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cctv 설치를 허하라>

by 신형준

교사의 아들이자, 교사의 동생이자, 교사의 아버지입니다, 저는.


하여, 현재 벌어지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에서 자살했다는 기사나, 자기 반 학생에게 폭행당한 초등교사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교사에 호의적이기만 한 사람도 아닙니다.


솔직히 ‘공부를 못 하지는 않은 덕’인지, 담임선생님 등에게 그리 크게 혼난 적은 없지만, 제가 겪은 교사 몇몇은 ‘교사로서 함량 미달’인 분도 분명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 교실이 1970년대 80년대, 아니 20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가는 것은 극력 반대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교사가 감정적으로 학생을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 것도 가능했던 때였습니다, 당시는.


제가 아는 어느 40대 최초반되시는 분은 ‘교사가 교실에서 개인용 컴퓨터로 주식 시황을 보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그 분풀이를 학생에게 했다’고 말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하여, 그 교사가 화를 내면 학생들이 ‘저 쉐키, 주식 또 떨어졌나 보다’라고 소곤거렸다고 합니다.


저는 인간 관계는 기본적으로 수평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교사와 학생 간, 교사와 학부모 간에도 마찬가지겠지요.


교사의 그림자도 밟지 마라? 이제는 그런 시절은 지났다고 봅니다. 대통령을 예전 임금 대하듯 ‘하늘이 내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을 겁니다. 대통령도 탄핵되는 나라에서, 교사라고 ‘탄핵에 준하는 비판’을 받지 말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봅니다.


다만, 교사라고 무조건 참고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고요. 그런 점에서 ‘학생인권조례’의 개정 이야기가 요즘 진지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예, 학생인권조례는 분명 일부 개정돼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지요.


예전에 축구 경기 때 ‘골 논란’이 많았습니다. 한데,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면서 골 논쟁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골대 주변에 설치된 CCTV로 판독을 하니, 시비가 사라진 것이지요.


저는 교실에도 CCTV가 설치돼야 한다고 봅니다.


제 아해는 초등교사입니다. 한데, 동료 선배 교사 한 분(이하 ‘A선생님’)이 은퇴를 하신답니다. 1971년생. 왜 그리 빨리 은퇴를 하실까요?


다음은 제 아해가 A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말입니다.(제 아해는 해당 학생으로부터 진술을 들은 바는 없습니다. 어느 한 편의 일방적 진술이라고 비판하실 수도 있습니다.)


몇 해 전, A 선생님은 교실에서 어느 학생의 비비탄총을 빼앗았습니다. 학생이 어느 여학생에게 비비탄총을 쏘았기 때문입니다. 학생은 바로 경찰에 ‘아동학대’로 신고했고,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A선생님은 경찰에 충실하게 전후 상황을 설명했지만, 일단 조사는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찰 조사를 마치고 교실로 돌아온 A선생님이 수업을 하시던 어느 날, 교감인가 교장(이하 '교감'으로 표기)이 교실로 들어와서는 A선생님에게 “잠깐 나가 달라”고 부탁한 뒤 학생들에게 “A선생님이 너희들을 학대한 적이 있느냐”며 설문조사를 했답니다.


A선생님은 심한 모멸감을 느끼셨답니다. 잘 아시듯, 수업 시간은 기본적으로 교사와 학생만의 시간입니다. 한데, 교감이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불쑥 교실로 들어와서는 수업 중인 교사에게 나가달라고 말하고는 해당 교사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 설문조사를 한 것입니다.


아, 교감 선생님조차 나를 믿지 못 하시는 거구나...


해당 학생의 부모님은 이후, ‘제 아들이 했던 아동학대 경찰 신고를 취하하겠다’고 경찰에 밝히면서 사실상 A선생님의 편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동학대는 당사자‘측’의 취하 신고만으로 조사를 접을 수 있는 게 아니라네요. 마치 살인-상해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해도 수사는 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경찰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후 A선생님은 해열제를 집에서 ‘달고’ 사셨답니다. 학교에서 학생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항상 극도로 긴장한 탓인지, 집에만 가면 고열에 시달린다는 겁니다.


이러다가 죽겠구나, 생각한 A선생님은 결국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이지요.


A선생님의 경우는 어쩌면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해당 학생의 학부모가 아동학대 신고를 취하하려고 했으니까요. 내 아들의 잘못이라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요.


만약, 해당 학생의 학부모가 끝까지 자기 아들 편을 들었다면 어찌 됐을까요? 더 나아가, 학부모가 ‘A선생의 처벌을 원한다’고 경찰에서 주장했다면 어찌 됐을까요?


저는 A선생님의 무죄, 혹은 잘못 없음을 입증할 최고 수단은 cctv밖에는 없다고 봅니다.


검경, 그리고 재판부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아동학대 신고가 경찰에 들어왔습니다. 한데 교사와 해당 학생의 진술이 엇갈립니다. 이럴 때 경찰이, 더 나아가 검찰이나 재판부는 무엇을 근거로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물론 주변 학생들과 ‘피해(호소인?) 학생’의 의견도 들어야겠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당시 상황을 녹화한 화면 아닐까요?


교실에 cctv가 설치됐다면, A선생님은 수업 시간 중 교감으로부터 “나가달라”는 모욕적 대접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학생과 교사의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다.

교실이 그렇게 삭막하게 변하면 안 된다.

교사와 학생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다.

교육이 통제와 감시로 변질될 수 있다.

현재 cctv는 소리까지 담기기 힘들므로, ‘언어 폭력’을 제대로 밝히기 힘들다.

학교는 하고한 날 cctv 좀 확인하자는 부모들 때문에 학사행정이 엉망이 될 것이다...


숱한 비판이 가능할 겁니다.


그러나, 시대 상황상 교실에 cctv 설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 아닌가 저는 생각합니다.


부부 출산율이 ‘1’ 이하로 떨어진 나라, 하여 자식을 엄청나게 귀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나라에서, 내 아해가 “교사로부터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고 주장할 때 흥분하지 않을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이럴 때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최후 수단이 무엇일까요? 물론,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명백한 교사의 잘못을 입증할 최고 수단 역시 cctv가 될 것입니다.


저 역시 교실에 cctv 설치를 주장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나은 길’인지 서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유토피아는 애초 존재하지 않는 곳이니까요. ‘무오류’는 사실상 없으니,‘ 오류가 적은 쪽’으로 가자는 겁니다.


교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게 ‘절대선’이라는 게 아니라, 현재 상태에서는 학생인권조례의 개정과 더불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닌가 생각하는 겁니다.


교사가 학생을 감정적으로 때렸던 시절로 대한민국 교실이 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학생인권조례를 마치 방패막이 삼듯, 학생이 교사에게 폭언은 물론 폭행까지 하는 현재 상태 역시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관계는 시대에 맞게 ‘수평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얻다 대고 학생 놈의 쉐키가 교사에게 대들어’라고 말하는 것도 잘못이고, 인권 운운하면서 사실상 교육이 방기되는 것을 바라만 보아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서로가 서로를 동등하게 인격체로 대하면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럴 때 ‘현실적 최선’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합의를 통한 학생인권조례의 부분적 수정과 더불어, 교실에 cctv 설치로 잘못을 명확히 가릴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는 게 낫지 않나 저는 생각합니다.


서울 서이초에서 돌아가신 2년차 선생님의 명복과, 서울 양천구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6학년생 자기 반 학생에게 폭행당하신 뒤 마음에까지 큰 상처를 받으신 어느 선생님의 심신의 쾌차를 두 손 모아 빕니다.


#서울서이초교사자살 #초등교사자살 #학생인권조례 #교실cctv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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