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현실을 위로 날
꿈속에서 나는 울창한 숲속에 서 있었다.
눈앞에는 덩굴 식물이 벽면을 가득 감싼 검은 벽돌 저택이 있었다.
중세의 별장을 닮은 고풍스러운 집이었다.
안개에 둘러싸여 있어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이상하게도 시선을 떼기 어려웠다.
신비로움과 두려움, 그리고 묘한 끌림이 동시에 느껴졌다.
고풍스러운 철제 문 너머를 바라보던 순간,
나는 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이미 집 안에 들어와 있었다.
나는 육신의 상태가 아닌 영혼의 상태였다.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1층도, 2층도 놀라울 만큼 넓었지만,
가구는 거의 없었다. 텅 빈 공간이었다.
그런데 그 빈 공간이 허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는 네가 와서 마음껏 꾸며라’
하나님 나에게 하신 말씀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 말씀이 들리는 순간,
가슴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터져 나왔다.
그 비어 있음은 결핍이 아니라,
앞으로 내가 채워나갈 무한한 가능성 이었기 때문이다.
집 밖으로 나오자 또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푸른 잔디가 펼쳐진 넓은 정원이었다.
아름다운 숲을 정원에 옮겨 놓은 듯했다.
집 뒤편의 음산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앞마당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햇살이 가득했고, 분수와 수영장이 있는 밝고 따뜻한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같은 집인데도 앞과 뒤가 전혀 다른 두 세계 같았다.
반 계단 아래 위치한 지하실은 대형 카페 같은 분위기였다.
중세풍, 엔틱, 핑크, 체크, 모던..
내가 좋아하는 취향들이 각 공간마다 테마별로 꾸며져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소품과 책들이 가득했다.
한 번 발을 들이면 영원히 머물고 싶을 만큼,
나만의 취향으로 완벽하게 채워진 '비밀 기지'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났다.
그 꿈을 꾼 시기는, 집 때문에 마음이 자주 무거웠던 때였다.
현실의 나는 지은 지 오래된 낡은 빌라에 살고 있다.
가끔 쥐가 출몰하고,
장마철이면 어김없이 비가 새며,
수시로 차단기가 내려갔다.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께 좋은 집에 살게 해달라고 말하던 날들이었다.
그런데 신비로운 저택 꿈 이후로,
집에 대한 마음이 달라졌다.
여전히 같은 집이고 불편함도 그대로지만,
한겨울에 따뜻한 물로 샤워할 수 있고,
내 몸을 누일 곳이 있다는 일상에
감사하기 시작했다.
이 땅의 집은 잠시 머무는 곳일 뿐,
하늘나라에 나를 위해 예비된 '취향 저격'의 저택이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되었다.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사역하는
어떤 선교사님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전기도 자주 끊기고,
벌레와 질병이 끊이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그분은 늘 같은 말을 했다.
전기가 끊겨도 감사,
먹을 것이 부족해도 감사,
몸이 아파도 감사.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의 언어를 놓지 않는 삶.
그분도 아마 하늘에 예비된 빛나는 집이 있을것이다.
환경이 나를 지탱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말을 선택하느냐가
나를 지탱한다는 걸 조금은 알 것 같다.
현실은 그대로인데 마음이 달라지는 순간이 있다.
하나님게 감사할 때가 바로 그렇다.
어쩌면 감사의 언어를 놓지 않는 삶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천국으로 만드는 연습일지도 모른다.