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나 역사의식 과잉을 경계하는 이유
BBC 뉴스를 보니, 카리브해 어느 섬나라의 ‘생태 변신’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https://www.bbc.com/news/world-latin-america-66922735
‘안티과 바부다’라는 영 연방 섬나라에는 ‘레돈다’(넓이 300 제곱킬로미터)라는 섬이 있답니다. 이 섬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바위섬’으로 주민들이 불렀답니다. 콜럼부스의 미 대륙 도착 이후 밀려온 유럽인들이 들여온 먹성 좋은 염소, 그리고 철새의 알이나 파충류 등을 잡아먹는 곰쥐 탓에 생태계가 파괴된 것이지요.
2016년부터 안티과 바부다 국민은 레돈다 섬 살리기 운동에 나섰습니다. 곰쥐를 없애고, 염소를 이주시켰습니다. 단 7년 만에 레돈다는 철새의 낙원인 녹색섬으로 변했습니다.
BBC는 안티과 바부다 국민의 말을 빌려 ‘생태 복원 운동은 필부필부의 열정으로 가능함을 보여준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연을 망치는 건 인간이지만,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 것도 인간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미담 같은 국제 생태 뉴스임에도, 이 기사는 다시금 제 콤플렉스를 스멀스멀 기어오르게 했습니다.
영국 등 세계를 경영해 본 나라(나쁘게 말하면 식민지를 가졌던 나라)는 국제 뉴스 비중이 우리보다 높습니다. 반면 우리처럼, 우리 땅에서‘만’ 지지고 볶은 나라는 국제 뉴스 비중이 적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세계에 진출해 본 경험이 없는 이가 세계에 관심이 있으려고요. 그러니 뉴스 하면 ‘국내 정치’가 주종을 이루는 것이겠지요. 그나마 삼성이나 현대 등이 세계로 진출하면서 나아진 게 이 모양입니다.
물론, 안티과 바부다가 영 연방국가이니까 BBC가 보도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바로 그 점에서 영국인들은 영국이라는 섬을 벗어나 세계에 관심을 쏟기가 우리보다는 쉽겠지요. ‘제국의 그림자’랄까, ‘제국의 추억’ 때문에 말입니다.
이런 뉴스를 보다 보면, 일제 강점기에 대한 기억 때문에 여전히 정치-사회적으로 갑론을박 중인 우리 신세가 안타깝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지만, 저는 ‘역사의식의 과잉’도 때론 싫습니다.
추기.
국제 생태 뉴스를 읽으면서도 ‘정치나 역사의식 과잉’ 운운하는 저도 그런 점에서는 역설적으로 ‘과잉 인간’인지 모르겠습니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