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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생각

재능 없어도 괜찮아, 어차피 평생 쓸 거니까.

by 서은

겉으론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출근하고, 똑같이 피곤한데…


평일엔 틈틈이 책 읽고, 주식 공부하고,

주말엔 일주일 모아둔 글감으로 시 쓰고, 일기 쓰곤 한다.


말은 거창하지만 사실 별거 아니다.

내 안에 스쳐 지나간 감정 하나를 잡아 글로 옮겨두는 일이다.


근데 신기하게도 그 작은 기록이

‘기쁨'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올라온다.


어제도 일기 같은 시 한 편 쓰고 잤다.

오늘 아침 교회 가는 길에 이유도 없이 또 뭔가 차오르더라.


마치 하나님이 내 안에 김장 독 하나 ‘툭’ 내려놓으신 것처럼.

조용히 숙성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깊은 맛이 올라오는 감정?

이 만족감은… 말로 안된다.


글 쓸 때만 올라오는 이 묘한 충만함은 뭘까?

GPT에게 물어봤다.

영혼이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드는 감정이라고 한다.


흩어져 있는 생각들을 글로 붙잡는 순간,

형태가 생기고, 색이 생기고, 무게가 생긴다.


평소엔 확인하지 못하지만,

글을 쓰면

내 말, 내 감정, 내 기억을 내가 직접 읽어버린다.


글을 쓰는 순간,

내 마음과 내 생각과 내 존재가 하나의 선으로 정렬된다.

'아,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자기 확인,

그 순간 기쁨이 올라온다.


아주 느리게 계단을 오른다.

한 칸, 또 한 칸.

그 과정 자체가 충만하다.

이건 돈으로 살 수 있는 종류의 만족이 아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원래 쓰는 걸 좋아했다.

재능도 없고, 글은 늘 서툴지만,

2005년 무렵부터 지금까지 마음 가는 대로 썼왔다.

그때도 좋았다. 지금도 좋다. 그 사실을 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걱정이 있었다.

GPT가 글을 너무 잘 써줘서.


이러다 내가 바보 되는 건 아닌가?

글쓰기 근육이 실종되는 거 아닌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결론은 하나다.


도움은 도움이고, 느끼는 건 내 마음이다.

GPT가 대신 느껴주는 건 아니니까.

내가 먼저 내 생각을 꺼내야,

GPT도 그 생각을 이어서 도와줄 수 있으니까.

시작은 항상 나에게서 나오는 거다.


결국 오늘, 확실히 알았다.

나는 죽을 때까지 쓸 거다.


GPT의 도움을 받아도 결국 내 방식으로 다시 나오는 거니까,

내 안에 웅크린 생각들을 글로 풀어낼 거다.

어떤 형태로든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멋진 일이다.


작가?

유명해지는 것?

책을 내는 것?

그것보다 지금 이 순간,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 쓰고 있는 나, 그게 이미 작가다.


블로그도 있고,

브런치도 있고,

노션도 있다.

공간은 이미 다 준비돼 있다.

채우기만 하면 된다.


마음을 품고 쓰는 글이라면,

세상에 안 알려져도

누군가 한 사람에게는 닿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쓰는 모든 글 속에,

내 일상 속에,

내 고민 속에,

내 기쁨과 눈물 속에,

하나님이 언제나 함께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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