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재판 생중계 방침 검토’를 들으면서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최근 재판 중계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랍니다. 사건 당사자 및 방청객에게 녹화 장비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나 봅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325796?sid=102
대찬성합니다.
성역은 없어야 합니다. 법원과 판사에 대한 존중이 ‘비공개’ 혹은 ‘공개 범위의 최소화’를 통해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성역 없이, 투명하게, 법리에 따라서 제대로 판결하면 그 누가 대한민국 법정의 권위를 무시하겠습니까. 그간 재판을 받아본 사람 중 적지 않은 이들이 ‘판사의 무례함’을 호소한 것을 보더라도, 이 같은 조치는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더 나아가, ‘재판 전 과정의 녹화 및 공개 허용’이 갖는 사회적 함의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필요한 권위는 존중하고 지켜 나아가되, 그 모든 쓸데없는 권위는 사라져야 합니다.
법정뿐 아니라, 교실, 수술실, 검찰 및 경찰 수사실 등 국민 권익과 직결된 공공장소는 교사 의사 검경이 아니라 ‘소비자인 국민이 원하면’ 모두 녹화 및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국민의 권익과 국격을 한층 높이는 길이라고 봅니다.
교실에서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을 때 cctv 없이 도대체 무슨 수로 교사나 학생의 잘잘못을 명확하게 가릴 수 있겠습니까. 검경 수사 과정에서 예전과 같은 폭력은 완전히 사라졌겠지만, 말을 통한 모욕이나 무례함, 피고인 혹은 혐의자에 대한 권리 침해는 여전히 남았을 수도 있습니다. 수술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cctv가 없다면,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환자 측은 정확히 알 도리가 없습니다.
1990년대 공공장소에 cctv 도입이 논의될 때 적지 않은 반대가 있었습니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 주장이 가장 컸지요. 하지만 어떻습니까? cctv가 도입돼서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더 많나요? 아닐 겁니다. 그러니 cctv를 더 설치해달라는 청원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겠지요. 예산 부족으로 안 되는 경우는 있어도.
좋은 점이 더 많다면, 나쁜 점을 고치면 됩니다. 설령 ‘고칠 수 없는 나쁜 점’이 있다 해도, 좋은 점이 더 많다면, 그 제도는 도입 시행돼야 합니다. 어차피 유토피아는 없습니다. ‘문제점이 전혀 없는 완전무결한 제도나 정책’을 원한다면, 이 세상에는 그 어떤 제도나 정책도 도입될 수 없을 겁니다.
한발 더 나아간다면, 판사가 법정에 들어설 때 “기립‘을 외치는 관행이나, 판사가 자리한 법대가 다른 이들보다 높게 마련된 법원 건축 구조 역시 ’평등하게‘ 바뀌었으면 합니다. 판사의 진정한 권위는 ’올바른 법리적 판단을 통한 판결‘로 서는 것이지, 판사가 법정에 입장할 때 기립한다거나, 검사나 변호사, 혹은 원고나 피고보다 판사가 높은 자리에서 아랫사람처럼 내려다본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이런 관행은 외국도 마찬가지라고요? 우리가 먼저 바꾸면 안 될까요? 여성 참정권은 몇 가지 제한이 있었지만, 1893년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도입됐습니다. ’외국 그 어느 나라도 여성 참정권이 없으니 우리 역시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고만 했다면, 뉴질랜드에서 여성 참정권은 세계 최초로 실현되지 못했을 겁니다. 특정 제도가 역사와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확신이 있다면, 세계 최초로 시행해도 문제가 전혀 없을 것입니다.
19세기 초반, 영국에 기계가 도입되면서 노동자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자 기계파괴운동가(러다이티스트)들이 등장했습니다. 소위 인문학자들이 ’인간의 가치‘ 운운하면서 러다이티스트들에게 동조했고요. 마르크스는 1848년, ’공산당선언‘을 통해 ”러다이티스트들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 하는 시대착오자들(anachronists)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성역의 축소에 반대하거나, 쓸데없는 권위에 여전히 집착하는 이들은 그들이 아무리 똑똑하고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해도 저는 시대착오자들로 봅니다. 수수실 cctv 도입에 반대했던 의사 집단이 대표적 예입니다.
근대화에 뒤늦어 외세 강점을 겪었지만, 20세기 후반 이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대한민국입니다. 역사 발전을 생각하면서 제도 개혁을 이뤄 나아갔으면 합니다.
추신
간첩 혐의 등 중대한 국가 보안과 관련한 재판 과정은 공개하는 것을 기본적으로 반대합니다. 설령 피고인이 원할지라도요. 국민 권익도 좋지만, 자칫 나라가 망할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