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천국은 '시장' 이었다.

천국은 조용한 낙원이 아니었다.

by 서은

<20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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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하나님이 나에게 천국을 보여주셨다.

특별한 대화 없이 마음으로 알려주셨다.

아, 지금 천국으로 가고 있구나.


그렇게 깨달은 순간,

내 영혼이 어딘가로 빨려들어갔다.


처음엔 두려움이 밀려왔다.

진공 속으로 끌려가는 듯한 압박감.

가위에 눌린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특유의 공포가 파도처럼 덮쳐왔다.

도망칠 수도, 저항할 수도 없었다.

그저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만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눈을 떠보니 내가 허공에 떠 있었다.

발밑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분명히 ‘딛고’ 있었다.

공기가 바닥이 된 것처럼.

하지만 이상하게도 불안하지 않았다.


나는 한 걸음 내디뎠다. 공중 위를 걷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뛰어 보았다. 몸이 가볍게 솟아올랐다.


속도를 높이는 순간,

로켓이 발사될 때처럼 강한 힘이 나를 밀어 올렸다.

빛의 속도로 공간을 가로질렀다.

방향을 생각하는 순간, 이미 그곳에 도착해 있었다.


힘은 필요하지 않았다.

가고 싶다는 의지 하나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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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나는 구름보다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알 수 있었다. 하나님이 곁에 계셨다.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느껴졌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우리는 함께 허공을 가르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낯선 도시 위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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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이슬람권 어느 나라의 시장 골목 같았다.

양옆으로 노점이 빽빽했고 향신료와 따뜻한 음식 냄새,

사람들의 활기찬 대화가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혼잡했지만 혼란스럽지 않았고,

소란스러웠지만 평온했다.

그곳에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 한 사람이 다가왔다.

은은한 빛이 감도는 얼굴,

깊은 눈매, 자애로운 미소.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속 소음이 잦아드는 평온함이 있었다.


정갈한 백발과 기품 있는 자태.

위엄과 따뜻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 순간 알았다. 하나님이시구나.


하나님과 나는 자연스럽게 나란히 걸었다.

어느새 우리는 작은 시장 골목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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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안은 생동감으로 가득했다.

천막 사이로 햇빛이 부서지고,

상인들의 목소리와 웃음이 공기 속에 반짝였다.


그 속을 하나님과 함께 천천히 걸었다.

가게 앞에 멈춰 과일을 구경하고 색색의 물건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마치 아버지와 딸이 함께 장을 보듯 다정하고 평온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여기가 천국이라고.


세상 어디에도 닿지 않는 안전한 공간 속에 들어온 느낌.

마음 깊은 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행복이 천천히 차올랐다.

그 평범한 풍경 속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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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모든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아쉬움보다 천국을 보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다.

마음만은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는 듯 조용히 행복했다.



다시 하늘을 날았다

이전에도 하늘을 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그때는 두려움이 함께 있었지만 이번은 달랐다.

하늘을 나는 것이 본능처럼 자연스러웠다.

허공을 걷고, 구름 사이를 뛰고,

때로는 빛의 속도로 공간을 가로질렀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바람의 감촉과,

뺨을 스치는 자유로운 공기의 질감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중력의 속박을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이 이토록 환상적인 일이었나.

하늘을 나는 꿈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해방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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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현실보다 더 현실이다

나는 천국을 평화로운 정원으로 상상했다.

에덴동산 같은 평화로운 자연 속 낙원.

그런데 사람들이 붐비는 시장통이 천국이라니..


아침에 설거지를 하면서 하나님께 여쭤봤다.

하나님, 왜 하필 시장이 천국인가요?

그때 마음에 이런 확신이 떠올랐다.


천국은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아니, 현실보다 더 현실이다.


천국은 구름 위의 추상적인 세계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보다 더 선명하고 더 살아 있는 곳이다.

하나님은 그것을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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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기록한다.

이 꿈을 잊지 않기 위해.

언젠가 다시 읽으며 그날의 감동을 떠올리기 위해.


천국은 환상이 아니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곳이다.

아픔과 슬픔 없이 온전한 기쁨이 가득한 곳.


그리고 그곳에선,

하늘을 날 수 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