럽에는 그나마 강하다는 생각을 재고해야 할 것입니다.


최선은 유럽 플레이오프를 거쳐 포트 4에 배정받은 ‘최약체’ 유럽 팀을 만나고, 포트 1에는 개최국 세 나라를, 포트 3에는 비 유럽팀을 만나는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여기서 문제. 우리가 유럽 2팀을 만날 확률은 어떻게 될까요?


이 장면에서, 피파가 정한 조 배정 원칙 중 기억할 것은 이렇습니다.


1. 비유럽 팀은 각 조에 ‘자기가 속한 지역을 대표’해 한 팀만 들어간다. 한 조에 남미 팀 2개나 아시아 팀 2개가 들어갈 수 없다.

2. 아시아 팀은 포트 3에 3개 팀, 포트 4에 1개 팀 혹은 2개 팀이 속한다. (이라크가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 진출 중. 이라크는 볼리비아와 수리남 간 승자와 싸워 최종 진출 여부를 가린다. 만약 이라크가 진출하면 포트 4에 아시아 팀은 2개.)


그럼 포트 2에 속한 우리가 유럽 팀을 만날 확률은 다음 세 가지 경우가 아닌가 합니다.


1. 포트 1 유럽, 포트 3 유럽 (확률은 12분의 7(포트 1에 속한 유럽 팀 7개) × 9분의 2(포트 3에 속한 3개 아시아 팀은 우리 조에 못 들어오므로 분모가 9가 됨)

2. 포트 1 유럽, 포트 4 유럽 (확률 12분의 7 × 11분의 4 혹은 10분의 4. 이라크 최종 진출 여부에 따라 포트 4의 분모가 달라짐.)

3. 포트 3 포트 4 유럽 (확률 9분의 2 × 11분의 4 혹은 10분의 4)


그럼 유럽 2개 팀을 조별 리그에서 만날 확률은 42.25%(이라크 비진출 시)나 45.17%(이라크 진출 시)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저의 확률 계산이 틀렸다면 거리낌 없이 지적해 주소서. 올바른 확률 계산을 배우고 싶습니다.)


추신


1. 현재 우리 대표 팀의 경기력이나 감독의 전술 능력, 유럽 팀 배치 확률 등을 종합할 때 우리가 조별 리그에서 3위를 한 뒤, 12개 조 각 3위 팀 중 상위 8위에 속해 32강 전에 갈 확률이 가장 높다고 봅니다. 16강은...

2. 확률 계산을 위해 챗지피티 3.5와 딥식 그리고 퍼플렉서티(모두 무료 제공되는 버전)에 각각 물었더니, 대답이 가관이었습니다. 수학 계산은 무료로 운영되는 ‘generative 인공지능’에게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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