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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을 넘어서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본능을 이기면 삶의 높이가 달라진다.

by 서은

오늘 청소 이모님을 통해 작은 사건 하나를 들었다.

사소한 해프닝이었지만,

그 속에서 사람의 본능과 관계의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평소 예의 바르고 점잖으신 307호 환자분이

갑자기 간병사를 그만두게 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다름 아닌 ‘먹을 것’ 때문이었다.


옆 병실 환자분이 스틱강냉이 두 개를 간병사에게 주셨다고 한다.

아마 두 분이 나눠 드시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런데 간병사는 혼자 먹고 있었다.

출처도 말하지 않고, 함께 먹자는 말도 없이.


또 한 번은 사과를 깎아 잘랐을 때였다.

크고 작은 조각 여러개 중,

간병사가 가장 큰 조각을 집어 먹었다고 한다.


“고작 사과 크기 때문에?” 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청소 이모님도

“크게 깎인 걸 무심코 먹을 수도 있지, 일일이 크기 재고 먹냐.

환자가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 며

간병사 편을 들었다.


하지만 환자의 입장은 달랐을 것이다.

몸이 불편해 타인의 손을 빌려야 하는 고용주의 입장에서,

자신을 먼저 챙기지 않고

본능을 앞세우는 태도에 서운함과 불신을 느꼈으리라.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투명한 민낯을 보았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먼저 챙긴다.

눈앞에 큰 사과와 작은 사과가 있다면,

무의식적으로 큰 것에 손이 가는 것.

그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이다.


간병사가 큰 조각을 집어 든 것은 계산된 행동이라기보다,

그저 ‘나’를 먼저 생각하는

인간의 기본값이 작동한 결과였을 것이다.


나는 요즘 도덕경을 읽고있다.

도덕경은 말한다.

물이 강을 이기는 이유는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낮아지는 자가 큰 것을 품는다.

오늘의 이야기는 이 문장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남에게 좋은 것을 먼저 주는 태도.

물처럼 낮아지는 태도 말이다.


"상대를 무너뜨리려면 먼저 주고, 흥하게 하라."

흥하면 사람은 방심하고 교만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결국 먼저 주는 자가 관계의 주도권을 가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익을 상대에게 먼저 흘려보내는 사람이 신뢰를 얻는다.

좋은 것을 먼저 내주는 사람이 결국 더 큰 것을 얻게 된다.

양보하는 사람이 더 큰 것을 얻는다.


본능대로 행동하면 본능 수준의 관계만 갖게 된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배려하며 행동할 때,

비로소 더 높은 차원의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생각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상대에게 좋은 말을 먼저 하자.

더 큰 것, 더 나은 것을 먼저 내어 주자.


조금 손해 보는 것 같아도 괜찮다.

결국 신뢰와 관계와 품격이 내 편이 될 테니까.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다. 그것을 알기에,

의식적으로 반대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혜'라는 사실을 또 한번 깨닫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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