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 하지 추분 동지 간 간격이 각각 달랐군요

부실한 내 과학 지식, 그리고 chat GPT가 엉성함을 다시금 깨단

by 신형준

올 추분은 9월 23일입니다. 춘분이나 하지 동지 등이 대략 3의 배수 달 중 22일 정도에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한데 23일이라. 특이하네?


따지고 보니, 올 추분은 3월 21일, 하지는 6월 21일, 동지는 12월 22일입니다. 22일은 동짓날 뿐입니다. 역시 상식 부족. 게다가 네 절기 간격이 다른 것 같은데? 계산해보았더니, 춘분~하지 92일, 하지~추분 94일, 추분~동지 90일, 동지~내년 춘분 89일이었습니다.


신세계!


저는 지금껏 네 절기 간격은 대략 91일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한데, 길게는 5일 정도 차이가 나네요. 이게 뭔...


이럴 때는 chat GPT지. 바로 물었습니다.(저는 영어를 무지 못함에도, 아쉽지만 영어판만 이용합니다. 언어 기반의 a.i여서 그런지, 챗 지피티는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듯합니다. 같은 물음을 물어도, 한국어보다는 영어로 대답을 잘 합니다.)


-- 왜 절기 간 간격이 다르지?


녀석은 ‘역시’ 명쾌하게 답을 내렸습니다.


-- 지구가 태양을 타원 모양으로 돌면서 태양과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는데, 태양에 가장 가까울 때(근일점)인 12월에는 공전 속도가 가장 빠르고, 가장 멀 때(원일점)인 6월에는 가장 느리다. 여기에 세차운동(orbital precession)에 윤년(leap year)까지 더해져서 그렇다.


저의 지구과학 지식, 아니 주변 일상과 관련한 나의 과학적 지식이 정말로 바닥임을 다시금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고교에서, 아니 중학교 때 지구과학만 제대로 배웠어도,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터인데.(아무리 문과였어도.) 창피함.


모든 물리법칙은 수학을 따르는 것으로 압니다. 절기 간 패턴이 궁금했습니다. 해서 다시 물었습니다.


--올해는 춘분을 기점으로 각각의 간격이 92일, 94일, 90일, 89일이던데, 2050년까지 그 간격을 말해줄 수 있어?


여기서부터 챗 지피티가 버벅댔습니다. 물음을 물을수록 답이 달라졌습니다.(첨부 사진 참조)


심지어, 근일점일 때 공전 속도가 빨라지므로 12월~3월의 절기(북반부라면 동지~춘분, 남반부라면 하지~추분) 간격이 짧아야 할 터인데, 이때가 길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게 뭥미? 앞뒤가 안 맞잖아!


이럴 때는 ‘수작업’이 제일입니다. ‘네이버 달력’을 보니, 2037년까지 우리나라의 춘하추동 절기가 표시돼 있었습니다. 날짜 간격을 직접 계산했습니다. 분석 결과, 역시 패턴이 보였습니다. (경도에 따라 절기 날짜는 하루 정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대한민국에서의 절기 날짜입니다. 물론 ‘절기 간 간격 등의 패턴’은 비슷합니다.)


1. 4의 배수 년이 윤년이다. 2024년 2028년 2032년... (저는 이것도 몰랐습니다.)


2. 춘분은 윤년 직전 연도에만 3월 21일이고 나머지는 3월 20일이다.


3. 하지는 (네이버 달력에 절기가 기록된) 1999년부터 4년 간격으로 6월 22일이었고, 나머지는 6월 21일이다. 한데, 2019년을 마지막으로 ‘4년마다 하지는 6월 22일이라는 패턴’이 깨졌다. 패턴을 따른다면 6월 22일이어야 할 올해 하지도 6월 21일이었습니다. 2037년까지 내내 이렇다. (왜 하지 날짜의 ‘패턴’이 깨졌냐고 챗 지피티에 물으니, 서기 1752년 율리우스력(曆)에서 그레고리안력(曆)으로 바꾸면서 벌어진 일이라는데, 도무지 신뢰가 안 갑니다. 아시는 분은 가르쳐 주십시오.)


4. 추분은 윤년에만 9월 22일이며, 나머지 해는 모두 23일이다.


5. 동지는 윤년과 그다음 해에만 12월 21일이고, 나머지 해는 22일이다.


6. 이를 바탕으로 절기 간격을 패턴화하면


윤년에는 춘분~하지 93일, 하지~추분 93일, 추분~동지 90일, 동지~춘분 89일(북반부는 12월 동지가 근일점임을 알려줍니다. 그러니 절기 간 속도 역시 동지 근처가 짧은 것이겠죠.)


윤년 다음 해는 각각 93일 94일 89일 89일


윤년 다다음 해는 93일 94일 90일 89일 (수치를 모두 더하면 366일이 나옵니다. 허걱. 윤년이 아닌데, 어떻게 366일이 춘분~그 다음해 춘분의 간격이 될 수 있지? 춘분의 날짜 패턴과 그사이에 낀 윤년을 살피신다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윤년조차도, 윤년 춘분~다음 해 춘분의 기간을 모두 합치면 365일이 나옵니다.)


올해처럼, 윤년 직전 해는 92일 94일 90일 89일.


이 패턴으로 최소한 2037년까지 춘분 하지 춘분 동지의 정확한 날짜는 물론 기간(혹은 간격? duration)을 알 수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익히 알고 있어야 할 기본 상식을 나절을 들여, 그것도 수작업으로 알아내는 모양새라니... 저는 역시 과학 지식이라는 측면에서는 높잡아봐도 ‘한정치산자’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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