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꿈

by 신형준

학력고사는 얼마 남지 않았는데, 미적분 등 주요 과목 공부는 여전히 부족하고. 한데 나는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시시덕거리고 있다.


아무래도 안 되겠군.


가족과 상의했다.


‘학교에서 가까운 곳에서 자취를 하는 건 어떨까, 텔레비전 없이.’


아부지나 누나들은 별 말씀이 없었다.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눈을 떴다.


대입 공부를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잠깐 생각했지만, 이내 깨달았다.


야, 니 나이 60이다.


대입 시험을 치른 지 만 42년도 넘었다. 1983년 11월 22일 학력고사.


한데, 비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꿈에서 나는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패턴도 늘 같다. 얼마 남지 않은 학력고사, 국영수 등 주요 과목은 여전히 공부가 미흡하고.


이번 꿈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취’까지 등장했다. 1983년, 내남없이 먹고 살기 힘든 시절, 번듯한 집을 놔두고 수험생 자취를 시킬 정도로 돈이 남아도는 집이 어디 그리 있었던가. 우리 집 역시 마찬가지였고.

크리스마스 새벽을 깨운 ‘비주기적인 꿈’에 쓴웃음을 다시금 지었다. 나는 여전히 ‘피터팬’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보다 생각하면서. 아부지를 다시 뵐 수 있었던 것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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