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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생각

고장 난 폰, 마음의 리셋 버튼

by 서은

핸드폰이 갑자기 고장났다.

측면 버튼을 잘못 누르는 순간 화면이 꺼지더니, 완전히 먹통이 되었다.

당황스럽고 짜증이 밀려왔다. “왜 이래, 왜 이래!” 탄식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재빨리 동네 대리점을 찾았다. 핸드폰 가게 사장님도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 채, 문 닫기 전에 빨리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가보라고 하셨다. 오후 5시가 이미 넘어가고 있었다. 황급히 버스를 타고 대리점으로 갔다.


걱정과 불안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핸드폰이 없으면 당장 일에 지장이 생긴다.

수리하는데 며칠 걸리는 거 아냐?

수리비가 많이 나오면 어쩌지?

과연 이 핸드폰을 무상으로 고칠 수 있을까?


대리점에 도착해 기사님께 핸드폰을 맡겼다. 약 한 시간 정도 지나서야 기사님은 문제를 해결해 주셨다. 힌지 부분이 고장 나면서 핸드폰이 작동하지 않게 된 것이다.

“힌지가 나갔는데 왜 핸드폰이 안 켜지죠?”

기사님은, 힌지는 핸드폰의 허리 부분인데, 그 부분이 고장이 나면 핸드폰이 먹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셨다.


내 핸드폰은 접었다 폈다 하는 폴드 폰이다. 이 핸드폰은 컴퓨터랑 똑같아서 3일마다 한 번씩 재부팅을 해줘야 에러 없이 잘 쓸 수 있는대, 재부팅도 없이 사용했다.

‘그동안 내가 핸드폰을 험하게 사용했구나’


힌지 고장이라는 말에 처음엔 고개가 갸웃해졌지만, 기사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핸드폰이 얼마나 섬세한 기계인지 깨달았다.

더 놀라운 건, 핸드폰의 내부를 완전히 새것으로 교체해 주셨다. 무상으로.

이건 거의 메인보드를 바꾼 데스크톱을 새로 받은 기분이었다.


기사님께서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리지 말고 잘 사용하라는 당부의 말씀도 해주셨다.

처음에 핸드폰이 고장 났을 때 느꼈던 짜증과 걱정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순간이었다.



어린이 대공원을 산책로 삼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이 스쳐갔다.

일상에서 겪는 작은 문제들이 때로는 짜증과 화를 부르기도 하지만,

오히려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짜증부터 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돌릴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항상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할 때,

여유 있고 평온하며 품격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오늘 경험을 통해, 앞으로 작은 문제들 앞에서 긍정적인 태도로 임해야겠다고 또 한 번 다짐하게 된다. 일상의 소소한 긍정이 쌓여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간다.

마주하는 작은 문제들이 그저 불편한 게 아니라, 더 나은 삶을 향한 발판일 뿐이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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